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전화 상담·처방, 원격의료 이어져선 안 돼”

의료계 “전화 상담·처방, 원격의료 이어져선 안 돼”

3000곳 넘게 참여·처방횟수 10만건 넘겨

기사승인 2020-04-22 01:00:00

[쿠키뉴스] 노상우 기자 = 정부가 지난 2월24일부터 한시적으로 전화 상담·처방을 허용한 것과 관련, 의료계에서는 ‘원격의료’로 이어져선 안 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2월24일부터 4월12일까지 종별 전화상담 및 처방 진찰료 청구현황을 보면, 전화 상담·처방에 참여한 기관은 모두 3072곳으로 총 처방횟수는 10만3998건, 진료금액은 12억8812만7000원이다. 종별로 살펴보면 ▲상급종합병원 14곳 ▲종합병원 109곳 ▲병원급 의료기관(병원·요양병원·치과병원·한방병원 포함) 353곳 ▲의원급 의료기관(의원·치과의원·한의원 포함) 2596곳이다. 

정부는 전화 상담·처방에 대해 긍정적이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차관)은 20일 브리핑에서 “국민들께서 잘 이해하시고 의료현장에서도 만성질환이나 연령대가 높은 어르신을 중심으로 비대면 진료가 적절하게 잘 활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보건의료체계의 미래를 어떻게 가져가야 할지에 대해 코로나19가 던진 여러 가지의 화두들이 있다”면서 비대면 진료 활성화가 청와대 보건의료혁신 태스크포스(TF) 논의에 포함된 것이냐는 질문엔 “일부 거론될 수는 있겠지만 이 부분이 집중돼 논의되거나 포함돼 있는지는 아직 확인 드릴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에 앞선 14일 국무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우리는 이미 우리의 비대면 산업의 발전 가능성에 세계를 선도해 나갈 역량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급부상하고 있는 상품과 서비스의 비대면 거래·비대면 의료서비스·재택근무·원격교육·배달 유통 등 디지털 기반의 비대면 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렇듯 정부가 비대면 진료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자 의료계를 중심으로 원격의료까지 허용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오기 시작했다.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장은 “코로나19라는 긴급한 상황에서 한시적으로 시행됐을뿐, 대면 진료가 원칙”이라고 못을 박았다. 김 회장은 “전화 상담이 치료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하면서 그동안 사용한 약을 재처방받는 정도로 봐야 한다. 의원급 의료기관이 전화 상담에 많이 참여한 이유는 코로나19 검사 시스템이 없었기 때문에 환자가 열이 있다고 하면 원내 감염의 우려로 협조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화 상담·처방을 많이 해보니 괜찮다, 보편화해야 한다는 의견에 우려가 크다”면서 “진료라는 것이 환자의 말로만 끝나지 않는다. 촉진, 시진 등과 함께 영상진단, 혈액검사 등도 해봐야 정확히 치료할 수 있다. 다른 증세를 놓쳐 적절한 약을 주지 못해 위험한 상황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의사의 기본 정신은 한 명의 환자도 놓치지 않고 치료하겠다는 것”이라며 “대구·경북뿐 아니라 동네보건소에 의료진들이 자원해서 코로나19 감염 차단에 나섰다. 의사라서 갔던 것이다. 자기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보면 안 된다.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임을 고려해 전화 상담·처방이 가능했을 뿐, 국민의 건강권을 고려한다면 원격의료를 밀어붙이는 건 옳지 않다”고 강조했다.

병원계 관계자도 “전화 상담을 찬성했던 건 병원 내 감염 우려로 환자가 방문하지 못하는 편의를 봐주자는 것이었다. 원격의료의 개념과는 전혀 다르다”면서 “코로나19 상황이라는 단편적인 상황만으로 원격의료를 논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편의, 진료비 등의 문제를 거들먹거리면서 원격의료 도입을 하는 것에는 반대한다”며 “시범사업·연구 등으로 검증해 국민의 건강을 지금 수준에서 할 수 있다는 전제가 우선시돼야 한다. 다만, 우리나라처럼 의료기관이 흔한 나라에서 비대면진료가 필요한지에 대한 의문도 여전하다”고 밝혔다.

nswreal@kukinews.com

노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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