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조여오고 거래정지까지… 억울하다는 신라젠, 과연?

수사 조여오고 거래정지까지… 억울하다는 신라젠, 과연?

미공개 정보 이용 주식거래·가장납입·상장폐지 의혹 사면초가

기사승인 2020-05-14 00:00:02

[쿠키뉴스] 한성주 기자 = "억울하다."

문은상 신라젠 대표이사가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지난 12일 전격 구속된 이후 신라젠의 속내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서정식 부장검사)는 8일 문 대표와 페이퍼컴퍼니로 알려진 크레스트파트너 대표 A씨에 대해 자본시장법 위반(사기적 부정거래), 특경법상 배임죄 등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다만, 법원은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검찰이 신라젠에 대해 제기한 혐의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주식거래 ▲페이퍼 컴퍼니를 통한 가장납입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여부 등이다. 이에 대해 회사는 왜곡된 정보가 확산되고 있다며 부인했다.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주식거래 의혹= 신라젠은 지난해 8월2일 미국 데이터모니터링위원회(DMC)로부터 면역항암제 후보물질 ‘펙사벡’(Pexa-Vac)의 간암 환자 대상 임상시험을 중단하라는 무용성 평가 결과를 통보받았다. 무용성 평가는 장기간·중증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되는 임상시험에서 신약후보물질의 효과성을 중간 점검하는 과정이다. 펙사벡의 무용성 평가 기준은 임상에 참여한 600명의 말기 간암 환자 중 사망자가 192명(40%) 이상 발생할 경우로 설정됐으며, 펙사벡은 지난해 3월 이 기준을 충족했다.

펙사벡 임상 중단이 발표된 날을 기점으로 신라젠의 주가는 4만4550원에서 3만1200원으로 급락했다. 그런데 문 대표는 이 발표에 앞서 자사 주식을 대량 처분했다. 이에 문 대표가 펙사벡의 임상 실패 사실을 알고, 미리 주식을 처분해 손실을 회피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신라젠은 사건의 타임라인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며 반박했다. 문 대표가 주식을 매각한 시점은 지난 2017년 12월28일, 2018년 1월2일~3일 등 3차례다. 그런데 신라젠이 펙사벡의 무용성 평가 결과를 통보받은 시점은 20개월 뒤인 지난해 8월1일이다. 신라젠이 지난해 3월 펙사벡이 무용성 평가 기준을 충족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의혹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즉, 문 대표의 주식 처분과 펙사벡 임상 좌절 사이에는 최소 15개월, 최대 20개월의 시간차가 벌어진다. 신라젠 관계자는 “대표가 예언가도 아닌데, 20개월 뒤에 나올 평가 결과를 예측해 주식을 미리 처분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이 관계자는 문 대표가 납세를 위해 주식을 처분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자사는 부산지방국세청으로부터 2017년12월 1700억대 세금을 납부하라는 지시를 받고 이를 주식으로 현물 납부하려 했지만, 국세청에서 불가하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문 대표의 주식 처분과 신라젠에 대한 과세는 같은 시기에 일어난 일이고, 펙사벡 임상 중단은 먼 미래에 벌어진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표와 같은 혐의로 구속 중인 곽병학 전 감사와 이용한 전 대표이사에 대해서는 “이미 오래 전에 (회사를) 떠난 분들에 대해 자사가 확인할 수 있는 바는 없다”고 설명했다. 참고로 곽 전 감사는 2012∼2016년, 이 전 대표는 2008∼2009년 각각 신라젠 임원직을 역임했다.

신라젠은 펙사벡의 무용성 평가 착수 여부를 미리 알고 있었을까?

