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환불, 운은 띄웠는데…대학-학생 갈등으로 ‘부글부글’

등록금 환불, 운은 띄웠는데…대학-학생 갈등으로 ‘부글부글’

기사승인 2020-06-20 06:07:00

[쿠키뉴스] 정진용 기자 =교육부가 대학생들의 1학기 등록금 반환 요구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대학 측과 학생 간 갈등의 골은 여전히 메워지지 않고 있다.

18일 교육부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대학생들의 등록금 환불 요구와 관련해 원칙적으로 대학과 학생이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입장을 밝혔다. 또 대학생들에게 직접 현금 지원을 하는 것은 현행법상 불가하다고 못 박았다.

특히 교육부는 “학생에 대한 현금 직접 지원은 불가하며, 교육부가 대학을 지원하겠지만 대학의 자구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은 대학 등록금을 대학이 아닌 국민 세금으로 해결하려 한다는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대학 측의 자구노력을 촉구한 것이다.

기획재정부에서도 대학 등록금 환급에 국가 재정이 투입되는 것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밝힌 상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7일 국회 기재위 회의에서 “등록금 반환에 대해 정부 재정으로 지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난색을 표했다.

대학가에서는 등록금 환급을 국가 세금이 아닌 대학이 직접 반환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대학이 등록금 환급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청원글이 20여개 올라왔다. 일부 대학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등록금 반환을 요구하는 ‘혈서’까지 등장했다. 지난 5일 한양대에서 대학 총장 면담을 요구하며 농성하던 한 학생에게 학교 관계자가 ‘학생들 혈서라도 받아오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에 대해 반발하는 행동으로 보인다.

대학 측과 학생은 등록금 환불 문제 뿐이 아니라 시험 방식, 성적 평가 기준을 두고도 대치 중이다. 연세대 총학생회는 전날 학생회관 앞에서 ‘연세인 총궐기 집회’를 열고 등록금 일부 환급과 ‘선택적 패스제’ 도입을 촉구했다. 선택적 패스제는 학생들이 성적을 받은 뒤 해당 과목을 A~F 성적으로 표기할지, ‘패스’ 여부만 표기할지 학생이 선택하도록 하는 제도다. 제대로 대면 강의를 못 들었으니 등록금을 반환해주거나 성적에 불이익이 없게 해달라는 취지에서 나온 학생들의 요구다.

그러나 연세대 측은 지난 15일 기존 절대평가 방침을 유지하겠다며 이를 거부했다. 총학생회는 집회에서 대학본부가 불통행정과 책임회피를 일삼는다며 학교 측을 규탄했다.

이화여대 총학생회도 대학본부가 학기말고사 ‘선택적 패스제’를 긍정적으로 검토하지 않을 경우 오는 22일부터 등록금 반환과 선택적 패스제 도입을 요구하는 긴급농성을 시작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학생과 대학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등록금 반환 문제를 두 주체가 알아서 해결하라는 교육부의 태도가 무책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전국대학생학생회네트워크(전대넷)는 성명을 통해 “전국 300개의 대학 본부들은 학생들 요구를 수렴하고 논의하는 것이 아니라 재정적 어려움을 호소하며 대화 자리조차 마련하지 않고 있다. 여전히 모든 책임을 학생에게 지우는 것”이라며 “교육부와 대학만이 합의한 결정이 아니라 학생-교육부-대학 교육 3주체가 합의할 수 있는 안이 도출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대넷은 오는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교육부와 국회는 대학생과의 약속을 이행하고 대학은 학생 의견을 즉각 수용하라고 촉구하는 집회를 열 계획이다.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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