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7대책 발표 1주일…부동산 안정 보다 혼란 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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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국민청원 “규제지역 재지정하라”....전문가 “오히려 반서민 정책”

기사승인 2020-06-24 10:07:39

[쿠키뉴스] 안세진 기자 =정부의 집값 안정화를 위한 6·17부동산대책이 오히려 서민의 내 집 마련을 어렵게 할 거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대책 발표 이후 80여건의 청원이 접수됐다. 규제지역을 다시 지정해 달라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전문가들은 무차별적인 규제지역 지정은 오히려 반서민 정책으로 기능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수도권 규제지역 재지정해 달라”=24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따르면 대책이 발표된 17일부터 전날 오후 6시까지 80여건의 청원이 접수됐다. 청원은 이번 대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안을 제시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청원은 수도권 규제지역을 다시 지정해달라는 내용이다.

앞서 정부는 6·17대책에서 경기도 고양, 남양주, 군포, 안성, 부천, 안산, 시흥, 용인처인, 오산, 평택, 광주, 양주, 의정부와 인천 중구, 동구, 미추홀구, 연수구, 남동구, 부평구, 계양구, 서구를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했다. 또한 집값 상승이 두드러진 경기도 군포, 의왕, 용인 수지, 기흥, 동탄2와 인천 연수구, 남동구, 서구는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했다.

청원인들은 최근 미분양 관리대상 지역으로 선정된 곳들을 규제지역으로 묶었다며 선정 기준이 무엇인지를 되물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지난 1일 제45차 미분양관리지역으로 수도권 중에서는 경기 양주·평택·화성(동탄2 제외)·안성시, 인천 중구 등 5곳을 선정했다. 청원글에 따르면 최근 3년간 평택(-11.1%)과 안성(-11.8%) 집값은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오산과 안산은 각각 0.2%, 4.6% 상승하는데 그쳤다.

한 청원인은 “최근까지 미분양 관리대상 지역이었던 곳들을 선제적으로 규제하기 위해 전부 조정 및 투기과열지구로 묶었다. 미분양이 계속 이어질 뿐만 아니라 해당 지역 주민들은 자신 자산에 크나큰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출규제가 과하다는 청원도 뒤를 이었다. 정부에 따르면 조정대상지역에선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9억원 이하에는 50%, 9억원 초과엔 30%가 적용되고 총부채상환비율(DTI)은 50%로 묶인다. 투기과열지구의 경우 LTV가 40%로 줄었다.

한 청원인은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해 서울로 출퇴근할 수 있는 경기도 지역이 다 규제지역으로 묶였다"며 "대출한도가 줄어 집을 매매할 수 있는 가능성도 줄어들었다. 3억짜리 집을 사려면 1억5000만원을 모아야 한다. 열심히 모아서 1억5000만원 만들면 집값은 다시 5억이 된다. 2억5000만원을 모아야 한다. 또 모으면 집값은 또 7억이 된다. 결국 평생 전월세 살다가 접경지역으로 가야겠다"고 꼬집었다.

◇대책 나온 배경 살펴보면=이번 대책이 나온 결정적인 원인은 서울 집값의 급등 때문이다. 최근 서울 일대는 신고가로 거래되는 단지가 흔하다. 서초구 래미안퍼스티지 136㎡는 지난 9일 37억9000만원에 팔려, 지난해 8월에 기록했던 최고가보다 4000만원 몸값을 올렸다.

대부분 고가 아파트를 대상으로 한 규제 끝판왕 12·16대책 이전보다 몸값이 상승했다.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95㎡는 이달 13일 35억원에 거래되며, 지난해 신고가(33억원)에서 2억원 올랐다. 서대문구에선 DMC파크뷰자이1단지 120.5㎡가 15일 14억5000만원에 거래되며 최고가를 새로 썼다. 재건축 이슈가 한창인 양천구 목동5단지 아파트 65㎡도 최근 15억원에 손바뀜 됐다.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는 소형인 27㎡가 곧 3.3㎡(평) 당 1억원을 찍을 기세다. 이 아파트는 지난 6일 10억8500만원에 계약됐다. 이 규모는 정부가 이 일대에 1년간 한시적으로 정한 토지거래허가제에서도 제외된다.

◇“반서민 정책 될 수도”=전문가들은 기본적으로 무차별한 규제 지역 지정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광범위하게 규제지역에 포함된 인천에선 집값 상승에서 소외된 지역 주민들의 불만이 크다. 당장 대출 비중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을 확 넓혀버리면 서울·수도권의 거의 모든 지역에서 대출규제가 근본적으로 강화되면서 오히려 반서민정책으로 기능할 수 있다”며 “문제는 이번 지정 지역까지 포함하면 서울·수도권에서 직장을 다니거나 생업을 영위할만한 시민들의 거주지역에서 집을 사려면 이전보다 대출가능금액이 줄어든다”고 말했다.

이어 “추가 지정된 지역에서는 대출을 한 푼이라도 더 받아야 실거주할 집의 구매자금을 충당할 수 있는 사람들이, 이번 규제를 기점으로 집사기가 더 어려워진다는 의미“라고 부연했다.

자금출처조사도 부담이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규제지역 내에서 주택 거래 시 거래가액과 무관 하게 자금 조달계획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3억원 이하 주택의 거래 비중은 10~15% 수준으로, 사실상 하위 10% 내외 주택에도 감시의 칼날을 들이댔다.

규제지역에서 비껴 간 지역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특히 부산은 지난해 말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된 후, 이번 대책에도 규제지역으로 포함되지 않았는데, 갑자기 주요 아파트의 집값 상승세가 가팔라졌다. 

예컨대 해운대 두산위브더제니스 145.8㎡(이하 전용면적)는 최근 15억8500만원에 계약됐는데, 한달 전(13억원) 보다 3억원 가까이 올랐고, 대책 이후 호가는 더 뛰고 있다.

asj0525@kukinews.com

안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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