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정진용 기자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직권조사를 결정했다. 진상규명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인권위는 30일 상임위원회를 열고 고 박 전 시장의 성희롱, 성추행 의혹에 대한 직권조사를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인귄위측은 직권조사를 개시한 배경으로 “제3자 진정으로 접수된 3건의 사건과 관련해 피해자 측과 계속 소통하던 중 피해자가 지난 28일 직권조사를 요청해 직권조사 요건을 검토했다”고 설명했다.
인권위는 7명 내외의 ‘직권조사팀’을 꾸려 ▲서울시의 성희롱 등 피해에 대한 방조, 묵인 여부 ▲성희롱 등 사안과 관련한 제도 전반에 대한 종합적 조사 및 개선방안 검토 ▲선출직 공무원의 성희롱 사건 처리절차 등을 들여다볼 방침이다.
국가인권위원회법 제45조에 따르면 위원회는 진정을 조사해 진정 내용이 범죄 행위에 해당하고 이에 대해 형사 처벌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검찰총장에 해당 사안을 고발할 수 있다.
또 인권침해 및 차별 행위가 있다고 인정되면 피진정인 또는 인권침해에 책임이 있는 사람을 징계할 것을 소속 기관 등 장에게 권고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인권위 직권조사는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고 박 전 시장 휴대전화에 대한 포렌식 절차가 중단됐기 때문이다.
서울북부지법은 30일 고 박 전 시장 유족의 법원에 유류품으로 발견된 휴대전화 포렌식 집행정지 요청을 받아들였다. 고인의 휴대전화는 사망 경위와 성추행 의혹 등을 규명할 중요한 단서로 분류됐다.
경찰이 진행하던 고 박 전 시장 휴대전화 포렌식은 같은날 중단됐다. 이에 따라 수사 기관에 자료를 요청해 조사에 착수할 것으로 전망됐던 인권위 직권조사도 타격이 불가피하게 됐다.
구속력과 강제성이 없다는 태생적 한계도 무시할 수 없다. 인권위 직권조사는 수사기관처럼 긴급체포, 압수수색 같은 강도 높은 수사를 할 수 없다. 진상조사에 필요한 자료도 제출 요청을 통해 받는 방식이다.
정당한 이유 없이 진술서 제출을 방해, 거부하거나 출석요구에 응하지 않거나 자료 제출 요구에 응하지 않거나 거짓 자료를 제출해도 1000만원 이하 과태료 처분에 그친다.
과거 사례에서도 한계가 명확히 드러난다. 지난 2018년 인권위는 안태근 전 검사장의 성추행 사건에 대해 서지현 검사가 낸 진정을 조사하고 검찰 조직 전반의 성희롱과 성폭력 문제를 파악한다며 직권조사를 벌였다. 그러나 일주일 뒤 돌연 조사를 잠정 중단했다. 검찰에서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을 자체적으로 꾸려 조사에 나섰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5개월 뒤 인권위는 서 검사 측 진정을 ‘각하’ 처리하고 성과 없이 직권조사를 종결했다.
이번 인권위 직권조사가 용두사미로 끝나지 않으려면 서울시 전현직 관계자들을 비롯해 사건 당사자의 적극적 협조가 필수적이다. 서울시는 일단 “피해자가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을 통해 조사를 의뢰할 경우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그러나 여성가족부가 30일 서울시를 특별 현장 점검한 결과에 따르면 서울시는 한 달 가까이 피해자와 구체적인 보호, 지원방안을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말뿐인 ‘수사 적극 협조’가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된다.
서울시는 여가부 발표 이후 27개 성폭력 피해자 지원시설 시설운영과 사업비 지원을 통해 피해자에게 상담과 정신적 치료 지원, 심신 및 정서 회복을 위한 치료회복 프로그램 지원, 법률 지원 등을 하고 있다며 반박 입장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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