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7천억 긴급 수혈받는 아시아나항공…여전히 앞길은 ‘안갯속’

1조7천억 긴급 수혈받는 아시아나항공…여전히 앞길은 ‘안갯속’

기사승인 2020-04-23 04:00:00

[쿠키뉴스] 배성은 기자 = 정부가 유동성 위기에 빠진 아시아나항공에 1조7000억원을 긴급수혈하기로 하면서 급한 불을 끌 수 있게 됐다. 코로나19 사태로 항공업계가 직격탄을 맞아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차질이 빚어지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자 채권단이 지원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당장의 급한 불은 껐지만, 아시아나항공 매각에 필요한 유상증자 등 후속 절차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22일 아시아나항공 이사회를 열고 아시아나항공 지원 안건을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두 국책은행은 코로나19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아시아나항공에 1조7000억원 상당의 한도대출을 공급하는 내용이다. 산은과 수은의 분담 비율은 7대3이다. 지원 방식은 마이너스 통장처럼 필요할 때 꺼내쓰는 한도 대출 형식인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지난해 아시아나항공에 지원한 신용한도 기한도 연장하기로 했다.

HDC현대산업개발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건은 중국에 이어 미국에서도 승인을 받아 아시아나항공이 영업 중인 6개국 중 러시아만 남은 상황이다. HDC현산 측은 각국의 기업결합승인이 종료되면 곧바로 아시아나항공의 유상증자(1조4700억원 규모)에 참여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서 빌린 차입금 1조1천700억원을 상환할 예정이었다. 또 이와 별도로 약 3000억원 규모의 추가 공모채 발행과 인수금융 등을 통해 남은 인수 자금을 마련해 이달 말 주금납입과 함께 아시아나항공 인수 절차를 모두 마무리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항공업계가 위기에 처하자 HDC현대산업개발 측은 당초 이달 말로 예정됐던 아시아나항공의 유상증자와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한 인수대금 납입을 사실상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달 말을 목표로 했던 아시아나항공 매각 일정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코로나 사태 영향으로 아시아나항공이 심각한 경영난에 빠지면서 HDC현산 컨소시엄은 '딜 클로징'(deal closing·인수계약 완료)을 서두르지 않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채권단 입장에선 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포기할 경우 더 많은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부담이 생기기 때문에 이같이 긴급 수혈을 결정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당초 HDC현산은 지난 7일 1조 5000억원 규모의 아시아나항공 유상증자에 참여해 채권단 차입금 1조 1700억원을 갚을 계획이었다지만 유상증자 날짜가 사실상 무기한 연기됐다. 

시장에서는 이번 지원에도 불구하고 HDC현산 측이 추가로 인수조건 변경을 요청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HDC현산은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 아시아나항공의 대출금 상환 연장, 금리 인하 등을 비공식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서 더 나아가 최악의 경우 HDC현산이 2500억원의 계약금을 날리더라도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포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항공산업이 최악의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HDC현산측도 큰 위험을 안고 있는 셈"이라며 "채권단이 인수조건을 어떻게 변경할지에 따라 향후 매각 향방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sebae@kukinews.com

배성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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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성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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