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리뷰] ‘#살아있다’ 끝내 잡히지 않는 청년들의 희망 신호

[쿡리뷰] ‘#살아있다’ 끝내 잡히지 않는 청년들의 희망 신호

‘#살아있다’ 끝내 잡히지 않는 청년들의 희망 신호

기사승인 2020-06-17 07:00:00


[쿠키뉴스] 이준범 기자 = 굶어 죽거나 잡아먹혀 죽거나. 영화 ‘#살아있다’(감독 조일형)가 그리는 세계에 탈출구는 없다. 좀비를 때려잡거나 장기적인 생존을 도모하는 대신 당장 눈앞의 생존이 급한 세계에서 주인공들은 한없이 무력하다. 아주 작은 희망을 끝까지 붙잡고 어떻게든 버티는 이야기. 영화가 말하는 희망은 지금 ‘살아있다’는 생존 그 자체다.

‘#살아있다’는 곧장 본론으로 진입한다. 어느 날 아침 잠에서 깬 준우는 식탁에서 외출한 부모님의 메모를 발견한다. 먹을 게 별로 없으니 장을 보라는 내용. 곧바로 게임에 접속한 준우는 갑자기 TV를 봤냐는 유저들의 이야기에 거실로 나가 TV를 켜고 베란다 밖을 본다. 모두가 아파트 밖으로 소리를 지르며 도망치는 아수라장이 눈 앞에 펼쳐지고 준우 역시 옆집 주민의 갑작스러운 방문에 생존의 위협을 느낀다.

‘#살아있다’에 등장하는 생존자 준우와 유빈(박신혜)은 역대 국내에서 소개된 좀비 장르물 중 가장 약하고 무력한 주인공이다. ‘원인불명의 증세를 보이는 사람들’이라고 표현된 좀비를 상대하기에 적합한 인물들이 아니다. 다른 사람들이 아닌 오직 이들만 생존할 수 있었던 이유를 설명하는 데에도 큰 관심이 없다. 영화 ‘엑시트’처럼 재난 상황을 극복해나가는 과정을 그리는 것 역시 아니다. 기존 좀비 장르의 전형적인 전개를 기대했다면 실망하기 쉽다.

좀비들을 치료할 방법이나 뚫고 나갈 무기를 쥐여주는 대신 ‘#살아있다’는 인물들이 고립된 아파트에서 겪는 어려움과 외로움, 삶의 의미를 그린다. 절반에 가까운 시간 동안 준우가 상황을 인식하고 희망을 포기하게 되는 상황을 따라가고, 그 이후 유빈을 만나선 작지만 끈끈한 유대를 형성해 앞으로 한 걸음씩 나아가는 과정에 집중한다. 두 사람을 현재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청년의 은유처럼 그리는 영화는 ‘살아남아야 한다’는 기성세대의 허망한 메시지를 ‘#살아있다’는 생존 신호로 바꿔놓는다. 대신 현실의 청년들에게 전하는 최소한의 응원 메시지가 영화 전반에 녹아있다.

모두에게 친숙한 아파트라는 공간을 잘 활용한 도시 좀비 장르물로는 합격점을 줄 수 있지만, 청년들의 고립 재난물로는 좋은 반응을 얻을지 미지수다. 코로나19로 맞이한 고립된 세상이 공감을 불러일으킬 여지가 있다. 하지만 이미 비슷한 주제로 비슷한 장르를 표방한 영화 ‘엑시트’(감독 이상근)가 이뤄놓은 성취의 그림자가 짙고 깊다. 현실이라고 보기 힘든 결말 역시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오는 24일 개봉. 15세 관람가.

bluebell@kukinews.com

이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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