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국민청원에도 올라온 ‘의대 정원확대 반대’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올라온 ‘의대 정원확대 반대’

8월7일 전공의 파업 이어 14일 의협 파업예고

기사승인 2020-08-01 04:30:02
지난 23일 오전 대한의사협회는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사 인력 증원 방안을 반대하는 입장을 표명했다. 사진=대한의사협회

[쿠키뉴스] 노상우 기자 = 정부가 의대 정원을 10년간 4000명을 증원한다는 계획을 발표하자, 의사들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몰려가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3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의대 정원 증원에 반대하는 의사들의 청원 두 건이 높은 동의를 얻으며 상위권에 올랐다. 이날 오후 5시 기준 예방의학과 교수 일동과 전공의가 작성한 국민청원은 각각 1만3000여명, 2만4000여명의 호응을 받았다.  

앞서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3일 10년간 의사 4000명을 증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지역 내 중증·필수의료 공백해소를 위한 지역의사 3000명과 함께 역학조사관 등 특수분야 의료인력 500명, 기초의학·바이오·제약 등 연구인력 500명 등을 양성할 계획이다.

정부의 이러한 발표에 대해 의사들이 행동에 나섰다.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 15인은 2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당정 발표 의사 4000명 증원 안 재검토를 부탁드린다’는 제목의 글을 남겼다.

이들은 “우리나라는 1980년대 의사 1인당 1500명 수준에서 2010년 500명 수준으로 3배 증가했고, 인구 10만명 당 의대 정원은 7.48명으로 미국 7.95명, 일본 7.14명 등과 비교해도 적지 않다”며 “이러한 점을 감안해 김대중 전 대통령은 의대 정원을 10% 감축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의대가 흡수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의학전문대학원 제도를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모든 시군구에 보건소가 설치돼 있고 보건소에 정규직으로 1000명의 의사와 5000명의 간호사가 근무하고 있다. 또 군 의무 복무 대신 의료 취약지역에서 근무하는 공중보건의사도 3000명이 있고, 섬 지역 보건진료원도 1800명이 근무하는 등 세계가 부러워하는 공공보건의료 체계를 가지고 있다. 세계가 주목하는 K-방역은 이러한 기반 하에 이룬 성과”라고 평가했다.

이들 예방의학과 교수 일동은 은퇴 의사를 활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노인이 많은 농어촌지역에서 주민과 소통하는 은퇴 의사를 보내고 대신 젊은 공중보건의사는 국가에서 필요한 지역의사와 역학조사관 등으로 근무하고, 기초 의약 바이오에 배치해 국가 바이오산업 발전과 지역의료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자신을 대학병원 전공의라고 밝힌 이도 의대 정원확대를 반대하는 또 다른 글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렸다. 이 청원인은 의대 정원확대가 ▲지역의료 불균형 해소 ▲비인기전공 의사 인력 수급 개선 ▲기초의학 연구자 양성에 모두 효과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시골 군 단위에도 의원급 의료기관이 있어 기본적인 검사는 충분히 할 수 있다”며 “중증 응급환자가 발생했을 경우 바로 대처할 수 있는 대학병원이 시골 군 단위에 부족하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이 부분은 의사 인력이 부족해서라기보다는 모든 지역에 대형 병원이 있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지, 절대 의사 인력 불균형 때문에 발생한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비인기 전공과 의사 부족에 대해선 “비인기전공을 하는 전문의 숫자는 절대 부족하지 않다. 대학병원 등에만 취직자리가 있다 보니 그 수가 한계가 있어서다”라며 “진짜 문제는 비인기전공을 하는 전공의 숫자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전공의 없이 대학병원이 돌아갈 수 없는 구조다. 전공의 업무가 무수히 많다. 전공의에 대한 처우를 개선하는 것이 문제이지 단순히 이런 전공의 업무를 할 의사 숫자가 부족하다고 의사 수 전체를 확대한다면 오히려 피부·미용을 하는 의사만 늘어날 것”이라고 비판했다.

기초의학 연구자 양성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청원인은 “단순히 의사 수를 많이 양성한다고 그들이 기초의학을 필수로 해야 한다는 것은 의대 교육의 원칙에도 위반된다. 또 기초연구를 강요받고 그 길로만 가야 한다는 것도 개인의 선택 자유에도 위배된다. 기초연구에 대한 처우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가야 자연스럽게 기초의학에 흥미가 있는 사람이 망설임 없이 택하게 된다. 그런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갈무리


한편, 의료계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에 반대하며 단체 행동에 나설 준비에 돌입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8월 7일, 대한의사협회는 8월 14일 파업을 예고한 상황이다. 의대생들의 모임인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의회도 대표 비상회의가 로드맵을 제시하며 투쟁에 나설 계획을 세우고 있어 의료계와 정부 간의 갈등이 커질 모양새다.

nswreal@kukinews.com
노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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