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이소연 기자 =양육비 불이행 문제 해결을 위한 법안들이 20대 국회에서 폐기될 위기에 놓였다. 양육비 미지급으로 인해 고통받는 한부모가정이 80%에 달하는 만큼 빠른 해결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양육비해결총연합회(양해연)에 따르면 23일 기준 20대 국회에 발의된 양육비 불이행 해결 관련 법안은 10건에 달한다. 각 법안은 양육비 채무자의 운전면허 제한과 출국금지, 인적사항 공개, 형사처벌 조항 신설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국가가 미성년 자녀의 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 양육비를 대신 지급하고 그 비용을 회수하는 법안도 마련됐다.
양육비 불이행 관련 법 개정 필요성에는 대부분의 정당이 공감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민주당)과 미래통합당, 민생당, 정의당 등 주요 정당 모두 21대 총선 공약에 양육비 채무자에 대한 제재 또는 처벌 조항 등을 명시했다.
그러나 양육비 관련 법안 중 단 1건도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법안 대부분은 여성가족위원회(여가위) 등 소관 상임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한 상태다. 20대 국회는 다음 달 29일 임기가 종료된다. 아직 30여일의 시간이 남았지만 법안 통과는 요원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21대 의원을 뽑는 4·15 총선 이후 국회가 사실상 휴업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양육비 이행 확보 관련 법안을 대표 발의한 정춘숙 민주당 의원 측은 “5월 임시 국회에서 법안을 논의, 통과시키는 것이 목표”라며 “앞서 여가위 소속 다른 의원들과도 법안 처리를 위한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총선 이후 분위기가 어수선하다”며 “여가위 회의를 개최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양육비 이행 관련 법안의 부재로 다수의 한부모가정은 경제적으로 고통받고 있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지난 2018년 한부모가정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8.8%가 양육비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한 번도 받은 적 없다’ 73.1%, ‘과거에는 받았으나 현재 받지 못하고 있다’ 5.7%였다.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을 시 가장 큰 처벌은 ‘감치’다. 일정 기간 경찰서 유치장에 가두는 것을 뜻한다. 양육비 미지급자가 잠적하거나 위장전입 등으로 6개월간 감치명령을 이행하지 못하면 무효가 된다. 이로 인해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부모들의 신상을 공개하는 사이트 ‘배드파더스’가 출현하기도 했다. 배드파더스에 따르면 신상공개를 통해 현재까지 147건의 양육비 미지급 문제가 해결됐다. 신상공개를 하겠다는 ‘사전통보’ 과정에서 해결된 사례도 300건에 달한다.
양해연 관계자 등은 법 제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영 양해연 대표는 “여전히 다수의 한부모 가정이 양육비 문제로 고통받고 있다. 법이 바뀌어야 이러한 상황이 변화될 수 있다”며 “일부에서는 배드파더스를 통해 양육비 문제를 자체적으로 해결하고 있다. 신상공개 등 강력한 제재가 있다면 양육비 미지급이 해결될 수 있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20대 국회 마지막까지 양육비 관련 법안의 통과를 포기하지 않겠다”고 전했다.
구본창 배드파더스 활동가는 “현재 국회에 발의된 양육비 미지급자의 운전면허를 정지, 제재하는 법안은 아무런 예산이 들지 않는다”며 “법안이 회기 종료로 폐기되기 전 20대 국회에서 해결해주길 바란다”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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