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이은호 기자 =그룹 AOA의 리더였던 지민이 같은 팀 멤버였던 배우 권민아를 지속적으로 괴롭혀 정신적인 고통을 안겼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권민아는 AOA 활동 당시 소속사였던 FNC엔터테인먼트(FNC)에도 이같은 문제를 호소했으나 무시당했다고 주장했다. 분노한 대중은 FNC의 과거 논란들을 끊임없이 ‘끌올’하며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부디, FNC가 스스로를 반면교사 삼아 각성하길 바라면서 짚어본 FNC의 어떤 순간들.
■ 인디밴드와의 불화
밴드 씨엔블루는 신인 시절이던 2010년 6월 Mnet ‘엠카운트다운’에서 크라잉넛의 ‘필살 오프사이드’ 무대를 선보이면서 원곡 음원을 틀고 공연해 논란이 됐다. 애초 씨엔블루 소속사 FNC는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 해당 곡을 직접 가창하고 연주할 ‘커버’ 승인을 받았지만, 실제 방송에선 반주곡이 아닌 원곡을 틀어놓고 립싱크·핸드싱크한 것이다. 크라잉넛 측은 이에 반발하며 FNC를 상대로 저작권‧저작인접권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처음엔 Mnet 제작진과 방송 저작권을 가진 업체의 책임이라고 반박하며 “소송 제기는 흠집내기”라고 맞서던 FNC는 이후 입장을 바꿔 “생방송의 급박한 상황에서 음원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소속 가수들이 무대에 오른 것은 변명의 여지 없는 소속사의 불찰”이라고 사과했다. 그러나 크라잉넛 측은 FNC로부터 직접 사과받지 못했다며 고소를 강행했고, 2016년 법원으로부터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았다. 한편 FNC는 크라잉넛 이전에도 인디 밴드와 악연을 맺은 바 있다. 밴드 와이낫이 씨엔블루의 데뷔곡 ‘외톨이야’가 자신들의 노래 ‘파랑새’를 표절했다며 작곡가 김도훈‧이상호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씨엔블루의 손을 들어줬지만 이 과정에서 한성호 당시 FNC 대표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와이낫이란 그룹은 난생 처음 들어봤다” “만약 표절하려 했다면 외국의 더 좋은 곡을 했을 것” 등의 발언을 해 논란이 일었고, 크라잉넛은 표절분쟁을 풍자하며 크라잉넛 공연 포스터 콘셉트를 ‘파랑새는 있다’고 정하기도 했다.
■ 소속 가수 차별 대우 논란
한성호 전 FNC 대표는 2015년 MBC 예능 프로그램 ‘라디오스타’에 출연해 소속 가수인 정용화를 추어올리며 “이홍기는 일탈만 한다” 등 그를 깎아내리는 듯한 발언을 해 팬들에게 반발을 산 바 있다. 방송 이후 이홍기는 SNS를 통해 “나도 컴백하면 ‘라디오스타’ 나가고 싶어. PD·작가님들 저 꼭 불러줄 수 있나요”라는 뼈있는 글을 올렸고, 같은 그룹의 멤버 이재진 역시 “살짝 짜증남. 하지만 가볍게 극복”이라는 글을 남기며 불편한 심경을 표현했다. 논란이 일자 FNC 측은 “예능을 위해 웃자고 한 말이 FT아일랜드 팬들의 오해를 샀다”며 “두 사람 모두 아끼는 후배”라고 설명했다. 대화 자리에 없는 이를 도마 위에 올리는 건 ‘라디오스타’에서 자주 벌어졌던 일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문제가 없는 행동이라는 뜻은 아니다. 이홍기는 두 달 뒤 ‘라디오스타’에 출연해 “방송을 보고 (화가 나서) 노트북을 집어 던질 뻔했다”며 “일탈다운 일탈을 해본 적 없다”고 해명했다. 또한 같은 해 방송한 JTBC 예능 프로그램 ‘보스와의 동침’에선 당시 그룹 AOA의 멤버였던 초아가 “(소속 가수가) 잘 안되면 말을 잘 안 섞으신다”며 “우리 이름을 ‘짧은치마’ 활동이 끝나고 외우셨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근 지민에게 괴롭힘을 당했다고 주장한 배우 권민아 역시 과거 SBS 파워FM ‘최화정의 파워타임에서 “데뷔 전 쇼핑몰 피팅모델을 해서 (한 전 대표에게) ‘쇼핑몰’이라고 불렸다”고 밝힌 적 있다.
