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돈 있으면 구속 걱정 없다?” 오거돈 영장기각에 여성단체 반발

“힘·돈 있으면 구속 걱정 없다?” 오거돈 영장기각에 여성단체 반발

기사승인 2020-06-03 10:46:00

[쿠키뉴스] 이소연 기자 =자신의 집무실에서 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는 오거돈 전 부산시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이에 여성단체는 강하게 반발했다. 

부산성폭력상담소 등 전국 200여개 여성·시민단체가 모인 ‘오거돈성폭력사건공동대책위원회’는 2일 ‘오거돈 구속 기각 규탄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이들 단체는 “전 국민이 관심을 갖고 있는 이 사안에 대해 영장실질심사를 담당한 판사가 던진 대답은 ‘힘 있고 돈 있은 사람은 중대한 범죄를 저질렀더라도 구속에 대한 걱정 없이 재판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라며 “고위공직자의 성폭력 사건에 대해 재판부의 성인지 감수성을 기대했던 것은 잘못인가”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피해자는 지금도 끊임없이 이어지는 2차 가해로 괴로워하고 있다. 아직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했다”며 “가해자만 구속이 기각된 채 일상으로 돌아갔다. 권력에 의한 성폭력 범죄를 예방하고 공직의 무거움을 알리는 이정표를 세울 기회를 법원은 놓치고 말았다”고 질타했다. 

향후 처벌 수위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이들 단체는 “중대한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자가 불구속 재판을 받는 것에 그치지 않고 초범이라는 등의 이유로 가벼운 솜방망이 처벌로 이어질까 두렵다”며 “엄청난 권력과 부를 가진 가해자가 돈으로 무장한 채 변호인들의 호위를 받으며 죗값을 받지 않은 채 빠져나간다면 시민들은 사법부에 대한 신뢰를 잃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부산지법은 같은 날 “범행 장소와 시간, 피해자와의 관계 등에 비추어 사안이 무겁다”면서 “증거가 확보되고 범행 내용을 인정했다. 도주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오 전 시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오 전 시장은 지난 4월7일 시장 집무실에서 한 여성 공무원과 면담 중 해당 여성의 신체 특정 부위를 추행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같은 달 23일 추행 혐의를 인정, 시장직에서 물러났다. 

soyeon@kukinews.com

이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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