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손 뻗치는 인공지능..."10년 숙련자 업무, 2달만에 뚝딱"

병원 손 뻗치는 인공지능..."10년 숙련자 업무, 2달만에 뚝딱"

서울아산병원, AI 기반 병상배정 자동화...'스마트병원' 속도

기사승인 2020-06-27 04:00:00

[쿠키뉴스] 전미옥 기자 =“사실 많이 놀랐습니다. 숙련된 경력자들도 처음엔 믿지 않았고요. 병원에서는 병상배정을 ‘아트(Art)'라고 합니다. 너무 복잡하고 경우의 수도 많죠. 그런데 이게 되더라고요.”

이제 인공지능이 대학병원의 병상도 배정한다. 연령, 병명, 중증도, 진료 동선 등 50여개가 넘는 기준을 고려해 환자에 최적의 병실을 찾아주는 것이다.

병원 직원들 사이에서는 '종합 예술'이라 불릴 정도로 복잡했던 병상배정업무를 인공지능으로 구현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단 두 달. 세계 최초 사례임에도 매우 짧은 기간이다. 10년 이상 경력자들도 놀랐을 정도다.

김종혁 서울아산병원 기획조정실장(산부인과 교수)은 “병상배정 자동화 시스템 개발에 착수한 것이 올해 2월이다. 3월 초쯤 IBM으로부터 ‘될 것 같다’는 답을 받았고, 그 다음 달인 4월 개발에 성공했다. 이렇게 빠르게 궤도에 오를지는 몰랐다”며 놀라움을 표했다. 

서울아산병원은 한국IBM과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병상 배정 업무 자동화 프로그램’을 개발, 평가기간을 거쳐 지난 5월부터 업무에 적용했다고 최근 밝혔다.

인공지능을 도입하니 50여가지 사항을 반영해 병상을 배정하는데 최소 7분에서 최대 20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10년 이상 경력자가 하루 전체 병상 계획을 셋팅하는데 1시간 반 정도 걸렸다면, 인공지능은 20분 내로 해결하는 셈이다.  

시작은 2년 전 IBM 리서치센터와 가진 미팅이 계기가 됐다. 김 실장은 “미국에서도 병원의 비효율화 때문에 연간 15조가 낭비된다고 한다. 그런 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고, 그중 가장 절실하게 떠오른 것이 병상배정이었다”고 전했다.

본래 병상배정 업무는 ‘일 잘 한다’는 경력자들만 배치한다고 한다. 병원은 예기치 않은 중증 환자가 밀려오는 곳이라 하루에도 여러 번 상황이 바뀐다. 담당 직원조차 A환자가 내일 어떤 병상에 배정될지 알 수 없다. 환자들의 컴플레인도  적지않았지만 시시각각 상황에 대응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김 실장은 “병원은 예약 순서뿐 아니라 위중함도 같이 고려해야 한다. 환자는 많고 의료자원은 한정돼있기 때문에 이 순서를 정하는 일이 보통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환자들에 불친절하다는 오해를 사기도 했다”며 “병상배정의 투명성이나 예측가능성 등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현재 병상배정 업무의 약 50%가량을 인공지능 시스템이 담당하고 있다. 실수한 사례는 단 1건도 나오지 않았다. 빠르게 인공지능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입원율, 병실전동기록 등 다양한 데이터가 축적되어있던 것이 큰 힘을 발휘했다고. 가장 큰 장점은 ‘예측가능성’을 확보했다는 점이다. 이를 바탕으로 최적의 진료경험을 꾀하는 것이 목표다.

김 실장은 “사람이 담당할 경우 오해를 살 수도 있고, 실수가 나올 수도 있지만, 인공지능은 가장 좋은 경우의 수를 제시한다. 이제 단순 업무는 인공지능이 하고, 기존 직원들은 보다 인간답고 창조적인 일을 할 수 있게 됐다”며 “환자들에게 입원일이나 병상배정 이유에 대해 설명할 수도 있고, 업무 프로세스를 효율적으로 개선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직원들이 인공지능의 노하우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인공지능의 판단 근거를 알면 환자들에게 보다 투명하게 설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특정 시기에 어떤 병상을 얼마나 확보해야 하는지, 외래진료와 수술일정은 어떻게 맞춰야 가장 효율적인지 등도 파악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를 시스템내에서 조회하는 방안도 모색 중이다.

병원은 앞으로 ‘스마트병원’ 실현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다른 업무도 순차적으로 인공지능 자동화를 추진한다. 

김 실장은 “스마트병원을 구현하는데 첫 번째 단추를 끼웠을 뿐이다. 우선 병상배정 자동화를 100%까지 끌어올리고, 다른 업무들도 검토할 계획”이라며 “각 팀별로 아이디어가 굉장히 많이 나오고 있다. 간호부의 경우 간호사들의 3교대 일정을 짜는 일이 복잡하다고 말한다. 보험 청구나 심사, 물류 등도 자동화를 통해 훨씬 수월해질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병원의 비효율과 환자들의 불편을 하나하나 해결해나갈 계획이다. 투명성과 공정성, 그리고 예측가능성을 높이는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며  “결코 인력을 감축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좋은 치료경험을 전하고,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함이다. 이러한 도전이 더 큰 부가가치로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힘줘 말했다.  

romeok@kukinews.com

전미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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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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