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배성은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자동차업계가 위기에 처했다. 전 세계 자동차 공장 10곳 중 7곳이 가동 중단으로 멎췄다. 국내 자동차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현대·기아자동차는 1분기 최악의 실적을 받았다. 이와 더불어 부품사 등 협력업체들도 마이너스 성장을 보였다.
현대차는 지난 23일 서울 본사에서 올해 1분기 경영실적 발표회를 통해 2020년 1분기 실적 ▲판매 90만 3371대 ▲매출액 25조 3194억원(자동차 19조 5547억원, 금융 및 기타 5조 7647억원) ▲영업이익 8638억원 ▲경상이익 7243억원 ▲당기순이익 5527억원(비지배지분 포함)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수요 위축과 공장 가동 중단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판매가 감소했다. 하지만 원화 약세의 우호적 환율 환경, 제품 믹스 개선 등의 영향으로 매출액이 증가한 것으로 해석된다. 현대차 측은 앱티브 합작법인과 관련한 약 1000억원의 기타 매출이 발생한 것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1분기 영업이익은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판매의 경우 국내 시장에서는 더 뉴 그랜저, GV80 등 신차 판매 호조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로 인한 국내공장 생산 중단, 투싼 등 일부 차종 노후화 등의 영향으로 전년 동기대비 13.5% 줄어든 15만 9061대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반면 해외 시장 판매는 급감했다. 중국, 인도, 유럽 등에서의 수요 감소로 전년 동기대비 11.1% 감소한 74만 4310대가 팔렸다. 이러한 해외 시장 판매 부진으로 인해 총 판매량은 전년 동기와 비교해 11.6% 감소한 90만 3371대에 그쳤다.
매출액은 원·달러 가치가 지난해 1분기 1125원에서 올해 1분기 1193원으로 크게 하락하면서 우호적 환율 환경이 적용하며 전년 동기 대비 증가했다. 또, 신차 및 SUV 중심의 제품 믹스 개선, 미국 시장 인센티브 축소 등도 자동차 부문 매출 증가에 기여했다. 금융 및 기타 부문 매출도 성장했다. 그밖에 일회성 요인으로 앱티브 합작법인 현물출자 관련 기타 매출 발생도 있었다.
경상이익의 경우 전년 동기대비 40.5% 줄어든 7243억원을 기록했으며, 순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42% 감소한 5527억원을 나타냈다.
1분기는 외부적인 요인으로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이지만 코로나19 여파가 2분기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수익성 악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현대차는 향후 글로벌 수요 회복 시점에 맞춰 빠른 회복이 가능하도록 유동성 관리 강화, 적정 재고 수준 유지 등 모든 역량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기아자동차는 24일 올해 1분기 매출액은 14조5669억원으로 작년 동기대비 17.1% 증가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4445억원으로 25.2% 즐었다.
원화 약세에도 불구하고 통상임금 환입효과가 있던 작년보다 크게 줄었다. 경상이익도 281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0.2% 쪼그라들었고, 당기순이익은 2660억원으로 59.0% 떨어졌다. 영업이익률은 3.1%로 전년 동기 대비 1.7%포인트 하락했다.
기아차 관계자는 “1분기는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기 전이라 중국을 제외한 지역에서는 우호적 원달러 환율, 국내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신차 효과, 제품 믹스 개선 등의 요인이 실적에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1분기 중국을 포함한 세계 도매 판매는 64만 8685대로 1.9% 감소에 그쳤다. 국내에선 1.1% 증가한 11만 6739대 해외는 2.6% 감소한 53만1946대를 기록했다. 북미권역은 판매량 19만 3052대를 기록하며 8.9% 증가했지만 유럽은 11만 7369대(-10.1%), 중국 3만 2217대(-60.7%), 러시아, 아프리카/중동, 중남미 등 기타 시장에서 19만 4272대(-2.4%), 인도 3만 9677대로 모두 감소했다.
국내는 2월에 부품 수급문제로 생산이 중단됐지만 셀토스, 신형 K5 등의 인기로 선전했다는 평가다. 미국에서도 텔루라이드가 '북미 올해의 차' 등을 수상하며 코로나19가 본격 확산하기 전까지 판매가 호조를 보였다. 인도는 셀토스와 2월 출시한 카니발이 인기였다. 반면 중국과 유럽은 코로나19 영향권에 일찍 접어들며 1분기 판매 실적이 급감했다.
기아차는 최근 지속된 주요 국가 간 무역분쟁에 이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급격한 수요 감소가 더해져 올 한해 어느 때보다 어려운 경영여건이 전망되는 가운데 신차 중심의 판매 역량 집중, 불확실한 상황에 대한 탄력적 대응으로 위기를 극복한다는 방침이다.
완성차업계가 판매 하락은 부품사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 현대모비스는 1분기 매출액은 8조 4230억원, 영업이익 3609억원, 당기순이익 3488억원이라고 24일 밝혔다. 매출액의 경우 작년 동기에 비해 3.6% 줄었고,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26.9%, 28.2% 감소했다.
특히 코로나19에 따른 완성차 생산 감소로 인해 모듈·핵심부품 부문 매출이 6조5361억원으로 5.7% 감소했다. 현대·기아차 외 수주 실적은 3억8000만 달러로 연간 계획의 14% 수준에 그쳤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이달 16일 기준 글로벌 주요 자동차 브랜드 13곳의 글로벌 공장 14개국에 설치된 공장 300곳 중 71%(213곳)가 '셧다운'(일시폐쇄) 상태로 나타났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경우 8개국에 설치한 공장 38곳 중 34곳이 문을 닫아 가동중단율이 89.5%에 달했고, 독일 다임러도 10개국에서 운영 중인 공장 27곳 중 88.9%(24곳)가 셧다운 상태로 나타났다. 그나마 현대·기아차는 35.3%로 가장 낮아 경쟁사들보다 생산 타격이 적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다동차산업협회 정만기 회장은 "앞으로도 해외 요인에 의해 국내 자동차 브랜드들의 생산 중단이나 판매 급감 우려가 크다"며 "신규 대출 확대, 기업차입 지원, 고용유지 지원금 확대 등 정부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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