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노상우 기자 =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오는 7일 파업하기로 하자, 대학병원이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대전협은 지난 1일 열린 ‘전공의 대표자 회의’에서 7일 중환자실·분만·수술·투석실·응급실 등 응급의료를 포함한 전 분야에 대해 파업하겠다고 결정했다. 파업의 이유는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등에 대한 반발이다. 회의에 참석한 단위병원 가운데 병원 한 곳을 제외하고 모두가 파업에 동참하기로 했다. 대전협은 각 병원 전공의대표가 집단행동에 맞춰 대체인력을 투입해달라고 요청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병원들은 전공의들의 단체행동에 따라 대체인력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과 세브란스병원과 서울성모병원 등은 입원전담전문의, 중환자실전담전문의, 펠로우(임상강사) 등을 활용해 전공의의 빈자리를 메꾸고자 한다. 서울아산병원 관계자는 “전공의들이 환자에게 위해가 가지 않는 범위에서 최소 인력은 남겨두겠다고 했다”면서 “환자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서울병원과 서울대병원은 세부적인 휴진 인원 등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라 구체적인 내용은 좀 더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환자의 진료에 차질이 없도록 노력하겠다. 좀 더 내용이 나오고 난 뒤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병원이 파업 일정이 ‘하루’에 불과해 그나마 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한 병원 관계자는 “전공의들이 맡는 업무가 많은 상황에 파업의 규모가 커지고, 일정이 늘어나게 되면 병원 운영에 차질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을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전공의들은 이번 파업이 단순한 밥그릇 싸움에서 비롯된 게 아니라고 주장했다. 김중엽 서울대병원 전공의협의회 회장은 “지금도 의료 교육이 부실한 곳이 많다. 의사를 제대로 양성하고자 했다면 서남대 의대가 왜 폐교됐겠는가”라며 “부실한 교육과 수련을 받은 의사가 나온다면 피해는 오롯이 국민이 보게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월급은 적게 받아도 된다. 돈이 문제가 아니다”라며 “국민들이 코로나19 현장에서 고생한 의료진을 위해 ‘덕분에 챌린지’로 응원을 많이 해줬다. 그 의사들이 지금 정부의 정책에 반대하는 것이다. 국민이 응원해줬다면 의사들이 왜 이렇게 외치는지 생각해줬으면 한다. 색안경 끼지 말고 봐달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의사 수보다 부족해 의사 수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 회장은 “OECD 평균 외에 여러 변수를 확인해야 한다. 의사 밀도를 따지면 전 세계 3위고, 초진을 보기 위해 걸리는 시간이 미국이 24일인 것과 비교하면 우리나라는 21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의사 수 부족이 문제가 아니라 배치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전공의의 파업 소식에 정부도 ‘대화’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반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최대한 대화를 통해 갈등을 낮추고 합리적인 의견을 도출해서 최대한 수용할 부분은 수용해 불미스러운 일이 없도록 노력하겠다”면서 “대한병원협회 등과 함께 대체인력의 확보, 수술 예약 일정 조정 등으로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전공의협의회도 좀 더 숙고하고 정부와의 대화를 통해 최대한 국민들의 피해가 없도록 풀기 바란다”고 밝혔다.
대전협은 정부와 지속적으로 대화하고자 했지만, 논의의 장조차 마련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형철 대전협 대변인은 “정부가 의료정책을 정함에 있어서 전문가들과 함께 논의하고 현장의 의견도 반영할 수 있었어야 한다. 단체행동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지난달 27일부터 1주일이란 시간동안 복지부의 대화 시도는 전혀 없었다. 파업을 선언하고 나니 처음으로 대화를 하자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장의 목소리를 덮고자 하는 논의가 아닌, 의대 정원 확대 등에 대해 전면 재논의를 하겠다고 한다면 7일 전공의들의 파업을 멈출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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