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사냥의 시간’ 최우식 “아직까진 연기가 일로 느껴지지 않아요”

[쿠키인터뷰] ‘사냥의 시간’ 최우식 “아직까진 연기가 일로 느껴지지 않아요”

‘사냥의 시간’ 최우식 “아직까진 연기가 일로 느껴지지 않아요”

기사승인 2020-05-08 07:00:00


[쿠키뉴스] 이준범 기자 = 제법 무게감이 생겼다. 칸 영화제와 아카데미를 동시에 휩쓴 영화 ‘기생충’에서 맏아들 기우 역할을 훌륭히 소화한 최우식은 ‘사냥의 시간’에서 욕과 담배를 입에 달고 사는 기훈 역할로 변신했다. ‘가진 것은 의리뿐인 반항아’라는 캐릭터 설명처럼 지금껏 한 번도 입지 않은 옷을 입었다. 그럼에도 위화감은 없었다.

어느 관객에게 ‘사냥의 시간’(감독 윤성현)은 배우 최우식의 새로운 면을 발견할 수 있는 영화로 기억될 수 있다. 최근 온라인 화상 인터뷰로 만난 배우 최우식 역시 캐릭터 변신을 출연 계기로 꼽았다. 또 함께 출연한 동료 배우 이제훈, 안재홍, 박정민 등의 존재도 큰 이유였다.

“기훈은 제가 여태까지 연기하면서 안 보여줬던 모습이라고 생각해요. 예전까진 ‘삐약삐약’ 하는 느낌의 병아리 이미지가 셌잖아요. 그래서 사람들이 영화에서 제가 욕을 할 때 놀라는 반응도 좋았어요. 제가 소화할 수 있는 거친 이미지를 보여줄 수 있는 좋은 역할이었다고 생각해요. 제 몸이 우락부락하지도 않고 수염이 잘 어울리지도 않잖아요. 그렇게 거친 모습은 못하지만 기훈처럼 반항적인 모습은 보여줄 수 있겠다 싶어 욕심도 났어요. 어디로 튈지 모르겠는 모습도 있고요. 캐릭터도 중요했지만 같이 연기하는 형들이 진짜 제 버킷리스트였어요. 이 형들과 같이 한 작품에서 작업하는 경험이 저한테는 크게 다가왔거든요.”

최우식은 자신이 맡은 기훈 캐릭터의 비하인드 스토리도 들려줬다. 감독이 처음 생각했던 기훈의 이미지는 할리우드 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20대 시절 모습이었다. 키가 크고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지만, 의리를 더 중시하는 캐릭터였다는 것. 하지만 최우식은 “제가 해서 그 장면이 안 나왔다”고 말하며 웃었다. 그가 더 집중하려고 했던 건 이미지가 아닌 거친 연기였다.

“기훈을 연기할 때 제일 크게 걱정한 건 ‘어색하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이었어요. 전 잘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욕심내고 도전해보고 싶었어요. 하지만 대중이 봤을 때 어색하고 불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잖아요. 그렇다고 거친 모습을 덜 보여주면 캐릭터를 잘 못 풀게 된 거고, 오버하면 그것도 부담될 것 같았죠. 그 중간에 알맞게 한다는 점이 고충이었어요. 혼자였으면 또 모르겠는데 친구들 사이에서 해야 하니까 자연스럽게 하려고 형들이랑 더 친해졌고요. 감독님과도 친한 동네 형 느낌으로 편하게 질문하고 소통할 수 있는 현장이었기 때문에 고충이 있었지만 재미있게 잘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최우식이 출연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할 만큼 ‘사냥의 시간’에 출연하는 배우진은 화려하다. 최우식은 그중에서도 이제훈에게 현장에서의 존재감을 보며 많은 생각을 했다. 짧은 출연 분량에도 캐릭터를 선명하게 연기한 박정민의 모습에도 감탄이 나왔다.

“이제훈 형과 찍을 때 많이 배웠어요. 다른 현장에서도 제가 선배님들에게 많이 기대고 선배님들이 후배들을 위해 잘 컨트롤해주세요. ‘사냥의 시간’ 현장에선 제훈이 형이었어요. 주인공을 맡아서가 아니라 진짜 동료를 챙기는 동료의 느낌으로 현장에서 고생을 많이 했거든요. 나중에 나도 연기만 잘하는 게 아니라 현장에서 다른 배우들이 더 편하게 연기할 수 있게끔 만들어주는 인물이 돼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연기적으로도 보면서 많이 배웠어요. 특히 박정민 형이 했던 상수 역할은 ‘이렇게 해석했구나’ 생각이 들 정도였죠. 대본에는 왜소하고 힘없는 느낌이었는데, 정민이 형이 완전히 재해석해서 입체감 있게 만든 게 정말 신기했어요. 적은 장면에서 확 보여주는 파워가 정말 멋있더라고요.”

최우식은 지난해 5월 ‘기생충’ 인터뷰로 만났을 때와 달라진 점이 없었다. 인상을 쓰면 조금이라도 더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려 노력했고, 아직 부족한 게 많다며 겸손해하는 모습도 그대로였다. 특히 인터뷰 내내 연기에 대한 생각을 말하고 그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다행히 아직까진 연기가 일로 느껴지진 않는 것 같아 정말 다행이에요. 아직은 누가 뭐라고 해도 제가 하고 싶고 좋아하는 역할을 해요. 앞으로도 제가 하고 싶은 연기를 하고 싶어요. 또 연기할 때 과정이 즐거운 사람들과 일하는 것도 중요해요. 결과도 중요하지만 영화를 만드는 과정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카메라 앞에서 연기를 할 때 일이란 생각이 안 들 정도로 놀 수 있는 배우들과 다시 하는 게 목표고요. 지금 구체적으로 이런 연기를 해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건 없어요. 다만 예전에 제가 대사도 신경쓰지 않고 카메라 앞에서 놀 때가 있었거든요. 그때로 돌아가서 제가 자신 있는 촐싹거리는 연기도 다시 해보고 싶어요. 지금 전 정말 행복하게 일을 잘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bluebell@kukinews.com / 사진=넷플릭스 제공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이준범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