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젊은이들은 그런 화타의 충고를 비웃으며 게 먹기 시합에 열중했다. 그날 밤 밖에서 "아이고 살려주세요. 배가 너무 아파요" 라는 비명이 들려왔다. 화타가 밖으로 나가보니, 젊은이들이 배를 움켜쥐고 뒹굴고 있었다. 화타는 얼른 들판으로 나가 보라색의 풀을 뜯어와 삶기 시작했다. 젊은이들에게 이 보라색 풀을 다린 물을 마시게 하니,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의 복통이 사라지고 편안해하는 게 아닌가!
제자들이 화타에게 물었다. “게 먹고 배탈 난 데 그 보라색 잎이 어찌 효험이 있는 줄 아셨습니까?” 화타가 말했다. “예전에 강가를 지나는데 물고기와 게를 많이 잡아먹어 배가 부른 수달을 만난 적이 있다네. 그 수달은 복통으로 고통스러운 듯 간신히 물가로 기어 나와 풀밭에 쓰러졌어. 그리고는 많은 풀 중에서 유난히 자줏빛 잎의 풀만 골라 뜯어 먹었지. 그런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수달이 편해진 듯 일어나더니 유유히 다시 물속으로 들어갔지. 그 풀이 바로 이거였다네.”
화타는 이름 없던 이 자줏빛 잎을 가진 풀이 복통을 낫게 했으니 보라색 자, 편안해질 서를 써서 자서(紫舒)라 이름 지었다. 훗날 서(舒)와 소(蘇)의 중국어 발음이 같아 자소(紫蘇)로 변해 오늘날까지 이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소(蘇)에는 막힌 기운을 떨치고 소생한다는 의미가 있다. 현대인의 생활에서 발생하는 과도한 스트레스 등으로 기가 정체되어 나타나는 신경성 위염, 스트레스성 복통 등의 증상에 좋은 약재가 바로 자소엽(紫蘇葉)이다.
자소엽은 꿀풀과의 한해살이풀로 우리나라에서 오래전부터 자생해온 식물이다. 차즈기, 차조기, 소마(蘇麻) 등의 이름으로도 불린다. ‘계피의 매운 맛을 지닌 깻잎’이라 하여 계피 계, 깻잎 임, 계임(桂荏)이라고도 한다. 영어로는 소엽과 들깨를 모두 beefsteak plant 혹은 wild basil이라고 부른다.
들깨와 생김새가 매우 비슷하지만 줄기와 잎이 보라색인 점이 들깨와 자소가 다른 점이다. 자소엽(紫蘇葉)의 학명은 Perilla frutescens Britton var. acuta Kudo이고, 들깨의 학명은 Perilla frutescense var. japonica Hara로 둘은 사촌지간 식물들이다. 그래서 들깨를 청소엽(靑蘇葉)이라고도 부른다. 보라색을 뜻하는 자(紫)에서 알 수 있듯이 잎의 앞뒷면이 모두 보라색이다. 연한 자주색의 꽃은 늦 여름쯤 피어 난다.
어린잎과 열매는 먹을 수 있는데, 씨에서 얻은 기름은 향료, 천연 방부제와 해독제로도 사용된다. 매실 등을 이용해서 장아찌를 만들 때 착색제나 방부제로도 사용한다. 자소엽의 씨에서 추출한 자소유(紫蘇油)는 강력한 방부 작용이 있다. 주성분인 페릴알데히드(Perilla aldehyde)로 당을 만들면 설탕보다 훨씬 더 강력한 단맛을 낸다.
페릴알데이드의 방향성 정유 성분은 항균, 방부 작용이 뛰어나 식중독을 예방한다. 그래서 상한 생선회 등 섭취 후 어독(魚毒)으로 인한 복통을 개선하는 효과가 화타의 전설에서와 같이 현대 약리학에서도 증명하고 있다. 또한 자소엽에는 비타민K의 함량이 100g당 680mg으로 다른 식품에 비해 풍부하여 염증을 없애는 작용도 뛰어나다.
자소엽을 심으면 파리, 모기 같은 해충들이 가까이 오지 않는다 하여 집 주변이나 마당 공터 등에도 많이 심었다. 일본에서는 초밥 등의 밥 요리에도 많이 사용된다. 자소엽과 달리 잎이 녹색인 청소엽(靑蘇葉) 즉 들깨 또한 비슷한 효능을 지녔기에 생선회나 고기를 먹을 때 깻잎으로 싸 먹는 풍습은 식중독 예방과 관련하여 인기가 높다.
블루베리에 많이 함유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진 항산화 물질인 안토시아닌 성분은 자소엽에도 많이 함유되어 있다. 안토시아닌은 지방의 흡수를 막고 배출을 촉진하여 젊음을 유지하고, 시력을 개선하는데 도움이 된다. 블루베리에서 추출한 안토시아닌을 주성분으로 이용한 시력 개선제가 국내외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식물자원인 차조기 잎을 이용하여 독성 및 부작용 없이 안전하게 사용될 수 있는 시력 개선 신약 물질을 찾는 노력이 현재 여러 분야에서 진행 중이다.
한의학에서 자소엽의 효능은 맛이 맵고 달며, 성질이 따뜻해서 잎과 줄기, 씨앗을 다 약에 쓰는데 성질의 미묘한 차이가 있다. 씨앗인 자소자(紫蘇子)는 기(氣)를 아래로 내려주는 성질이 있어 가래나 변비에 좋다. 줄기인 자소경(紫蘇梗)은 기(氣)를 돌려주니 임신부를 안태(安胎·임신 유지)시켜주는 효능이 있다. 명의 화타의 전설에서처럼 자소엽(紫蘇葉)은 물고기와 게를 먹고 체한 증상을 다스리며, 막힌 기(氣)를 풀어주는 성질이 있어 땀을 나게 하니 감기 치료에도 효과적이다.
紫蘇子:能降氣消痰、平喘潤腸,用於痰壅氣逆,咳嗽氣喘,腸燥便秘等症。
紫蘇梗:能理氣寬中、止痛、安胎,用於胸隔痞悶,胃脘疼痛,噯氣嘔吐,胎動不安等症。
紫蘇葉:能解表散寒,行氣和胃,用於風寒感冒, 有解魚蟹中毒之效
입맛을 돋우고, 혈액순환을 좋게 하고, 몸을 따뜻하게 하여, 오한과 발열 등 감기 증상에도 효능이 있는 자소엽을 《명의별록》에서는 간략하게 “나쁜 기운을 내리고, 뱃속의 차가운 기운을 제거한다”고 표현하였다.
《名醫別錄》謂紫蘇「主下氣,除寒中。
여름철에 수확한 어린잎, 부드러운 줄기나 꽃대를 바람이 잘 통하는 그늘에서 말린 후, 그 자소엽을 따뜻한 물에 녹차 우리듯 우려내면 향과 맛 그리고 아름다운 색이 뛰어난 자소엽차가 완성된다.
이때 물의 온도에 따라 차(茶)의 색이 달라지는데 약 15도 정도의 물에서는 보라색으로, 그 이상의 온도에서는 파란색이나 노란색을 나타내 맛과 향과 함께 시각적인 즐거움도 누리는 기쁨을 자소엽은 우리에게 전해준다. 자소엽을 채취하기에 좋은 요즘, 자소엽을 잘 말려서 가까운 사람들과 함께 따뜻한 차로 만들어 나눠 마시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