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김동운 기자 = 지난달 정부와 금융당국은 코로나19로 어려워진 국내 경제 전반을 지원하기 위한 방안들을 발표했습니다. 이 중 P-CBO(회사채 담보부증권) 발행 규모를 5조로 늘린다고 밝히며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많은 기업들이 기대하고 있습니다.
기업들에게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기업들은 주로 회사채를 발행합니다. 일반 대중들이나 투자회사들은 회사채를 발행한 회사가 믿을만한지 여부를 알기 위해 신용평가사들이 제공하는 신용등급을 보고 회사채를 구매 여부를 결정합니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실물경제에 큰 타격이 오면서 국내의 많은 기업들은 신용등급 전망이 낮아지며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에 정부와 금융당국은 ‘시장안정 P-CBO’를 통해 코로나19로 회사채 발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을 지원한다고 밝혔습니다.
‘시장안정 P-CBO’란 신용등급이 낮아 회사채를 직접 발행하기 어려운 기업들을 대상으로 신용보증기금이 보증을 서주면서 신용등급을 올려주고, 높아진 신용등급을 토대로 회사채를 발행하는 것을 말합니다.
회사채는 회사의 수익에 관계없이 일정률의 이자를 지급해야 하는데, 신용등급이 낮을 경우 지급 이자(금리)를 높게 설정해야 합니다. 하지만 신용보증기금이 보증을 서주면 신용등급이 올라가 회사채 조달금리가 낮아집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P-CBO 지원대상에 포함되기만 한다면 회사채 발행이 쉬워지면서 지급 이자도 줄어드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보게 되는 것이죠.
투자자 입장에서도 P-CBO를 통한 회사채 발행은 환영할만한 일입니다. 일반 회사채는 해당 사채를 발행한 기업이 파산할 경우 이자이익은 커녕 원금손실을 피할 수 없지만, P-CBO를 통한 회사채는 해당 기업이 파산하더라도 보증을 서준 신용보증기금이 투자한 금액을 보증해주기 때문에 일반 회사채보다 훨씬 안전합니다.
정부 입장에서는 P-CBO를 발행하는데 장단점이 동시에 존재합니다. P-CBO 보증을 통해 기업들의 원활한 자금 조달을 도울 수 있고, 얼어붙은 투자자들의 마음을 녹여 시장에 돈이 돌게 만들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어려운 기업들의 위험부담과 투자자들의 투자금 보상 의무도 정부가 떠안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라 대한민국 정부 자체의 자산안정성이 나빠질 가능성도 동시에 존재합니다.
현재 정부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위기가 P-CBO 발행으로 인한 위험성보다는 시장을 살리는 것이 우선이라고 판단해서 P-CBO 발행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기업들은 우려 섞인 시선을 쉽사리 지우지 못하고 있습니다. P-CBO 지원 대상 기업 신용등급 범위가 아직 발표되지 않았기 때문이죠. P-CBO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기업들은 P-CBO 지원을 받은 회사채와 투자자들의 마음을 얻기 위한 경쟁을 펼쳐야 하는데, P-CBO 회사채보다 매력이 떨어져 자금 공급이 더 어려워질 것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P-CBO 지원 확대를 결정한 만큼 과감해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적재적소에, 과감하게 풀리는 P-CBO는 투자처를 찾는 투자자들에게도, 자금이 필요한 기업에게도 가뭄의 단비와도 같다는 것이죠.
하지만 P-CBO 지원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신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난 2008년처럼, 높은 신용등급의 기업들만 대상으로 P-CBO를 풀게 된다면 대기업은 살더라도, 정작 자금지원이 절실한 중소기업들은 더욱 더 어려워 질 수 있기 때문에 회사채 발행을 위한 여러 가지 방안도 함께 모색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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