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병 앓는 소방관들…1년간 외상사건 7.3회 경험

마음의 병 앓는 소방관들…1년간 외상사건 7.3회 경험

기사승인 2020-06-19 06:21:00

[쿠키뉴스] 정진용 기자 = #지난 16일 광주시 소방안전본부 등에 따르면 119 안전센터 소속인 30대 A소방관이 숨진 채 발견됐다. 안전센터 물품 창고에서 발견된 A 소방관 옆에는 독극물 통이 있었다. A 소방관은 평소 우울감을 호소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 지난해 1월 수도권 한 소방서에서 응급 구조대원으로 일하던 30대 B 소방관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B 소방관은 업무 과정에서 얻은 극심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와 우울증을 5년간 앓아 온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공무원들이 재난 현장에서 받은 심리적 충격으로 고통받고 있다. 일부는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한다.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국회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84명의 소방공무원이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 인구 10만명 중 스스로 세상을 등진 인원을 계산하면 소방관은 31.2명으로 12.1명인 OECD 평균의 2.6배다.

소방청이 지난해 소방공무원 4만809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소방공무원 마음건강 전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9%(2453명)이 극단적 선택 위험군으로 분류됐다. ‘지난 1년간 자해행동을 시도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직원은 1556명이었다. 주요 4대 스트레스 현황은 PTSD 54.7%, 수면장애 81.1.%, 음주습관장애 62.3%, 우울증 67.9% 으로 나타났다.

소방관들은 최근 1년간 소방활동 중 외상사건(PTSD를 유발할 수 있는 사건)에 평균 7.3차례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외상사건 노출 경험은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심폐소생술을 하거나 대상이 완전 심정지가 됨 △1~4명 사망자가 발생한 교통사고 △주요 언론에 보도된 안전사고에 관여 △부패가 진행되어 냄새가 심하게 나는 시신을 수습 △위험한 정신질환 환자에게 도움 제공 순이었다. 

정부는 소방공무원 PTSD 치유를 위해 심리안정실을 설치하고 있다. 전문의·심리상담사 등이 직접 소방서를 방문해 심리장애 진단 등을 실시하는 ‘찾아가는 심리상담실’ 사업도 진행 중이다. 

다만 소방공무원의 이용률이 높지는 않다. 지난 2016년 박남춘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서 소방공무원 PTSD 진단현황 및 사업만족도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소방공무원의 절반 이상인 60%가 심신건강관리사업을 이용한 경험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용자 중 특별한 효과를 보지 못했거나 도움이 안 되었다고 응답한 비율은 75%였다. 상담 및 치료를 받지 않는 이유는 '시간적 여유가 부족해서' 24%, '내부적 시선 및 노출에 대한 부담감' 20%, 'PTSD 관리 및 치유효과에 대한 신뢰 부족' 17%였다.

소방청은 이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전문진료, 재활서비스 제공을 위한 건강증진시설인 소방복합치유센터 건립을 추진해왔다. 국회에 장기 계류 중이던 소방복합치유센터 관련 법안은 지난해 11월1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같은달 27일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해 건립이 확정됐다.

박승균 남양주 소방서 소방관은 최근 소방관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확진자를 이송하고 밀접 접촉하는 업무를 담당하다 보니 항상 긴장한 상태이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다”며 “아직까지도 나약한 사람, 혹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으로 낙인 찍힐까봐 심리 치료를 선뜻 받지 못하는 소방관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방복합치유센터 건립도 좋지만 소방 직무에 대해 잘 아는 소방관을 심리 상담가로 육성해 동료들을 보살피는 ‘동료 심리상담사’ 제도를 더 활성화 하는 방안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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