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맹수 원광대 총장 취임 500일…"학교 이전 없어…지역과 상생해야"

[인터뷰] 박맹수 원광대 총장 취임 500일…"학교 이전 없어…지역과 상생해야"

기사승인 2020-05-08 13:55:24
박맹수 원광대 총장이 지역과의 상생을 강조하고 있다.

[익산=쿠키뉴스] 소인섭 기자 = 어찌된 영문인지 박맹수 원광대학교 총장은 '부모님을 닮지 못한 자식'이란 뜻의 '불초소생'이란 수식어를 썼다. 취임 500일을 넘긴 그는 "불초소생 박맹수가 부덕하고 역량이 딸림에도 취임 502일째를 맞았다"고 말했다. 7일 있었던 일이다. 박 총장은 대과없이 달려 올 수 있었던 것은 주변의 조언과 지적 덕분이라며 감사 인사를 했다. 박 총장이 말한 '대과없이'는 대학이 지역사회에 녹아 있어야 한다는 소신에 근접해 있고 적자폭을 줄였으며 중국과의 연계 강화, 구성원과 이사회의 지지 등을 말함일 것이다. 여기에 인문학 계열을 전공한 총장이 이끄는 사립대가 극히 적은 현실에서 무난하다는 세평도 당연히 들어 있다.

박맹수 총장은 나라의 운명을 논하게 한 코로나19 상황부터 언급했다. 그는 지난 1월 말 원광대병원서 치료를 받던 의심환자가 도내 첫 확진자로 기록됐지만 적절한 대응으로 위기를 넘겼고 운도 따랐다고 했다. 코호트격리 위기를 넘겼다는 말로 급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코로나19 위기는 대학에 엄청난 기회를 줬단다. 코로나19 방역은 전국 대학 최초로 총장이 상황실장이 돼 진두지휘했다. 때마침 중국 상황이 급박해지자 원광대는 8개 자매 대학에 비축했던 마스크 8천매를 1천매씩 보냈다. 그러데 불행히도 열흘만에 국내 상황이 위급해지면서 난리가 났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당시 도움을 받았던 중국 대학들이 10배로 돕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내에서 원광대에 대한 이미지가 좋아졌을 것이란 추측은 쉽게 할 수 있다. 중국 유학생 규모가 현재 440명인데, 2022년이 되면 아마도 지금보다 두 세배는 늘어날 것으로 박 총장은 기대했다.
전국 대학 최초로 총장이 국제교육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유학생 유치 기반을 조성해 나가고 있어 그 힘이 발휘될 것이다.
유학생의 양적 확대 뿐 아니라 교육 콘텐츠를 강화해 좋은 학생이 오도록 하고 이탈도 되지 않도록 하는 방안도 강구중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분위기가 사뭇 달라진 중국과는 교류를 강화해 유학생을 유치하고 학교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생각도 비쳤다.

중국 유학생 이야기는 꼬리를 물었다. 유학생 90% 이상이 석·박사 과정일 만큼 원광대는 이미 차세대 중국 인재 양성의 요람이 되고 있다고 자랑했다. 그의 말을 빌면 중국 대학에는 석사학위만을 가진 교수가 많단다. 대한민국 원광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사람들이 더욱 많은 대학에 포진하게 될 것이고 이는 많은 지한파를 갖게 되는 그림을 그릴 수 있다.

중국 유학생이 많은 것은 중국과 수교 이전부터 전임 총장들이 교류의 끈을 연결했고 유지해 왔기 때문이란다. 이렇게 배출된 인재들이 학교와 공산당 간부로, 기업에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어서 학교 뿐 아니라 전북 지역사회도 유학생들에 대해 공을 들여야 한다는 논리다. 관리 리스트도 있단다.

중국을 비롯한 유학생 이탈 방지는 학교의 해묵은 숙제다. 박 총장은 대구대학교를 예로 든다. 김상호 총장은 박 총장과 고향이 같은 전남으로 고교(용산고)까지 동창이다. 그런데 1천명이나 되는 유학생을 어떻게 관리할까. 대학은 중국 현지에서 직접 선발해 온단다. 관리가 비교우위인 것은 자명한 일이다.
그러나 원광대는 의욕이 앞선 나머지 부실한 유학원과 연결이 됐고 유학생 이탈은 현실화했다. 박 총장은 유학생 뿐 아니라 다른 국가와의 교류에 있어 더 이상 실수는 없을 것이라고 못을 박는다. 자신을 '돌다리도 두드리다가 안 건너는 스타일'이라면서, 다시 실수하지 않으려면 99.9% 확신이 있을 때 해야한다고 했다. 그래서 제도를 정비하고 관련 인프라를 구축하며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일이 선결 과제라고도 했다.

비대면 수업이 코앞이다. 대학은 11일 실험실습 교과목 전체를 대상으로 대면수업을 시작해 18일 수강생 25명 미만 교과목, 25일에는 모든 수업을 대면으로 하게 된다. 박 총장은 안전하게 지켜온 대학을 학생과 학부모가 걱정하기 않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겠다고 밝혔다.

