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北 굉장히 실망스럽다" 허탈감 토로

문재인 대통령 "北 굉장히 실망스럽다" 허탈감 토로

기사승인 2020-06-17 19:40:47

[쿠키뉴스] 민수미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 기념사를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하는 등 최근 북한의 도발성 행보와 관련해 “굉장히 실망스럽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17일 청와대에서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 등 외교안보 원로들을 만나 오찬을 갖고 남북관계와 관련한 고견을 청취했다. 오찬에는 고유환 통일연구원장, 임동원·박재규·정세현·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박지원 전 의원 등도 함께했다.

이날 오찬에 함께한 복수의 관계자들은 “문 대통령이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담화에 충격을 많이 받은 것 같았다”면서 “‘국민이 더 큰 충격을 받지 않았겠는가’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북한이 말을 너무 거칠게 하면 국민이 상처를 받을 수도 있는 만큼 북한의 최근 언사에 부담을 가진 것 같았다”고 부연했다.

문 대통령은 전날 북한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것을 두고도 “국민이 보면서 실망했을 것 같아 걱정”이라고 했다는 것이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문 대통령은 또 북미 관계와 상관없이 남북이 자체적 노력으로 관계를 개선하겠다고 구상했으나 실무적 지원이 부족했던 것에 아쉽다는 의사도 밝혔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대통령이 독자적인 남북 관계 개선 의지를 밝혔으면 실정법 등으로 이를 뒷받침해야 하는데 그것이 안 돼 이 지경까지 와서 허탈해했다”고 했다. 특히 북한이 문제 삼은 대북전단 살포와 관련해 참석자들이 이를 차단할 특별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고, 문 대통령도 이에 공감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참석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김 부부장이 상황을 분리해 대응하는 만큼 정상 수준에서 대화의 문이 완전히 닫히지 않았다”며 “‘언제든 기회가 있을 수 있으니 실망 말고 노력해보자’는 의견에 대통령도 같은 생각이었다”라고 언급했다.

박 전 의원도 페이스북에 “대통령은 현재의 상황에 ’안타깝다‘며 유감을 표했다”면서도 “현 상황을 인내하는 동시에 북미와 대화로 난국을 극복해야 한다는 의지를 피력했다”고 적었다.

김 부부장은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지 하루 만인 이날 문 대통령의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 축사를 비난하며 ’철면피한 감언이설을 듣자니 역스럽다‘는 제목의 담화를 내놨다. 그는 “남측이 4·27 판문점 선언과 9·19 평양공동선언 등 남북 합의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외세의 바짓가랑이를 놓을 수 없다고 구접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힐난했다. 여기에 문 대통령이 축사 당시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넥타이를 빌려 착용한 것을 거론하며 “상징성을 애써 부여하려 했다는데 내용을 들어보면 새삼 혐오감을 금할 수 없다”고 했다.  

또 “항상 연단 앞에만 나서면 어린애같이 천진하고 희망에 부푼 꿈같은 소리만 토사하고 온갖 잘난 척, 정의로운 척, 원칙적인 척하며 평화의 사도처럼 채신머리 역겹게 하고 돌아간다”면서 “그 꼴불견 혼자 보기 아까워 우리 인민들에게도 좀 알리자고 내가 오늘 또 말 폭탄을 터뜨리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청와대는 “취지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매우 무례한 어조로 폄훼한 것은 몰상식한 행위”라고 강력 비판했다. 이어 “그간 남북 정상 간 쌓은 신뢰를 근본적으로 훼손했다”면서 “북측의 사리 분멸 못 하는 언행을 우리로서는 감내하지 않을 것을 분명히 경고한다”고 강조했다. 

min@kukinews.com

민수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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