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이제훈 “윤성현 감독? ‘인간 이제훈’ 가장 잘 아는 사람이죠”

[쿠키인터뷰] 이제훈 “윤성현 감독? ‘인간 이제훈’ 가장 잘 아는 사람이죠”

이제훈 “윤성현 감독? ‘인간 이제훈’ 가장 잘 아는 사람이죠”

기사승인 2020-05-07 07:00:00


[쿠키뉴스] 이준범 기자 = 누구에게나 배우 이제훈을 처음 본 순간이 있다. 누군가는 영화 ‘고지전’의 젊은 대위 신일영 역할로, 누군가는 영화 ‘건축학개론’에서 납득이(조정석)의 연애 코치를 받는 승민 역할로, 아니면 tvN ‘시그널’의 2016년 형사 박해영으로 이제훈의 처음을 기억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강렬한 기억을 가진 건 ‘파수꾼’의 반항적인 고등학생 기태로 이제훈을 처음 만난 관객일 가능성이 높다. 데뷔작도 아닌 ‘파수꾼’으로 2011년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이제훈은 9년 동안 드라마와 영화를 넘나들면 다양한 작품에서 활약했다.

‘파수꾼’을 연출한 윤성현 감독의 차기작인 영화 ‘사냥의 시간’에서 이제훈을 만나는 건 그래서 자연스럽다. 두 사람은 영화 작업을 마친 이후에도 절친한 사이로 지냈다. 최근 온라인 화상 인터뷰로 만난 이제훈의 말을 듣고 있다 보면, 두 사람이 단순한 감독과 배우를 넘어선 관계처럼 느껴졌다. 단단하게 서로의 영화 여정을 함께하는 

“‘파수꾼’ 이후 배우로서의 모습뿐 아니라 ‘인간 이제훈’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누굴까 하면 윤성현 감독 같아요. 가깝게 지내면서 이야기를 많이 나눴어요. 어떤 영화를 만들 것인지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를 한 형제 같은 사이예요. 그러니까 솔직히 윤 감독이 저한테 뭐라고 얘기할 필요가 없는 거죠. 그냥 눈빛만 봐도 그가 원하는 것이 나왔는지 아닌지를 알 수 있었거든요. 만약 그가 만족하지 못한다고 하면, 제가 더 할 수 있다고 자처해서 여러 번 찍기도 했을 정도예요. 그가 느끼는 감정의 소용돌이가 느껴지는 것 같아요. 나를 지켜봐주고 방향을 지지해주고 밀어주는 영화적 동지를 얻은 것만 해도 제가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그의 세 번째, 네 번째 작품에도 출연하고 싶은 바람이 있습니다.”

‘사냥의 시간’에서 이제훈이 연기한 준석은 ‘파수꾼’의 기태와 언뜻 겹쳐 보인다. ‘파수꾼’에서 함께 했던 배우 박정민과 대화를 나누는 장면을 예사롭지 않게 본 관객도 많을 것이다. 정작 이제훈에겐 ‘파수꾼’의 잔상은 없었다. ‘사냥의 시간’의 준석에게 완벽히 몰입하기 위해 캐릭터 분석을 넘어 자신을 캐릭터에 입혔다.

“준석의 목표의식에 대해 이입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그가 보여주는 수단과 방법이 옳고 그름을 떠나서 자신이 꿈꾸는 곳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가진 인물이거든요. 준석이를 분석하고 파악하기보다 그가 가진 꿈과 목표에 저를 계속 투영하면서 갔어요. 영화가 초반엔 하이스트 무비로 가다가 중반부부터는 미스터리 스릴러 구조로 쫓고 쫓기는 입장이 돼요. 그 때는 굉장히 무섭고 두려운 생각, 고통들을 제안에 계속 심었어요. 예를 들면 킬러인 한(박해수)이 제 머리에 총을 겨누는 장면이 있어요. 그 순간에 전 진짜 총에 총알이 들어있고, 손가락을 당기기만 하면 총알이 발사돼서 죽는다고 생각했어요. 내가 촬영하다가 죽을 수 있어, 어떻게 해야 하지, 막아야 하나 피해야 하나 등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죠. 뭔가를 할 수 없는 상황이니까 죽음을 계속 느끼려고 했던 것 같아요. 어떻게 연기할지 계획도 없었어요. 제가 그렇게 연기하게 될 줄도 몰랐고요.”

이제훈은 ‘사냥의 시간’에서 함께 연기한 배우 안재홍, 최우식, 박정민, 박해수를 두고 “또 한 명의 영화 동지를 얻었다”고 했다. 베를린영화제에서 1600명 관객의 기립박수를 받으며 “온몸에 전율이 일어나는 걸 오랜만에 느꼈다”고도 했다. 이제훈은 영화와 연기를 통해 많은 것을 보여주고 또 받고 있다. 여전히 연기에 재미를 느끼는 이유이기도 하다.

“전 영화를 좋아해서 배우를 선택한 것보다, 배우가 되고 싶어서 도전했고 지금까지 온 거예요. 배우는 캐릭터를 만나기 위해 사람을 연구해요. 사람과의 관계나 가족과 친구들, 그리고 직장이 될 수도 있고 그것들이 사회를 형성하고 세상이 되잖아요. 그러면서 제 시각이 많이 넓어졌다고 생각해요. 누군가를 볼 때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자세를 갖게 됐죠. 저라는 사람도 성장하는 부분이 있다고 느껴요. 그래서 저를 오히려 가둬둔다기보다 열린 마음으로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걸 즐기게 된 것 같고요. 그들이 제 연기에 영향을 주는 것이 연기하는 재미인 동시에 사람과 세상을 알아가는 과정인 거죠. 그 점이 흥미롭다고 생각해요. 많은 사람과 많은 캐릭터를 만나면서 작품 속에 존재하고 싶은 사람이라고 느껴요.”

bluebell@kukinews.com / 사진=넷플릭스 제공

이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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