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SNS에서는 ‘#박원순_시장을_고발한_피해자와_연대합니다’라는 해시태그 운동이 진행됐다. 게시자들은 피해자를 돕고 있는 단체인 한국여성의전화와 한국성폭력상담소에 후원 문자를 인증하며 사람들의 참여를 독려했다. 일부 네티즌은 후원 문자를 인증한 이들을 대상으로 스티커와 도서를 증정하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해시태그 운동에 동참한 이모(29·여)씨는 “SNS에서 많은 여성 지인들이 한국여성의전화에 후원하며 피해자에게 연대하는 모습을 보고 참여하게 됐다”며 “미투(MeToo·나도 고발한다) 열풍 이후에도 전형적인 권력형 성폭력이 이어졌다. 성범죄에 대한 개선 의지가 없는 남성 권력자들의 태도에 분노한다”고 말했다.
권력형 성범죄 재발 방지를 위한 국민청원도 진행 중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공직자 사망 후에도 수사가 계속되는 ‘박원순법’을 제정하자는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 게시자는 “죽음이 절대로 도피가 될 수 없음을 보여줘야 한다”며 “피의자 사망 후에도 끝까지 수사해 진실을 가려내는 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당 청원에는 14일 오후 5시20분 기준 1567명이 동의했다. 관리자가 검토 중인 청원으로 홈페이지에서 검색되지 않는 상태이지만 청원 동의자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서울시의 서울특별시장과 시민분향소 운영방침에 따른 온라인 규탄 행동’도 진행됐다. ‘n번방에 분노한 사람들’은 서울시 시민제안과 서울시 응답소, 서울시의회 신문고, 청와대 국민청원, 여성가족부·고용노동부 성폭력 신고센터, 국가인권위원회 진정 등을 넣자는 운동을 펼쳤다. 고 박 시장의 장례를 서울특별시장(葬)으로 지내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비판에서다. 다만 서울시는 예정대로 장례 절차를 진행, 지난 13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영결식이 엄수됐다.
오프라인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교정에는 고 박 시장 관련 비판 대자보가 게재됐다. 대자보에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빈소에는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그들은 고인의 생전 업적을 칭송했다. 빈소에 놓인 그들의 조화는 성범죄 고소인에게 침묵하라는 압박이자 2차 가해”라는 비판이 담겼다. 이어 “성범죄는 죽음으로 무마할 수 없다”며 “서울시는 지금도 벌어지고 있을지 모르는 시청 내부의 성범죄에 대해 철저히 밝혀야 한다. 정치권은 더 이상 성범죄를 덮고 무마하며 쉬쉬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당 대자보 작성자도 여성으로 전해졌다.
분노는 정치권으로도 향했다. 고 박 시장의 장례에는 다수의 여권 인사들이 참석했다. 정세균 국무총리, 이낙연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의원, 이해찬 민주당 대표, 이재명 경기지사,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등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고 박 시장의 빈소에 대통령의 이름으로 조화를 보냈다.
서울 여의도에서 근무하는 김모(30·여)씨는 “고 박 시장이 끝까지 명예롭고 고결하게 남기 위해 무책임하게 자살한 것에 실망했다”며 “그를 감싸고도는 여권 인사들의 언행에 경악했다”고 말했다. 서울 강동구 거주하는 이모(30·여)씨도 “다수의 유력 정치인들이 고 박 시장의 장례에 참석해 애도했다”며 “이를 본 여성들이 무슨 생각을 할지 정치권은 신경도 쓰지 않는 것 같다. 전혀 중요하다고 여기지 않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이모(여)씨는 “고 박 시장의 업적을 기린다며 정부 차원에서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하는 느낌”이라고 전했다.
고 박 시장은 지난 8일 전직 비서로부터 성추행 혐의로 고소를 당했다. 고소장에는 전직 비서가 박 시장으로부터 여러 차례 신체접촉을 당했고, 메신저로 부적절한 내용을 전송받았다는 주장이 적시됐다. 고 박 시장은 고소 다음날인 지난 9일 실종, 지난 10일 오전 0시1분 서울 성북구 성곽길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후 일부 지지자 등이 피해자를 향해 비난하고 ‘신상털기’를 벌여 논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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