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배성은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도 불구하고 국내 수입차 시장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26% 성장하며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메르세데스-벤츠를 비롯한 일부 수입차 회사들의 배출가스 조작 사실이 확인되면서 5월 판매량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는 4월 수입 승용차 신규등록 대수가 2만2945대로 작년 같은 달보다 25.9% 증가했다고 7일 밝혔다. 코로나19 여파로 국내 산업계 전반에 타격이 컸지만 오히려 수입차 시장은 두 달 연속 판매량이 증가했다.
벤츠는 4월 총 6745대를 팔아 전년 4월보다 판매가 3.1% 증가해 1위 지키기에 성공했다. 올해 초 출시한 CLA 250 4매틱(706대)를 비롯해 E 300 4매틱(673대), GLC 300 4매틱(613대), E 250(608대), C 200(423대) 등 베스트셀링카 상위 10위권에 절반을 차지하며 왕좌로서의 위엄을 과시했다.
BMW는 전년 동기 대비 58.8% 성장한 5123대를 팔아 2위에 머물렀다. BMW 5시리즈 가솔린 모델이 687대가 팔려 수입차 베스트셀링카 2위에 올랐다. 디젤 모델인 520d는 220대, 하이브리드 모델인 530e는 228대 판매되며 꾸준한 인기를 보였다.
아우디(2043대), 폭스바겐(1345대), 쉐보레(1133대), 볼보(1128대) 등이 그 뒤를 따랐다. 특히 포르쉐(1018대)는 작년 4월보다 3배 넘게 팔려 1000대 판매 벽을 넘었다. 미니(908대), 포드(631대), 지프(560대)도 1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반면 일본차 브랜드들은 여전히 판매 부진을 이어갔다. 일본 브랜드 판매는 총 1259대로, 작년 동월 대비 64.4% 쪼그라들었다. 렉서스(461대)와 토요타(309대)가 각각 68.3%, 62.8% 급감했고, 혼다(231대) -68.6%, 닛산(202대) -34.2%, 인피니티(56대) -73.5% 등도 판매가 크게 줄었다.
고가 모델인 마세라티(79대)는 작년 동월보다 51.9% 증가했고, 초고가 브랜드 람보르기니(26대)는 18.2% 늘었다. 벤틀리는 17대, 로스로이스는 10대 등 판매됐다.
'코로나19 무풍지대'라고 불릴 정도로 국내 수입차 시장 판매량이 고고행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벤츠를 비롯한 일부 수입차 브랜드들이 배출가스 조작이 사실로 확인되면서 수입차 판매량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지난 6일 환경부는 벤츠코리아, 한국닛산, 포르쉐코리아가 국내에 판매한 경유차량 14종, 총 4만381대에서 배출가스 불법조작 사실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이달 중으로 이들 차량의 배출가스 인증을 취소하기로 했으며, 과징금 부과와 형사고발 등의 조치를 결정했다.
과징금은 가장 많은 차종이 적발된 벤츠에 776억원, 닛산과 포르쉐에는 각각 9억원, 10억원이 부과된다. 특히 벤츠의 과징금은 환경부가 경유차 배출조작으로 부과한 금액 중 역대 최대다.
국내에서 배출가스 불법 조작이 적발된 것은 2015년 11월 아우디폭스바겐의 경유차 15종을 시작으로 이번까지 일곱 번째로, 벤츠는 이번이 첫 적발 사례다.
벤츠의 불법조작은 2018년 6월 독일에서 먼저 확인됐다. 당시 독일 정부는 벤츠의 모기업인 다임러에 배기가스 조절 장치가 불법조작된 벤츠의 경유차 23만 8000대를 리콜하라고 명령했다.
환경부도 독일 교통부의 불법 조작 문제 제기 직후 국내에 판매된 해당 차종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고, 다른 차종까지 확대해 지난달까지 조사를 진행했다.
환경부 조사 결과 벤츠 경유차 12종은 차량 주행 시작 후 운행 기간이 증가하면 SCR 요소수 사용량을 감소시키거나 EGR 가동률을 낮추는 방식의 조작이 이뤄졌다. 실제 도로를 주행할 경우 배출되는 질소산화물은 실내 인증 기준(0.08g/㎞)의 최대 13배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닛산과 포르쉐의 배출가스 불법 조작은 이미 불법 조작이 적발된 유로6 차량과 동일한 제어 시스템이 적용된 이들 회사의 유로5 차량까지 조사를 확대한 결과 확인됐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수입차 시장 1위의 벤츠의 배기가스 조작 사건으로 고객 이탈 현상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들이 다른 수입차 브랜드로 옮겨갈지, 아에 구매를 포기할지는 지켜봐야할 듯"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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