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이소연 기자 =성추행 의혹이 제기된 후 극단적 선택을 한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을 비판하는 대자보가 서울 연세대학교에 붙었다.
14일 연세대 중앙도서관 앞에는 ‘박원순 서울특별시장(葬)에 대한 서울시의 해명을 요구한다. 정치권의 조직적인 성범죄 2차 가해를 규탄한다’는 대자보가 게재됐다.
대자보에는 “성범죄 의혹과 얽혀있는 그의 죽음은 결코 명예로운 죽음이라고 할 수 없다”며 “박원순 서울시장의 빈소에는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그들은 고인의 생전 업적을 칭송했다. 빈소에 놓인 그들의 조화는 성범죄 고소인에게 침묵하라는 압박이자 2차 가해”라는 비판이 담겼다. 이어 “성범죄는 죽음으로 무마할 수 없다”며 “서울시는 지금도 벌어지고 있을지 모르는 시청 내부의 성범죄에 대해 철저히 밝혀야 한다. 정치권은 더 이상 성범죄를 덮고 무마하며 쉬쉬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생들의 의견은 갈렸다. 연세대학교 4학년 박모씨는 “사람이 죽었다고 해서 성추행 의혹이 없어질 수 없다는 의견에 동의한다”며 “고 박 시장이 인권변호사로서 많은 일을 한 것은 맞지만 의혹은 철저히 밝혀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온 유학생 A씨(25·여)는 “아직까지는 성범죄 행위가 진짜로 있었는지 확인할 수 없다”며 “증거가 있다면 대중에게 공개돼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고 박 시장은 지난 8일 전직 비서로부터 성추행 혐의로 고소를 당했다. 고소장에는 전직 비서가 박 시장으로부터 여러 차례 신체접촉을 당했고, 메신저로 부적절한 내용을 전송받았다는 주장이 적시됐다. 고 박 시장은 고소 다음날인 지난 9일 실종, 지난 10일 오전 0시1분 서울 성북구 성곽길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서울시는 고 박 시장에 대한 장례를 ‘서울특별시장(葬)’으로 5일간 진행했다. 고 박 시장의 장례에는 정세균 국무총리, 이낙연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의원, 이해찬 민주당 대표, 이재명 경기지사,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여권 인사들의 조문이 이어졌다. 문재인 대통령도 고 박 시장의 빈소에 조화를 보냈다.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한국여성의전화는 고 박 시장의 영결식이 끝난 지난 13일 오후 2시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교육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 박 시장의 위력에 의한 비서 성추행 사건은 4년 동안 지속됐다”고 밝혔다. 피해자는 입장문을 통해 “처음 그때 소리를 질러야 했고 울부짖어야 했고 신고해야 마땅했다. 그랬다면 자책하지 않을 수 있을까 수없이 후회했다”며 “거대한 권력 앞에서 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공정하고 평등한 법의 보호를 받고 싶었다. 안전한 법정에서 그분을 향해 이러지 말라고 소리 지르고 싶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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