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정진용 기자 = 급작스러운 폭우로 전국 곳곳의 지하차도가 잠겨 인명,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기후변화로 인해 앞으로 국지성 호우는 매년 늘어날 전망이다. 지하차도 배수시설에 대한 점검과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하차도는 도로의 교통체증 등을 완화하기 위해 지반을 굴착하여 지하에 만든 터널 형태의 입체교차로다. 교통체증을 해결하고 도시 미관을 해치지 않아 대도시권에서 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집중호우 시 지하차도에 유입된 빗물을 제대로 배수처리하지 못할 경우 인명 및 재산피해를 초래한다.
지하차도 침수 사고는 매년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지난 2018년 9월 기준 공용 중인 지하차도 총 687개 중 5년 내 총 41개 지하차도에서 총 49회 침수가 발생했다. 2014년 4회, 2015년 3회, 2016년 8회, 2017년 24회, 2018년 7월 10회였다. 이 기간 동안 침수된 차량 대수는 34대이고 사망자 수는 2명이다.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소재 화산지하차도는 3일 새벽, 전날부터 내린 비로 물에 잠겼다. 수도권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2일 오후 9시부터 3일 오전 6시까지 수원의 누적 강수량은 86㎜다.
수원시는 화산지하차도 침수 상황을 발견해 오전 4시 경찰서에 통제를 요청했고 한 시간 후부터 긴급복구작업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긴급복구작업 시작 2시간 만에 지하차도는 재개통됐다. 이날 화산지하차도 침수로 차량 1대가 침수돼 견인 조치됐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부산과 대전에서는 불어난 물이 지하차도로 순식간에 들이닥치며 사망자가 발생했다. 대전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오후 5시쯤 대전 동구 판암동 소정 지하차도를 건너려던 70대 남성 A씨가 물에 빠져 숨졌다. 사고 당일 대전에는 시간당 최대 100mm의 폭우가 내려 대부분 지하차도와 하상도로 등이 전면 통제된 상태였다.
지난달 23일 부산에서는 동래구 초량 제1지하차도가 침수돼 3명이 사망했다. 그 전날 부산에는 200mm가 넘는 폭우가 쏟아졌다. 부산 동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초량 제1지하차도가 침수되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된 지 10여분만인 지난달 23일 오후 9시38분 경찰이 현장에 도착해 지하차도를 통제했으나 속수무책이었다. 소방당국이 침수 차량에 갇힌 8명을 구조했지만 이 가운데 2명은 끝내 숨졌고, 다음날 새벽 또 다른 차량에서 추가 시신 한구가 발견됐다. 부산에서는 6년 전에도 집중호우로 침수된 동래구 우장춘로 지하차도에서 할머니와 손녀가 참변을 당해 ‘판박이 사고’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번에 사망자가 나온 대전과 부산 지하차도에는 물을 빼기 위한 배수 설비가 있었다. 그러나 설비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넘는 폭우로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대전 소정 지하차도에는 11kw 수중펌프 3대와 지상에 60kw 비상발전기가 있었지만 발전기가 물에 잠기며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부산시는 우장춘로 지하차도 사고 이후 배수펌프 용량을 늘리고 발전기를 지상으로 빼내는 등 조치를 취했다. 사고 당시 초량 제1지하차도에는 분당 20t 용량의 배수펌프 3대가 작동 중이었다. 그러나 배수펌프 용량을 초과한 빗물이 들이닥쳐 정상 작동하지 못했다는 게 부산 동구청의 설명이다.
지난해 감사원은 국지성 호우가 증가하는 변화된 여건을 반영해 지하차도 침수위험도 평가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국토교통부에 통보했다.
문영일 서울시립대 도시홍수연구소 소장은 “이상기후를 고려했을 때 앞으로 신설하는 지하차도의 경우에는 설계빈도를 50년 이상(50년 단위 최고 강수량을 기준으로 한 배수설계 기준)으로 상향해서 지어야 한다. 신도시인 세종시의 경우 설계빈도가 100년 기준으로 높아졌다”며 “다만 기존에 이미 지어진 지하차도의 경우 배수 용량을 높이는 데 비용이 상당히 많이 든다”고 했다.
문 소장은 “일단 배수 용량을 늘릴 수 있는 곳은 조치를 하고, 인구 밀집 지역 등의 이유로 구조적 변경이 어려울 경우에는 배수 펌프 용량 증설, 호우 경보 발령시 신속한 차량 진입 차단 등 비구조적 조치를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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