학교 이전설이 끊이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단호히 '노'라고 했다. 지역과의 상생은 자신의 4개 대학 경영방침 가운데 하나인데, 이는 대학의 존재의 이유라고도 말했다. 글로벌(대학으로 성장하고)과 연구비 수주를 위해 소규모 센터를 수도권에 둬서 익산 본캠퍼스 약점을 보완하고 도와주는 방식의 구상은 했지만, 전북 익산을 버리고 떠난다는 것은 있을 수 없고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거듭된 질문에서 박 총장은 메인 단과대를 옮기는 것은 통째 옮긴다는 것인데 이는 누가봐도 어리석은 일이라고 더이상 언급을 말렸다.
그러면서 역설적으로 이전할 수 있게 돈 좀 달라고 했다.
수도권에는 연구시설과 산학협력관을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교수의 질은 교수 연구력에서 나온다는 점을 강조한 박 총장은 제도개선과 투자에 힘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외부 연구비 수주가 크게 늘었는데 이는 '연구개발지원실'과 '교육혁신단' 조직 신설과 유관해 보인다.

그는 갑자기 책 이야기를 꺼냈다. 올 해 낸 공저 '새롭게 쓴 한국 독립운동사 강의' 소개에 꽤 많은 시간을 들였다. 그가 회장을 맡았던 한국근현대사학회가 엮은 것으로 '국내 최고 학자' 18명이 참여했단다. 박 총장은 '일제강점기 통치의 성격과 특징'이란 챕터를 썼다.
박 총장은 일제 36년간의 우리 독립운동사를 일목요연하게 편찬하자는 제안(아마도 학회장 재임시)을 했고 지난 3년간 작업의 결과물을 최근 내놨다.
책에는 최초 여성운동가들을 망라했는데 공무원시험과 한국사 시험에서 독립운동사 문항은 이 책에서 나온다고 자랑했다. 사비로 준비했다는 책을 기자들에게 내놓은 박 총장은 문재인 대통령 여름 독서 목록에 이 책이 포함되기를 희망했다.

음악과 폐과를 결정하고 내년부터 신입생 모집을 중단하게 된 것에 대해서는 송구함을 말했다. 내년도 교육부의 대학기본역량진단평가를 앞두고 경쟁력 없는 학과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이뤄진 폐과 결정까지에는 수많은 소통의 시간이 있었다고 했다. 개인의 신념과 조직의 논리 충돌로 애를 먹었다. 총장은 학교의 안과 밖을 총괄해야 하는 입장이지만 너무 힘들고 괴로웠다고 했다. "죄송하다"고 했다.
하지만 음악과 폐과는 음악의 단절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음악이란 전공이 절대 사라지는 일이 없도록 제도적.행정적 노력을 하겠다고 했다. 그렇다고 음악과 부활을 뜻하는 것은 아니란다. 실용음악 등 기적의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중론을 모아 볼 것을 관련과에 전달해 놨단다. 과 부활은 아니지만 새로운 형태로 부활할 여지는 남겨놨다.

적자경영에 종지부를 찍는 일은 그의 또다른 과제다. 지난해 비록 24억 적자를 기록했지만 희망을 봤다. 전년도 108억을 감안하면 적자폭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허리띠를 졸라매 준 보직교수들에게 송구하다는 말을 전했다. 올 흑자경영 목표는 그러나 코로나19 영향이 어디까지 미칠지 몰라 가늠하기 어렵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인문학자가 경영을 알겠느냐'는 초기 우려는 180도 달라진 것 같고 이사회도 전폭적 신임으로 돌아 섰다고 말했다.

적자경영속에서도 구성원 처우개선에 관심을 기울인 것은 다 뜻한바 있다. 교수를 제외한 일반직원을 위해 혁신수당을 신설해 사기를 높였고 소대장격인 학과장(70여명)에게 정보비를 지급하게 한 것은 큰 성과다.
학과장의 경우 그의 표현대로라면 '가장 띄워줘야 할 보직'인데 신입생 유치와 취업지도, 중도이탈을 막는 '최일선 전사들'이라고 했다.

지역대학의 태생적 한계가 있는데 바로 중도이탈이란다. 지난 해 1천450명이 이탈해 등록금 감소액만 100억이 넘는단다. 흑자경영을 외친 그로서는 난감한 일이 아닐 수없다.

언론에 대한 기대도 있었지만 서운함도 말했다. 그는 지난해 발생한 익산 대학가 원룸 사기 피해 사건을 보도하며 '원광대 원룸사건'이라 한 것을 두고 한 말이다.
변호사 배출 성과는 반전드라마라고 했다. 지난해 합격자가 전국 25개 로스쿨 가운데 최하위였으나 올해는 51명 배출해 크게 상향했고 내년 목표는 15위로 잡았다.

박 총장은 지역과 대학이 사는 아젠다로 홀로그램 기술 개발 사업 등을 제시하면서도 전북도민과 익

박맹수 총장 등 18명이 같이 쓴 독립운동사.

산시민의 절대적 애정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박 총장은 철저함 뒤에는 "뒷조사를 하고 신상도 털어달라. 털려는 사람이 없더라"고 할만큼 소탈하다. 달변이며 현장에서는 소통의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

원불교 교무인 박맹수 원광대 제13대 총장은 전남 태생으로 용산고와 원광대 원불교학과를 졸업한 뒤 한국과 일본에서 문학박사와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임기는 2022년까지 4년이다. 저서로는 한

국독립운동사강의를 비롯해 문명의 대전환과 후천개벽, 인문학 특강(이상 공저) 등 여러권이 있다.

isso2002@kukinews.com

소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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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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