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정진용 기자 = "원장이 남편이고, 임원이 사모인 병원에서 일합니다. 어느 날 병원에 CC(폐쇄회로)TV가 환자 탈의실을 제외하고 모든 방에 다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사측은) 직원들을 사사건건 감시했고 직원들이 불쾌해하자, 도난방지용이라고 말했습니다. 점심시간에 쉬는 직원에게 '쳐 자빠져 잔다'고 카톡을 보내고, 환자가 없는 시간에 핸드폰 한다고 시말서를 쓰라고 했습니다. 데스크에 앉아있는 선생님들을 감시하며, 그냥 돌려보낸 환자가 있으면 그 직원 책임이고, 일 못하는 직원으로 몰아세웠습니다." (직장인 A씨)
"대표적인 가족회사입니다. 대표이사의 가족들과 같이 일하고 있습니다. 근로계약서도 교부하지 않았습니다. 연차도 쓰지 못하게 하고, 수당도 없이 야근을 시킵니다. 동료가 일을 못한다는 이유로 부당하게 해고됐습니다. 일을 안 한다는 근거를 대라고 했더니 사장 사모가 CCTV를 보고 있어서 증거가 있다고 합니다. CCTV를 캡처해 카톡으로 보내고 잡담한 증거라며 해고했습니다. 이렇게 해도 되는 건가요?" (직장인 B씨)"
직장갑질119가 지난 반 년 간 확보한 '직장 내 괴롭힘' 사례 중 CCTV를 이용한 감시가 위험수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갑질119는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신원이 확인된 이메일 제보 중 '직장 내 괴롭힘'이 44.1%(700건)로 가장 많았고, '노동법 위반' 39.1%(619건), '코로나 갑질' 16.9%(269건) 순으로 집계됐다고 7일 밝혔다.
특히 직장 내 괴롭힘 중 전통적 유형에 속하는 모욕·명예훼손(27.3%), 폭언·폭행(16.1%), 따돌림·차별(15.9%) 외 'CCTV를 통한 감시·부당지시'가 11.4%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직장갑질119는 “과거와 달리 10만원만 줘도 손쉽게 구입할 수 있고, 스마트폰에 어플을 깔아 24시간 감시할 수 있는 CCTV가 보급되면서, 악질 사용자들이 직원을 감시하고 괴롭히고 약점 잡아 해고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CCTV가 악용되고 있다”면서 “직장인들이 감시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고 공황장애를 겪고 있으며, 화장실을 가지 못해 방광염에 시달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직장갑질 119는 근로자 감시를 목적으로 CCTV를 설치하였다면 그 목적과 동의를 거부할 경우 그 불이익 등을 알려야 하며, 이를 위반하면 5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비공개 장소에 둔 CCTV 역시 사전에 설치목적을 정확히 밝히지 않은 채 근태 여부를 살폈다면 같은 처벌대상이 된다.
나아가 버스, 민원실 등 공공장소에서 일하는 일부 업종이 아닌 이상 대다수 근로자들이 공개되지 않는 장소에서 CCTV의 감시를 받는다는 점을 고려해 이를 적극적으로 제재하는 법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직장갑질 119는 촉구했다. 현행법상 비공개 장소에 대한 CCTV 설치 및 운영은 근로자 개개인의 개인정보 수집 동의를 얻는 것 외 어떤 제약도 없기 때문이다.
직장갑질 119는 “현재 개인정보보호법 주무 부처는 행정안전부로 고용노동부는 CCTV를 이용한 노동감시가 노동관계 법령 위반 행위가 아니라는 이유로 ‘강 건너 불구경’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CCTV로 직원을 감시해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킨 사용자는 노동청에서 직접 신고를 받고 근로감독을 통해 제반 노동관계법령 위반 사실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을 확인해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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