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진호의 경제톡톡] 세계가 은퇴하고 있다. 코로나발 ‘조기 은퇴학’ 이야기

[금진호의 경제톡톡] 세계가 은퇴하고 있다. 코로나발 ‘조기 은퇴학’ 이야기

기사승인 2020-06-01 10:04:12

은퇴는 나이의 문제가 아니다. 정년을 채우는 일이 드물어진 세상이다. 정년 자체가 직종에 따라 다른데, 55세부터 60세 경에 정년이 몰려 있지만, 조기 명예퇴직 경우도 있고 70이 넘어도 왕성하게 근무하는 분도 있다. 남성의 경우는 50세를 넘으면 은퇴자가 점점 늘어나지만 오히려 여성은 취업률이 증가하기도 한다.

코로나19가 우리 경제에 전방위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 즉각적인 매출 감소 등으로 내수가 타격을 입었고, 회복되던 듯했던 수출 실적이 다시 뒷걸음질하며. 경기 부진에 따른 고용 감소가 일어나면서 계층 간 소득 불평등 정도까지 줄줄이 악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가 펜데믹에 빠지더니 이젠 장기 경기침체로 일자리를 잃는 펜데믹에 노출되고 있다. 코로나로 경기 불황이 가속되자 직장인에게는 조기퇴직과 정리해고가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고, 개인사업자들에게는 폐업이나 업종 전환이 심각한 문제점으로 대두되고 있다. 이러한 일들이 현실로 다가왔는데, 중년 이상의 직장인 중에서는 평소 예상했거나 의도했던 시기보다 훨씬 일찍 직장 생활을 마감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제조업과 수출 중심의 국가다. 세계적인 경기 불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제조업 중심의 한국은 수출동력을 잃을 것이 확실해 보인다. 이런 경기침체가 조기 은퇴를 불러올 것이고 전 세계의 중장년층이 은퇴하게 될 것이다. 코로나 이전에도 한 해에 70만 명씩 베이비부머 은퇴자가 발생하고 있었는데 한국은 여기에 코로나로 조기 은퇴자가 더 증가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베이비부머는 현재 43세에서 60세에 걸쳐 1,500만 명가량이 있는데 매년 60만 명씩 이들은 60대에 편입된다. 

사회에서 은퇴를 하는 것은 사회적 신분이 사라지는 것이며 물리적으로 활동에 제한을 받기 때문에 대부분 사람은 최대한 미루고 싶어 한다. 그렇기에 가장 비극적인 은퇴는 원하지 않는 시기에, 원하지 않는 방법으로 은퇴하는 것인데, 비자발적인 퇴직은 은퇴자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긴다. 우리는 모두 죽음을 두려워하는 본능을 가지고 있다. 이런 은퇴는 무의식적으로 죽음의 숙명을 연상시킨다. 당장 내일 죽더라도 마치 영원히 살 것처럼 운명을 외면하는 것이 인간이다. 그러니 갑작스러운 해고 통보는 엄청난 트라우마다. 

스스로 결정하지 못한 은퇴는 정신적인 후유증을 남길 뿐 아니라, 놀랍게도 신체적 건강도 해친다. ‘그렇게 열심히 살더니 퇴직 후에 팍삭 늙었어!’라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리는 이유다. 특히 코로나로 인하여 갑자기 다가온 조기 은퇴는 경제적인 상실과 심신의 상처를 안겨 준다. 그래서 쉰 살이 넘으면 부채를 줄이고 장기간 지속 가능할 수 있는 가정 경제를 만들어야 한다. 대부분 퇴직자들은 지난날을 후회한다고 한다. 그런데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해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은퇴하고 무엇을 하나!’ 고민만 하다가 10년을 흘려보낸다. 왜 그럴까? 사회 변화를 인지하고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한 점도 있고, 본인의 적극성이 부족해서이기도 하지만, 어떤 새로운 일과 기술을 어디서 어떻게 배워야 하는지 몰라서인 경우가 많다. 신문기사조차 로봇이 쓰는 시대다. 시대를 읽지 않고는 쓸모없는 기술을 배우느라 시간만 낭비할 수 있다. 

외환위기에는 IT산업을 일으켰고 글로벌 경제위기 때는 녹색산업을 육성했던 우리 국민의 저력과 경쟁력이 정부와 기업, 국민이 모두 합심하여 코로나로 유발된 산업 위기를 극복하고 디지털 경제 시대의 강자로 거듭나야 한다. 일시적인 재정지원이 아닌 4차산업혁명 시대에 IT 인프라를 일찍 갖춘 우리나라가 방역도 경제위기도 먼저 극복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선도하는 강력한 국가가 되어야 한다. 대한민국을 세우고 성장시킨 베이비부머들은 은퇴를 두려워하지 말자.

금진호(목원대학교 겸임교수 / 한국연금개발원 연구위원)

최문갑 기자
mgc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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