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한성주 기자 = ‘인보사케이주’부터 ‘메디톡신주’까지 왜 식품의약품안전처 관리는 허점투성이일까?
국산 보톡스 1호 메디톡신주는 제품의 원액과 역가 정보를 조작했다는 의혹으로 품목허가 취소 위기에 놓였다. 식약처는 지난달 17일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톡신 메디톡신주 50·100·150 단위 제품에 대한 잠정 제조·판매·사용 중지를 알리는 안전성서한을 내고 품목허가 취소 절차에 착수했다.
메디톡신주를 둘러싼 의혹은 공익신고를 통해 밝혀졌다. 지난해 5월, 3명의 공익신고자는 국민권익위원회에 메디톡스가 메디톡신주 제조 과정에서 시험성적서를 조작했다고 제보했다. 검찰 수사 결과 2012년12월부터 2015년6월까지 일부 제품 생산 과정에서 위법이 발생한 사실이 드러났다. 검찰은 메디톡스에 ▲무허가 원액을 사용한 제품 생산 ▲원액 및 역가 정보 조작을 통한 국가출하승인 취득 ▲허가 내용 및 원액의 허용기준을 위반해 제품을 제조·판매하는 등 약사법을 위반한 혐의를 적용했다. 회사는 식약처의 조치에 불복, 법원에 집행정지 신청 및 취소소송을 제기했지만 기각됐다. 회사는 6일 항고장을 접수한 상태다.
메디톡신주는 지난해 바이오업계 화두였던 인보사케이주를 상기시킨다. 코오롱생명과학의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케이주는 사람 연골세포가 담긴 1액과 형질 전환 세포가 담긴 2액으로 구성된 주사액이다. 지난 2017년 국내 첫 유전자 치료제로 식약처의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2액의 형질 전환 세포(TC)가 연골유래세포가 아닌, 종양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신장유래세포(293유래세포)라는 사실이 드러나 품목허가가 취소됐다.
인보사케이주의 원료가 뒤바뀌었다는 사실이 확인되자,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미국 내 임상시험 잠점 중단을 통보해 왔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도 검찰 조사가 이뤄졌다. 검찰은 회사가 허가 성분과 다른 성분으로 약품을 제조·판매한 것에 대해 약사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또 식약처 허가 과정에서 허위 자료를 제출하고, 계열사 상장에도 이 허위 자료를 활용한 것에 대해 각각 위계공무집행방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와 회사 임직원들에 대한 재판은 현재 진행 중이다.
메디톡신주와 인보사케이주 모두 ‘국내 최초’ 타이틀을 달고 바이오의약품 시장에 등장해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허위 자료를 식약처에 제출했다는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으며 곤욕을 치렀다. 두 사건 모두 식약처 검사가 아닌, 외부 요인에 의해 혐의가 밝혀졌다. 즉, 두 제품에 대해 식약처는 허가 과정에서 허위 사항을 걸러내지 못했고, 시판 후에도 불법 행위를 적발하지 못한 것이다.
규제혁신뿐 아니라 관리혁신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 조언이다. 식약처가 국산 바이오의약품에 유독 관대했던 게 아닌지 복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규진 인하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근본적으로 식약처의 역할에 대한 재정립이 필요하다”며 “식약처는 약품의 안전성과 효과성을 명확히 검증·규제하는 기관이지, 업계의 조력자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인보사나 메디톡신 이외에도 크게 공론화되지 않았지만 허가·품질관리 관련 문제들은 그동안 고질적으로 상존했다”며 식약처의 의약품 관리 제도 개·보수가 더뎠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식약처는 의약품 관리체계를 보완해 재발을 방지한다는 계획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위해도가 낮은 의약품에 대해 서류검토만으로 국가출하승인을 하는 현 체계를 개편할 예정”이라며 “위해도 1등급 의약품이라도 식약처가 무작위로 시험검사를 진행해 서류 조작을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데이터 변경이력을 추적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해 수기작성 자료와 사진과 같이 조작 가능성이 큰 항목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설명했다.
한편, 두 회사는 각 사안에 엄연한 차이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코오롱생명과학 관계자는 각 제품에 위법 행위가 발생한 시점을 짚었다. 그는 “회사가 인보사케이주 성분 중 일부 세포 유래를 착각한 것은 분명한 과오”라면서도 “자사는 20년간 일관되게 인보사케이주를 개발·연구해 왔고, 최근 FDA도 임상 재개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타사에 대한 논란을 언급하기 조심스럽지만, 메디톡스의 경우 문제가 된 제품을 일정 기간 생산하다가 다시 정상 제품을 생산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품목허가 당시의 불법성을 언급했다. 그는 “인보사케이주는 잘못된 정보를 제출해 품목허가를 취득했다”며 “메디톡신의 품목허가는 법적 문제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메디톡신은 부작용 사례나 위해성 우려가 한 차례도 보고되지 않았다”며 “인보사케이주도 부작용과 관련해서는 억울한 측면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두 사건이 함께 거론되는 상황이 당황스럽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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