■ 데뷔 5년 만에 수익금 정산
FNC의 개국공신으로 불리는 이홍기는 2013년 방송한 tvN 리얼리티 드라마 ‘청담동 111 번지’에서 “데뷔하고 5년 만에 처음 돈(손익분기점을 넘을 때 이뤄지는 수익 분배)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룹 AOA 역시 ‘짧은치마’, ‘단발머리’, ‘사뿐사뿐’, ‘심쿵해’ 등을 히트시킨 뒤인 2015년 정산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한 멤버 어머니의 인터뷰에 따르면 당시는 제대로 된 정산이 아니었고, 데뷔 5년 만에 처음으로 정산을 받았다는 내용도 있다. FNC가 정산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뜻은 아니다. 소속 연예인에 대한 투자금을 우선 회수한 뒤, 이후 발생하는 수익금부터 분배·지급하는 것은 대부분의 연예 기획사가 채택하는 정산 방식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런 정산 방식이 바람직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에 정의당 문화예술위원회는 2016년 2월 ‘AOA의 첫 정산을 축하하며’라는 제목의 논평을 내 “AOA가 소속사와 계약을 맺은 그 순간부터, 그들의 노동은 시작된 것이며 소속사로부터 합당한 급여를 지급받았어야 했다”며 “투자에 대한 부담을 일하는 사람들에게 전가하는 관행은 유독 연예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 주먹구구식 위기관리
지난해 성 접대를 연상시키는 대화가 오간 일명 ‘승리 단톡방’에 FT아일랜드 멤버였던 최종훈이 참여하고 있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FNC 측은 “사실무근”이라고 선을 그었다. 며칠 뒤엔 입장문을 내 최종훈이 단톡방 대화와 관련해 참고인 조사를 받은 사실은 있으나 피내사자 혹은 피의자 신분은 아니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경찰 조사 결과 최종훈이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 불법촬영물을 공유한 혐의, 2016년 가수 정준영 등과 떠난 여행에서 동행한 여성을 집단으로 간음한 혐의, 같은 해 음주운전 도중 적발되자 단속한 경찰관에게 ‘200만원을 줄 테니 봐 달라’고 말한 혐의 등이 드러났고 결국 그는 연예계를 떠났다. 씨엔블루 멤버였던 이종현 역시 불법촬영물이 오간 단톡방의 일원으로 지목돼 입길에 올랐다. 처음엔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만 받았다며 의혹을 강조하던 FNC는 이후 이종현이 단톡방에 연루돼 있었음을 인정하며 ‘앞서 이종현의 기억에 의존한 입장을 전한 것일 뿐 사실을 감추거나 감싸려는 의도는 없었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이는 비단 FNC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승리가 소속돼 있던 YG엔터테인먼트, 용준형이 있던 어라운드어스 등이 처음엔 잡아떼다가 뒤늦게 사과하는 부적절한 대처로 위기관리 능력의 허점을 드러냈다. 그리고 이번엔 AOA의 지민이다. 지난 3일 오후 권민아가 지민에게 10여년간 괴롭힘당했다고 주장한 지 하루 하고도 반나절 만인 4일 늦은 밤, FNC는 입장문을 내 지민의 팀 탈퇴와 연예 활동 중단 소식을 알렸다. 그리고 이마저도 부실한 대응책과 방향 잃은 사과로 질타에 시달리는 중이다. 주가는 하루아침에 내려앉았다. 한때 SM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와 어깨를 견주던 FNC의 현주소다.
wild37@kukinews.com / 사진=FNC엔터테인먼트 제공, MBC '라디오스타'·tvN '청담동 111번지' 방송화면, 쿠키뉴스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