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리뷰] ‘언더워터’ 이곳은 심해인가 우주인가

[쿡리뷰] ‘언더워터’ 이곳은 심해인가 우주인가

‘언더워터’ 이곳은 심해인가 우주인가

기사승인 2020-06-02 08:00:00


[쿠키뉴스] 이준범 기자 = 우주를 배경으로 한 SF 스릴러 영화를 지구에서 구현할 수 있을까. 영화 ‘언더워터’(감독 윌리엄 유뱅크)는 이 질문에 답하는 작품이다. 하늘과 땅을 180도 뒤집어 심해를 우주로 만들었다. 분명 어디선가 본 듯한 이야기지만 공간을 바꾸자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언더워터’는 시작한 지 5분도 되지 않아 곧바로 재난이 펼쳐진다. 원인 불명의 큰 사고로 심해 11㎞에 위치함 해저 시추 시설이 파괴되기 시작한 것. 전기 엔지니어 노라(크리스틴 스튜어트)를 비롯해 캡틴(뱅상 카셀) 등 사고에서 살아남은 다섯 명의 대원은 지상으로 탈출하는 포트를 찾기 위해 헤매기 시작한다. 그 과정에서 한 번도 본적 없는 무언가와 마주하게 된다. 

‘언더워터’는 급박한 인물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처럼 빠르게 전개된다.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고 일단 상황에 극중 인물을 밀어 넣는다. 이들의 대화와 행동을 보며 관객들도 영화 속 세계가 어떤 특수한 상황인지 이해하게 된다. 예고도 없이 들이닥치는 과감한 전개는 ‘언더워터’에게 평범한 재난 스릴러 장르 이상으로 나아갈 길을 열어준다. 재난 상황의 어려움을 인물들의 장기와 기지로 헤쳐 나가는 재미 대신 이들에게 생존이 어떤 의미인지 고찰하게 한다.

희망 없는 극단적인 환경에서 살아갈 이유를 찾아내는 여성의 이야기는 영화 ‘그래비티’(감독 알폰소 쿠아론)를 떠올리게 한다. 심해에 존재하는 무언가를 보면 영화 ‘에일리언’ 시리즈를 비롯한 괴생명체 SF 영화가 떠오른다. ‘언더워터’는 익숙하고 검증된 장르 문법을 상당 부분 차용했다. 덕분에 장르적 재미가 풍성해지는 반면 신선한 맛은 떨어진다. 꼭 심해를 배경한 영화여야 했는지 의문이 생길 수 있는 지점이다. 이를 두고 호불호가 갈릴 가능성이 크다.

‘언더워터’가 기존 영화와의 차별성을 보여주는 지점은 배우 캐스팅이다. 배우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존재감이 대단하다. 영화 ‘트와일라잇’ 시리즈로 알려진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최근 영화 '클라우즈 오브 실스마리아', '스틸 앨리스', '퍼스널 쇼퍼' 등 장르와 규모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영화에 출연하며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어왔다. 삭발에 가까운 짧은 노란 머리의 그가 등장하는 순간부터 영화에 몰입하지 않기란 어렵다. 심각한 재난이 펼쳐지는 SF 스릴러 장르와 한 명의 배우가 만들어가는 진지한 드라마가 충돌하며 빚어내는 느낌들이 흥미롭다.

5월27일 개봉. 15세 관람가.

bluebell@kukinews.com

이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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