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쓰나미, 벼랑 끝 노동자부터…비정규직 실직, 정규직 6.57배

코로나19 쓰나미, 벼랑 끝 노동자부터…비정규직 실직, 정규직 6.57배

기사승인 2020-06-23 06:09:00

[쿠키뉴스] 정진용 기자 = “취업 절벽에 서 있는 노동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라는 쓰나미에 가장 먼저 떨어지고 있다”

지난 6개월간 코로나19로 한국 직장인들의 생활은 어떻게 변화했을까.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 결과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22일 열었다.

직장갑질119은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 지난 5일부터 10일까지 전국의 만 19~55세 직장인을 대상으로 △코로나19에 대한 전반적 인식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상황 변화 △코로나19로 인한 직장생활 변화 △코로나19 정부정책 평가을 묻는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비정규직, 저임금 노동자일수록 코로나19 여파로 노동 시간 축소, 실직 경험, 소득 감소 등 어려움을 더 많이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비정규직 4명 중 1명이 코로나19로 인해 실직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이는 정규직(4%)의 6배가 넘는 수치다. 비상용직 은 26.3%로 상용직 4%의 6.6배를 기록했다. 사무직은 4.6%, 비사무직 21.2%였다. 특히 일용직의 경우에는 44%가 실직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상용직의 무려 11배다.

실직 사유는 ‘비자발적 해고’ 28.7%, ‘권고사직’ 27.9%였다. 자발적 퇴사는 18.6%에 그쳤다. 실직을 해도 ‘실업급여를 받은 적이 없다’고 답한 비율은 76%에 달했다. 실업급여를 받지 못한 이유는 ‘고용보험 가입이 안 되어서’라는 답변이 절반을 차지했다. 그 뒤를 ‘가입은 했지만 자격 안 됨’ 26.5%, ‘자격이 되나 신청 안함’ 13.3%가 이었다.

실제로 직장갑질119에 접수된 사례 중에는 경영 악화를 이유로 회사에서 해고를 통보해 노동자가 실업급여를 신청했지만 정부지원금 때문에 사측이 이를 거부한 사례가 있었다. 사측은 이 노동자에게 그냥 퇴사하지 말고 계속 다니라고 했으나 이후 직장 내에서 식사를 같이 하지 않거나 몰래 따돌리고 청소를 시키는 등 괴롭히며 자진 퇴사를 유도했다는 것이다. 

실직은 하지 않았지만 수입이 줄어들어 ‘근근이’ 생계를 유지하는 형태가 나타났다는 분석도 나왔다. ‘현재 월 소득이 6개월 전과 비교하여 어떻게 변화했느냐’는 질문에 ‘소득이 줄었다’는 응답이 32.6%였다. 소득이 줄었다고 답한 비정규직은 52.8%로 정규직(19.2%)에 비해 2.7배 이상 높았다. 비정규직 내에서도 고용 형태에 따라 수치에 차이가 나타났다. 프리랜서·특수고용 형태가 67.6%, 일용직 60%, 아르바이트 시간제 51.8%, 임시직 40.8% 순이었다. 권고사직, 해고, 계약해지 강요 경험 역시 비상용직이 상용직의 2.9배 수준이었다.

설문조사 심층분석 발표에 나선 김승섭 고려대 보건과학대학 교수는 “이날까지 코로나19로 인해 전세계에서 46만명이 사망했다. 가장 근접한 역사적 경험은 1918년 전세계 인구 20억명 중 5000만명이 넘는 인구가 사망한 ‘스페인 독감’”이라며 “경제적 위기로 보자면 코로나19로 인해 지난 2월부터 5월까지 취업자수가 총 87만명이 감소했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보다 1998년 외환위기 충격에 더 가까워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승윤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불안정한 노동자들이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실직을 즉각적으로 경험하는 당사자인데 사회안전망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지난 2016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고용보험 적용자는 정규직 남성 85.5%, 정규직 여성 83.6%이다. 비정규직 남성은 38.7%, 비정규직 여성은 36.9%로 두배 이상 차이가 난다. 가장 절박한 사람들이 실업보험을 받지 못하고 실질적으로 제도권 밖에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강조하는 ‘아프면 쉬자’는 방역 지침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는 ‘그림 속 떡’에 불과하다는 분석도 있었다. 비정규직 하청 노동자는 유급휴가가 보장이 안 돼 아파도 참고 나가서 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쉬지 못하고 일하다 보니 건강이 더 악화되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절벽 위에 있던 노동자들이 코로나19라는 엄청난 쓰나미가 몰려올 때 가장 먼저 밑으로 떨어지고 있다”면서 “기존의 사회 안전망이 그동안 누구를 보호해왔었는지 노골적으로 드러나게 된 계기”라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코로나19라는 재난으로 노동자 중에서도 가장 불안정한 위치의 노동자들이 가장 큰 대가를 치르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면서 “과학이나 지식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정치적 의지를 통해 변화를 불러일으켜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시민단체는 고용노동부가 코로나19로 인해 고통받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권오섭 직장갑질119 대표는 “영세 자영업자, 특수고용자, 프리랜서 등이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정부는 부랴부랴 코로나19 긴급 고용안전 지원금 대책을 내놨다”면서 “정부는 고용 문제와 관련해 ‘우리가 알아서 한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내놓는 정책은 상상력도 빈곤하고 부족한 점이 많이 보인다”고 꼬집었다.

이어 코로나19로 인해 수면 위로 드러난 쿠팡 노동자의 현실과 관련해 노동부에서 실태조사 실시나 대책을 고민한 적이 있는지 묻고 싶다”며 “법정 유급병가제도와 상병급여(건강보험) 제도, 초기업별 노조의 다양한 교섭방식, 전국민 고용보험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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