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노상우 기자 = 전 세계가 코로나19 확산으로 힘들어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보건의료계는 ‘첩약’으로 논쟁 중이다. 첩약 건강보험 급여화가 눈앞에 다가왔기 때문이다.
첩약은 여러 가지 다른 한약 제제를 섞어 탕약으로 만든 것으로 소위 ‘한약’이라고도 불린다. 사실 첩약급여화를 놓고 논의를 한 지는 꽤 됐다. 지난해 4월 보건복지부와 대한한의사협회, 대한약사회, 대한한약사회 등 유관단체와 ‘첩약 급여화 협의체’를 구성하고 연내에 추진하기 위한 논의를 해왔다. 계획대로라면 지난해 10월 이미 진행돼야 했지만, 협의체 내 갈등에 한의계 내부 갈등까지 더해져 미뤄졌다.
또 지난 국정감사에서 첩약 급여화를 시행하려면 안전성과 유효성, 경제성이 입증돼야 한다는 지적이 더해졌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 자리에서 ”첩약 급여화를 졸속하게 진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올해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모든 보건의료 현안에 대한 논의가 멈췄다. 첩약 급여화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가운데, 첩약에 대한 논의가 재개됐다. 그러자 의료계는 집단 반발했다. 유효성과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았다는 것. 대한의사협회·대한병원협회·대한약사회·대한의학회 등 7개 의약계 단체는 첩약 급여화 반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건정심 소위원회를 통과하고 본회의에 보고사항으로까지 올라갔다.
현대의학이 중심인 사회에서 그 기준에 걸맞은 기준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건강보험 요양급여 대상, 즉 건강보험 급여화가 되기 위해선 ▲의학적 타당성 ▲의료적 중대성 ▲치료 효과성 ▲비용 효과성 등에 대한 근거가 필요하다. 의료계가 주장하는 것처럼 이 4가지에 대해 첩약이 근거가 있는지 의문이 든다. 별도의 임상시험 없이 중국과 일본 등은 첩약이 이미 건강보험체계로 들어왔다. 하지만 우리나라 건강보험 체계가 그것을 따를 의무나 권한은 존재하지 않는다.
담당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의과에 대해서는 건강보험이 적용되고 한방은 되지 않으니 보험 적용이 필요하다는 국민의 바람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 말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있다. 환자를 위한 한방분야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는 분명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이 시점이 맞는지 묻고 싶다. 코로나19에 대한 백신·치료제 개발, 감염병 대응체계 확립, 의료인력 확보 등 더 시급한 문제가 많은 게 현재 코로나19 시국 아닌가. 정부 정책에도 우선순위가 있을 터인데, 상황별 맞춤 전략이 필요한 게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오는 24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본회의를 거치고 나면 첩약급여화 시범사업 진행 여부가 결정된다. 1년이 조금 지나 이제 자리를 잡은 추나요법 건강보험 적용과 마찬가지로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도 본사업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국민으로부터 외면받게 될 것인지 두고 봐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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