[쿠키뉴스] 배성은 기자 = 국내 자동차 업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직격탄을 맞고 있다. 특히 수출이 절반 가까이 줄어들면서 부품업체와 협력업체까지 피해를 입고 있다. 이에 자동차 업계는 정부에 "유동성 지원과 추가 내수 진작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1일 서울 서초구 자동차산업협회에서 국내 완성차와 부품업체 대표들과 간담회를 개최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성 장관과 국내 완성차업체별 협력업체 대표와의 간담회는 있었지만, 국내 완성차 5개사와 부품업계 간담회가 열린 것은 처음이다.
간담회에는 정만기 자동차산업협회 회장과 공영운 현대차 사장, 송호성 기아차 사장,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 도미닉 시뇨라 르노삼성 사장, 예병태 쌍용차 사장 등 5개 완성차업체 대표, 1·2차 부품업체 대표가 참석했다.
성 장관은 모두발언에서 "과거 와이어링 하니스(자동차용 배선 뭉치) 수급 차질 사례에서 보듯 한두 개 부품기업에서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자동차 생산 전반이 타격을 받게 된다"며 "정부는 그동안 발표한 대책을 자동차 부품기업들이 최대한 활용해 위기를 버텨낼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 완성차 기업들이 새로 출시한 신차가 국내외에서 호평을 받고 있고, 최근 쌍용자동차, 한국GM과 르노삼성이 임금협상을 마무리하는 등 노사관계도 안정적인 상황이므로 코로나 사태만 진정되면 한국 자동차산업이 신속하게 반등할 수 있는 가능성은 크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부품 업계·완성차 업계 그리고 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한 발 한 발 대응해 나간다면 한국 자동차 산업이 다시 한번 도약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당부했다.
코로나19가 전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지난 16일 기준 폭스바겐, BMW 등 14개 글로벌 기업의 313개 공장 중 242개가 가동 중지된 상태다. 이에 따라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은 긴급 유동성을 확보하는 등 비상경영 체제로 돌입했다.
특히 한국 완성차 판매의 63.1%를 차지하는 유럽·북미 지역의 판매딜러가 휴업하면서 이달부터 자동차산업 전반의 생산·판매 감소가 예상된다.
국내의 경우 개별소비세 감면 등의 영향으로 판매가 2.1% 소폭 늘었지만, 1∼17일 완성차 수출은 45.8%, 생산은 19.2% 감소했다. 국내 완성차업체는 수출 비중이 높기 때문에 타격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현대·기아차 해외 9개국 18개 공장 중 4개국 6개 공장이 휴업 중이며 미국, 인도 등 동반 진출한 170여개 협력업체 사업장도 정상 가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완성차와 부품업계 대표들은 정부에 신규 유동성 지원과 추가적인 내수 진작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동성을 지원하고 현행 개소세 감면에 더해 취득세 감면도 추가로 시행해달라고 요청했다.
자동차 개소세·부가가치세·관세 등 세금 납부 기한은 6∼9개월 연장하고 지난해 자동차 온실가스 기준(100g/km)을 올해도 유예 적용해줄 것을 건의했다.
성 장관은 "자동차산업의 상황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하면서 필요하면 관계부처와 함께 지원대책 마련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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