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환불 ‘NO’ 선택적 패스제도 ‘NO’…간극 좁혀지지 않는 대학가

등록금 환불 ‘NO’ 선택적 패스제도 ‘NO’…간극 좁혀지지 않는 대학가

기사승인 2020-06-26 06:26:00

[쿠키뉴스] 정진용 기자 = 등록금 환불 문제와 선택적 패스제 도입을 두고 학생과 대학 측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서울청년진보당 대학생위원회, 반값등록금국민본부 등 청년단체들로 구성된 2030 정치공동체 ‘청년하다’는 25일 12시 서울 종로구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등록금 반환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교육부와 정부의 소극적 태도를 비판했다. 이들은 “대학은 교육부 지침이 없다는 이유로, 정부는 대학의 자율성과 다양성을 존중해야 한다며 서로 책임을 미루고 있다”면서 “그러는 사이 어느덧 종강을 맞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는 3차 추경예산에 등록금 반환 예산을 포함하고 대학본부는 대학생들의 고통을 책임질 수 있는 자구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교육부가 등록금 반환 지원 방향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뒤에도 건국대, 한성대 외에는 등록금 환불 논의를 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들은 당정에서 등록금 환불 지원 방식에 대한 협의가 먼저 이뤄져야 논의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대학들이 미적대는 사이 전국 대학생 2600여명이 소송인단에 이름을 올린 등록금 반환 소송은 예정대로 진행된다.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전대넷)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실시된 비대면 수업으로 수업권이 침해됐다며 소송인단을 모집해왔다. 소송을 대리하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교육청소년위원회 소속 6명의 변호사는 내달 1일 등록금 반환 소송 소장을 접수할 예정이다.

등록금 환불 논의에 이어 학생들이 요구하는 ‘선택적 패스제’ 역시 뜨거운 감자다. 선택적 패스제는 학생들이 성적을 받은 뒤 해당 과목을 A~F 성적으로 표기할지, ‘패스’ 여부만 표기할지 학생이 선택하도록 하는 제도다. 제대로 대면 강의를 못 들었으니 성적에 불이익이 없게 해달라는 취지에서 나온 학생들의 요구다. 홍익대, 서강대가 선택적 패스제를 도입하기로 한 뒤 타 대학에서도 요구가 번지고 있다.

그러나 대학 측은 형평성 문제와 교수의 재량권 침해라는 이유를 들어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화여대 총학생회에 따르면 대학 교무처는 지난 24일 선택적 패스제 도입 요구에 대한 답변을 내놨다.

이대 교무처는 “선택적 패스제 도입으로 성적을 선발 기준으로 삼는 장학금, 전과, 교환학생 선발 등 각종 제도 시행의 형평성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면서 “이미 성적 부여가 된 과목을 사후에 학생 선택에 따라 변경하는 것은 학업성취도를 평가하고자 하는 성적평가제도의 취지 및 대학 교육 본질에 어긋난다”고 답했다.

또 “선택적 패스제 도입은 온라인 시험 부정행위 문제 해결을 위한 근본적인 대안이 되지 못하고 다른 측면에서 새로운 문제를 야기할 수 있어 현재 시점 적용이 불가하다”고 덧붙였다. 

한양대도 선택적 패스제 도입이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양대에서는 한 교수가 비대면 시험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이는 학생에게 “비대면 시험을 치르고 싶으면 혈서라도 받아오라”고 발언해 재학생이 모인 익명 커뮤니티에 혈서가 올라오는 등 진통을 겪었다.

한양대 측은 지난 23일 ‘학생들의 의견에 대한 대학 본부 입장’이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내 “선택적 패스제를 통해 평가 권한의 일부를 학습자에게 부여하는 정책은 코로나19 이전의 교육적 일상을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혼돈 상황에서 강의와 학습 의욕을 현저하게 저하시키는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경희대의 경우 서울 캠퍼스와 수원 국제캠퍼스 회장단이 이날 오후 2시부터 서울 캠퍼스 본관에서 등록금 반환, 선택적 패스제 도입, 학생 의견 수용과 관련해 총장과 면담을 진행했다. 양 총학생회는 지난 23일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여는 등 등록금 재논의, 기말고사 비대면 원칙, 선택적 패스제 도입 등 성적평가 방식 관련 요구 3가지를 요구해왔다. 

대학 측의 소극적 태도에 학생의 불만은 더 높다. 이대 총학생회 측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각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충분한 논의가 진행되어야 하는 사안임에도 학생과 적극적으로 논의하지 않는 학교 본부를 규탄한다”면서 “학교 본부에 항의방문을 진행하겠다”고 했다. 이대 총학생회는 등록금 환불과 선택적 패스제 도입을 요구하며 지난 22일부터 무기한 농성에 돌입한 상태다.

연세대 총학생회는 지난 18일 교내 학생회관 앞에서 ‘연세인 총궐기 집회’를 연 뒤 지난 22일부터 본관 앞에 천막을 세우고 무기한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김석찬 한양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장은 “학생들은 선택적 패스제 도입이 어렵다면 추가적 대안을 제시하라고 요구해왔다. 그러나 학교 측은 교수님 개개인이 배려해 줄 것이라는 뻔한 대답 외에는 대안을 내놓지 못했다면서 중앙운영위원회 학생 대표자와 총장 간담회를 요청하였지만 학교측은 이마저도 거절했다. 학생들 사이에서 학교 본부 의사결정 과정에 불신이 굉장히 높다. 향후 대응방안을 고심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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