무용성 평가는 신약개발의 성패를 가르기 때문에 DMC처럼 정부와 기업의 개입이 불가능한 독립적 조직에서 실시한다. 기업이 아직 공개되지 않은 무용성 평가 관련 정보를 미리 얻을 수 있는 정당한 경로는 없다. 다만, 무용성 평가 착수 시기와 결과는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하다는 전문가 의견도 있다. 국가기관 소속 임상시험 관리 담당자는 “임상시험에 참여한 중증질환자들이 장기간 효과 없는 약을 투여받는 상황을 예방하는 것이 무용성 평가의 목적”이라며 “개시 기준은 ‘시험 참여 환자 중 몇 퍼센트 투약 완료’, ‘몇 퍼센트 사망’ 등 명확한 수치로 정해지기 때문에 개시 여부나 결과도 예측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페이퍼컴퍼니 통한 가장납입 의혹= 문 대표, 이 전 대표, 곽 전 감사는 지난 2014년 신라젠 지분을 편법 취득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당시 이들은 동부증권(현 DB금융투자)과 페이퍼 컴퍼니로 알려진 크레스트파트너 등과 함께 신주인수권부사채(BW) 청약자금을 우회대출하고, 이를 서로 임대·상환하는 방식으로 실제 자금 조달 없이 신라젠의 신주인수권을 확보해 대지주가 됐다는 의혹이다. 당시 이들 사이에서 오고간 BW인수 자금은 350억원 규모다.

신라젠은 일관되게 ‘몰랐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신라젠 관계자는 “당시 임원 대다수는 의료인 출신으로, 증권 관련 사안에는 개입하지 않았으며 잘 알지도 못한다”면서 “BW발행과 자금 흐름은 모두 동부증권이 주도한 일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동부증권 측도 신라젠에 BW발행과 운용 전 과정이 법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고 했다”며 “주관사를 전적으로 믿고 맡겼던 일이고 신라젠이 진행한 것이 아니다”고 못박았다. 이어 “사정기관인 국세청이 이미 2017년 자사에 BW와 관련해 증여세를 매겼다”며 “만약 이것이 편법이었다면 국세청은 과세가 아니라 고발을 하지 않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와 관련 DB금융투자 관계자는 “자사는 검찰의 수사가 모두 완료될 때까지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을 계획”이라며 말을 아꼈다. 가장납입 의혹을 받는 자금 대여·상환 전 과정이 동부증권 주도로 이뤄졌다는 신라젠의 주장에 대해서도 “그건 그(신라젠) 쪽에서 하는 말이고, 검찰에서 사실이 밝혀질 것”이라고만 답했다. 이 관계자는 “검찰 조사 결과를 기다리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여부= 최악의 경우 신라젠의 상장폐지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11일 공시를 통해 신라젠의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대상 여부를 오는 29일까지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는 회사의 상장 유지에 문제가 있는지 종합적으로 따져보는 심사 과정으로, 거래소 규정상 경영진의 횡령·배임 혐의가 발생한 회사는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다.

심사 기간 회사의 주권 매매거래는 정지된다. 신라젠도 4일부터 거래가 정지됐다. 거래 정지일 기준 시가총액은 8666억원이었다. 신라젠 투자자 가운데 소액주주는 지난해 말 기준 16만8778명으로 전체 투자자의 99.98%에 달한다. 소액주주들이 보유한 주식 역시 전체의 87.68%에 해당하는 6229만7273주다.

신라젠은 상장폐지까지 거론되는 현 상황에 불만을 토로했다. 회사 관계자는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에서 회사는 재무 건전성, 계속성, 향후 수익 창출 여부를 모두 평가받게 된다”며 “자사는 한국거래소가 심사과정에서 요구한 모든 자료를 제출했고, 제기 되고 있는 의혹과 관련해서도 성실히 해명해 왔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거래소는 이미 2016년 12월6일 회사를 코스닥시장에 상장 승인하는 과정에서 자사의 BW발행과 문 대표의 회사 지분 취득 관련 사안들을 모두 검토했다”며 “당시 검토 후 법적 문제가 없었다고 판단했으니 상장을 승인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castleowner@kukinews.com

한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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