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김양균 기자 = 국민연금은 지난 2018년 ‘수탁자책임에 관한 원칙’(Stewardship code, 스튜어드십 코드)을 도입한데 이어, 지난해 12월 적극적 주주 활동 범위를 명시한 ‘국민연금기금 적극적 주주활동 가이드라인’을 의결했다. 그간 2, 3월 상장기업의 주주총회를 거치며 가이드라인은 잘 작동되고 있을까. 기자가 만난 전문가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우선 박창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가이드라인은 바꿀 것은 없다”고 단언했다. 박 선임연구위원은 “최소 3~4년은 운영을 하고 이후 개선의 여지가 있으면 수정 여부를 판단하는 것도 늦지 않다”고 설명했다. 학계의 반응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박경서 고려대 경영대 교수는 “국민연금이 의결된 가이드라인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고 본다”며 “정부는 단계적으로 국민연금의 주주활동 범위를 확대한다고 밝히고 있어 향후 더 적극적이고 다양한 주주권 행사가 이뤄질 토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박 교수는 “당초 가이드라인이 마련됐을 때, 국민연금의 주주활동이 ‘캐스팅보트’로써의 역할을 하길 바랐다”면서 “현재 국민연금이 기업에 절대적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지 않아 경영계의 이른바 ‘경영 침해’는 ‘엄살’임이 증명됐다”고 밝혔다. 바꿔 말하면 기업지배관행 개선을 위해 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활동 범위가 앞으로 더 넓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아직 경영계를 중심으로 가이드라인에 대해 불편한 시각이 존재한다. 이에 대해 박창균 선임연구위원은 “기업 회장이 권한을 넘어선 과도한 경영권 행사를 하는 것에 기관투자자가 제지를 하겠다는 방침에 불편을 토로하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한 학계 인사도 “연기금의 적극적 주주활동은 전 세계적 추세로 중국의 국부펀드도 주주권 활동을 펴고 있다”며 “10년 전부터 재벌의 기업 지배구조 개선 시도가 이뤄졌고, 향후 10년가량 더 걸릴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이 인사는 “해외자본의 우리기업에 대한 ‘약탈적 행위’에 대해 국민연금이 중립적 태도만을 취하고 있을 시 어떻게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정리하면 국민연금에게 가만히 있으라는 것은 해외의 주주행동주의, 다소 거칠게 표현하자면 약탈적 자본의 기업 사냥에 우리 기업들이 아직 취약한 만큼 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활동이 기업에 있어 ‘마지노선’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박경서 교수는 해외 연기금의 주주권 활동 및 가이드라인과 관련, 우리나라와 같은 문제제기는 찾아볼 수 없다고 말한다. 그는 “기업 경영자의 사적이익 추구를 억제하는 것이야 말로 좋은 지배구조의 핵심으로, 국민연금 가이드라인의 방향은 이를 개선하자는 것”이라며 “기업경영을 위축시킨다는 주장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누리다 글로벌 자본시장 추세에 따라 국민연금이 주주활동에 동참하자 경영권을 사적으로 지키려는 반발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박창균 선임연구위원도 “일각에서 주장하는 경영권 침해의 증거가 어디 있느냐”며 “이른바 기업사냥꾼들에 해당하는 사례를 연기금에 대입하는 것은 과도하며, 논쟁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한편,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일부 기업을 중심으로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가 어려운 기업 활동을 더욱 위축시킬 수 있다는 불만도 일부 관측된다. 정말 그럴까. 박경서 교수는 기업 지배구조가 건전할수록 위기 대처 능력이 좋다고 일축한다. 박 교수는 “과거 금융위기 당시 기업지배구조가 건전할수록 기업가치 회복이 더 빨랐다”며 “국민연금기금의 의결권 행사는 기업지배구조개선을 통해 기업가치를 높이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경영자들은 외부의 경영개입으로 경영권 방어에 골몰하고, 그 방법으로 기업 가치를 높이려 한다”며 “그럼에도 미국 기업은 최고의 경쟁력을 유지하는데, 국민연금의 합리적 주주권 행사에 과도한 불편함을 토로하는 것은 ‘엄살’에 지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박창균 선임연구위원도 “국민연금기금의 적극적 주주권 행사가 기업에 해를 끼친다는 전제를 버려야 한다”며 “주주인 국민연금기금이 기업에 해를 끼치는 방향으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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