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 옵티머스, 디스커버리, 독일헤리티지DLS 등의 사모펀드 환매중단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팩트체크를 몇 가지 하고자 한다.
“손실이 확정되지 않으면 분쟁조정을 못 하는 것인가”
▶상당 부분 그렇다고 할 수 있다. 분쟁조정의 중요한 요건 중에 하나가 구체적인 손해배상액 산정이기 때문이다. 손해금액은 해당 펀드 관련 최초 투자금에서 회수했거나 회수가 예상되는 금전의 총액을 뺀 금액이다. 그런데 분쟁조정시점에서 회수가 예상되는 금전이 얼마인지 객관적으로 산정하기 불가능할 경우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가 불완전판매비율을 확정하더라도 배상액 결정을 위한 구체적인 손해액을 확정할 수 없어 분쟁조정신청을 각하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 이른바 동양사태에서도 개인투자자에게 판매된 ㈜동양(형식상으로는 페이퍼컴퍼니인 SPC)이 발행한 ‘자산유동화전자단기사채’의 경우 여러 가지 복잡한 회생절차의 진행경과를 이유로, 2014년경 은행을 통해서 판매된 ‘KT ENS 관련 특정금전신탁상품’의 경우 신탁자산 투자처의 해외(루마니아) PF 사업장의 경매절차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등의 이유로 2015년경 각각 투자손실을 확정할 수 없어 분쟁조정신청이 각하됐다.
다만 예외의 첫번째 사례가 KT ENS 신탁상품에 대한 2018년경 재분쟁조정 결정이었다. 이때 분조위는 손해배상(불완전판매)책임이 인정되는 경우에 언제 회수될 지 알 수 없는 해외 PF 사업장 투자금 등을 현시점에서 전부 손해액으로 추정하고 이를 기준으로 산정한 배상금액을 우선 지급한 뒤 이후 회수되는 신탁투자금이 있는 경우 이미 지급한 배상액을 반영(공제)한 차액을 지급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당시 은행 또한 이러한 조정안을 수용해 배상금을 지급했다.
두 번째 예외는 최근의 무역금융펀드 분조위결정과 같이, 착오를 원인으로 한 전액배상결정이다. 착오의 경우 손해액이 얼마인지 무관하게 투자금 자체가 반환돼야 되기 때문이다.
판단컨대, 투자자산이 해외와 관련된 라임 일부상품, 헤리티지, 디스커버리의 경우 해외자산의 환수 및 추심절차가 워낙 까다롭고 오래 걸릴 것으로 보이므로 따라서 현시점에서는 투자금액 전부를 손해액으로 봐야할 것으로 생각한다.
분조위는 위와 같은 KT ENS 신탁상품 분쟁조정선례도 있으므로 현재 문제되는 사모펀드분쟁결정을 무작정 계속 미룰 것은 아니라고 본다.
“판매사 또한 피해자인가”
▶사모펀드 본연의 기능은 지분증권, 메자닌(CB, BW 등) 방식의 중장기 모험자본 공급을 통해서 기업의 리스크와 성장의 과실을 공유한다는 것이다. 또한 자율적이고 과감한 자산운용을 통해 모험자본 공급이라는 고유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것은 소수의 손실 감내능력이 있는 투자자를 대상으로 운용성 및 건전성 규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는데 기인하는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모험 자체와 관계가 상당히 거리가 먼, 사실상 금융 문맹인 퇴직자, 중장년층 등을 대상으로 무차별적으로 판매됐다는 것이다.
일례로 금융사건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필자조차 라임 무역금융 관련 투자설명서의 경우 전문적인 외래용어가 잔뜩 있어서 이해하기 매우 어려웠는데 하물며 일반인들은 사실상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이었을 것이다. 즉 적합하지 않은 상품을 전혀 모험적이지 않은 일반 개인들에게 판매한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두 번째 운용사 제공자료가 애초부터 잘못돼 투자설명자료와 전혀 다르게 운용됐다고 판매사들은 항변한다. 판매사들은 그러면서 자본시장법의 여러 사모펀드 규제완화규정을 들고 있다. 그러나 고객들이 듣도보도 못한 자산운용사를 보고 투자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증권사 및 은행을 보고 그리고 해당 펀드설명자료에 대해 전문가인 판매사의 설명에 전적으로 의존해 투자계약을 결정하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자신도 속았다며 고객에 항변하는 것이 적절하지 의문이다. 결국 사실은 부실투성이인데 판매사도 몰랐고 고객도 이로 인해 부실을 알지 못한 공통의 착오가 있는 것이므로 착오의 법리가 전혀 무리도 아니다.
어쨌거나 현재 각 판매사마다 선보상, 선지급이라는 말이 난무하며 그 보상 및 선지급의 전제조건도 제각각인 듯하다. 그러나 이러한 말들이 고객들에게 희망고문이 되거나 그 전제조건이 고객들에게 차후의 소권 등의 권리행사에 족쇄가 되는 것은 아닐지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다.
무신불립(無信不立)은 금융권에서 가장 많은 인용하는 문구이다. 이번 사모펀드 사태에도 위 문구가 금융권 스스로의 기준이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글=이성우 법무법인 대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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