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리뷰] ‘톰보이’ 내가 말하는 나의 이름은

[쿡리뷰] ‘톰보이’ 내가 말하는 나의 이름은

‘톰보이’ 내가 말하는 나의 이름은

기사승인 2020-05-05 07:00:00

[쿠키뉴스] 인세현 기자= “안녕, 나는 미카엘이야.” 새로 이사한 낯선 동네에서 처음 만난 친구가 이름을 물었다. 자연스럽게 자신을 소개한 미카엘은 또 다른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기 시작한다. 옷 빼앗기 게임부터 축구와 수영까지 뭐든 거침없는 미카엘이지만, 싱그러운 여름이 지나 개학이 다가올수록 말 못한 그의 비밀은 커져간다.

지난해 영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으로 국내에서도 크게 주목받은 셀린 시아마 감독이 세상에 내놓은 두 번째 작품이다. 셀린 시아마 감독은 첫 작품 ‘워터 릴리스’(2007)로 평단의 호평을 받은 후 다시 한번 자신의 언어를 사용한 영화를 만들었다. 이 작품으로 2011년 제61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테디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셀린 시아마 감독 특유의 감각적이면서도 따뜻한 영화 언어는 ‘톰보이’에서도 빛난다. 특히 미카엘을 비롯한 캐릭터를 대상화하지 않고, 면면을 섬세하게 비추는 방식으로 성 역할과 고정관념에 관한 질문들을 이끌어 내는 것이 큰 장점이다. 

처음 본 친구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미카엘”이라고 말한 후 흘러가는 그의 여름날들은 요란하지 않다. 미카엘의 가족은 평범하고 화목한 편에 가깝다. 아이들은 숲에서 뛰어놀며 장난친다. 하지만 이 소소한 일상은 셀린 시아마 감독이 자신의 언어로 적확하게 직조해 놓은 세계다. 관객은 화면 가득 담기는 인물들의 얼굴과 표정, 일상적인 대화와 행동에서 우리를 둘러싼 갈등과 폭력을 읽을 수 있다. 문제될 것 없어 보이는 세계가 사실은 고요하게 폭력을 안고 있는 세계일 수도 있다는 시선이다. 

사려 깊은 연출만큼 인상적인 것은 배우들의 연기다. 화장 보다 축구, 분홍 보다 파랑을 좋아하는 자신의 취향을 솔직하게 표현하기 위해 비밀을 만든 미카엘이자 로렌을 연기한 배우 존 허란의 연기가 놀랍다. 자신의 언니가 미카엘이든 로레이든 상관없는 동생 잔 역의 배우 말론 레바나, 미카엘의 이름을 묻는 리사를 연기한 배우 진 디슨도 마찬가지다. 

영화의 끝 무렵 미카엘은 다시 한번 그의 이름을 말하게 된다. 또 다른 이름과 함께 입가에 스미는 웃음은 한차례 폭풍을 지난 후에도 자신을 잃지 않은 사람의 것이기에, 비슷한 고민을 안고 살던 이들에게 위로와 용기로 다가온다. 

오는 14일 개봉. 12세 관람가.

inout@kukinews.com

인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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