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당자 재량 손쉽게 뒤바뀌는 분양가…HUG 내부지침 어디에?

담당자 재량 손쉽게 뒤바뀌는 분양가…HUG 내부지침 어디에?

"말 한마디에 200만원 인상"

기사승인 2020-05-05 05:00:00

[쿠키뉴스] 안세진 기자 =분양가 산정 관련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명확한 내부지침이 없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담당자 재량으로 분양가 산정이 손쉽게 뒤바뀌었기 때문이다.

최근 강북종합시장 재개발사업을 총괄하는 ‘강북종합시장주식회사’는 HUG로부터 기존보다 인상된 분양가 1540만원을 통보받았다. 시행사의 지속적인 이의 제기에 따른 두 번째 분양가였다.

문제는 분양가 인상이 HUG 직원 재량에 따랐다는 데에 있었다. 원칙대로라면 해당 사업장은 가격을 결정할 비교사업장이 없어 강북구 수유동 관내의 현재 아파트 평균매매가인 1300만원대 분양가로 결정된다. 하지만 담당자 재량에 따라 200만원 가량 인상된 것. 

통상 사업체들은 HUG에 분양가 심사를 의뢰할 때, 비교사업장을 근거로 분양가를 정해 제출해야 한다. HUG에 따르면 비교사업장 기준은 ‘해당 지역에서 최근 1년 이내 분양한 아파트 중에서 입지·단지규모·브랜드 중 2가지 이상의 유사 기준을 충족한 단지’다.

시행사 관계자는 “HUG 담당자는 지침을 엄격히 준수하면 분양가는 당초 1300만원대에 불과하나, 1540만원이 나온 것도 담당자가 재량을 발휘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며 “이런 재량이 시스템에 반영 가능하다면, 담당자만 잘 상대하면 분양가의 합법적 인상이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온다”고 비판했다.

앞서 시행사는 이번 분양가 산정 이전에도 이미 한차례 분양가 책정을 통보 받은 적이 있었다. 당시 시행사는 당초 같은 강북구에서 지난해 11월 분양한 ‘꿈의 숲 한신더휴(3.3㎡당 1999만원)’를 기준으로 HUG 측에 분양보증을 신청했다. 시행사가 제시한 분양가는 2010만원이었다.

하지만 HUG는 제시한 분양가를 거절했다. 대신 HUG는 옆 도봉구에서 2014년 4월 준공한 ‘북한산 코오롱하늘채(3.3㎡당 1459만원)’에 맞춰 최종 1540만원으로 할 것을 통지했다.

시행사는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있는지 HUG 측에 내부지침 공개를 요구했다. 비교사업장으로써 한신더휴가 더 적합한 단지였기 때문이다. 시행사에 따르면 코오롱하늘채는 관내가 아닌 관외 지역이었으며, 입지 차원에서도 한신더휴에 비해 적합성이 떨어졌다.

실제 수유팰리스와 한신더휴 모두 역세권과 각종 초·중학교, 관공서, 병원, 생활편의시설을 걸어서 이용할 수 있는 입지다. 가구 수도 수유팰리스 216가구와 한신더휴 203가구로 코오롱하늘채(293가구)에 비해 유사하다.

시행사 관계자는 “비교사업지 선정 우선원칙이 동일 관내인데 HUG 측은 관외 지역에서 찾았다”면서 “(HUG가 비교사업장으로 제시한) 코오롱하늘채는 (우리가 비교사업장으로 제시한 한신더휴와 비교했을 때) 고등학교와 대학교가 각각 1곳이 추가로 있었다. 입지적으로 더 탁월한 코오롱하늘채를 비교사업장으로 선정했다는 점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HUG는 분양가 산정 지침을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HUG 관계자는 “내부규정이고 심사절차인 만큼 공개할 수가 없다”며 “심사는 보증회사 고유의 영역이고 일종의 업력이나 노하우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행사의 분양보증을 맡은 HUG동부지사 측도 “홍보팀이 있는 만큼 일대일로 언론 취재에 응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시행 및 시공사가 아파트를 분양하려면 HUG의 분양보증을 반드시 받아야 한다. 해당 업체가 도산하더라도 HUG가 아파트를 분양받은 이들의 분양대금을 책임질 수 있게끔 하기 위함이다. 이에 업체는 HUG의 분양가 통제를 받아야 한다. 심사는 통상 1~2주가 걸린다. 조합은 이 보증서를 받아야 구청에 분양승인을 신청할 수 있다.

강북종합시장정비사업은 강북구 수유동 강북종합시장(5110㎡) 부지에 주상복합을 짓는 재개발 사업이다. 15층 2개동, 10층 1개동 등 총 3개동 216가구 아파트와 지하 3층~지상 1층 판매시설이 포함된다. 지난해 10월 관리처분인가를 받고 지난 2월 착공에 들어갔다. 시공은 대원이 맡았다.

asj0525@kukinews.com

안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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