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을 가장한 힐난에 타격받지 않고 맞서려면 상대가 할말을 잃게 만들면 된다. 2013년 6월 박명수가 ‘라디오스타’에 출연했을 당시 김구라는 그에게 “프로그램 3개 하고 있는데, ‘무한도전’ 아이디어 회의 빠져, ‘세바퀴’(MBC) 적응 못하고 도태 중이야, ‘해피투게더’ 역시 마찬가지야. 본인은 방송인으로서 주도적으로 하나도 하는 게 없다”며 난데없이 혼을 냈다. 그러자 박명수는 침착한 목소리로 “그러다 완전 도태되겠죠”라고 답했다.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해 김구라의 공격을 무력화시킨 것이다. 빅터 한은 종잡을 수 없는 역질문으로 김구라의 지식 자랑을 차단했다. 드러머 비니어피스를 아느냐는 질문엔 “드러머란 무엇일까요? 드럼을 친다고 드러머일까요, 아니면 드럼을 갖고 있으면 드러머일까요?”라고 물었다. 여기서 빅터 한이 무엇을 묻고자 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가 김구라의 음악 지식 뽐내기를 막아냈다는 사실만이 중요하다.
제2강. 무논리엔 무논리로 맞선다
상식이 풍부하고 언변이 뛰어난 김구라는 때로 무논리로도 그럴듯하게 상대를 공격한다. 그럴 때 가장 좋은 방법은 똑같이 무논리로 맞서되 화려한 비유를 쓰는 것이다. ‘언어의 연금술사’로 통하는 지상렬은 이 분야에 특화돼 있다. 김구라가 “루머는 톱스타들에게만 있는 것”이라며 지상렬에 관한 루머를 기정사실화하자, 지상렬은 “우리 같은 ‘잔바리’도 루머가 있다”더니 이내 “메기만 물고기가 아니고 닥터피쉬도 물고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의 주장이 “닥터피쉬를 인정하라”고 끝을 맺을 때면 이미 김구라의 공격은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잊힌지 오래다. 김구라가 물러서지 않고 공격을 이어간다면 다음과 같은 지상렬의 어록을 활용해 반격하자. “넌 내가 죽거든 오지 말아라” “너는 갑상선 좀 쉬어라” “그냥 나오는대로 출금하냐, 혓바닥을?” “요즘 먹고 살만 하니까 식도에 너무 힘주네?” “너 식혜 밥알이야, 언제 가라앉을지 몰라!”
제3강. 상대의 무례함을 확인시킨다
농담을 가장해 상대를 공격하는 건 김구라의 주특기다. 함께 웃자니 자존감이 떨어지고 화를 내자니 분위기를 망치는 것 같다. 이럴 땐 김숙의 사례를 참고하자. 5녀 중 막내인 김숙이 ‘부모님이 아들을 바라고 계속 딸을 낳았다’는 얘기에 김구라는 “점점 부모님 바람대로 (아이가) 태어날 때마다 얼굴이 남상으로 변한 거”라며 외모비하 농담을 던졌다. 김숙은 잠시 말을 멈추더니 이렇게 말했다. “어, 상처 주네?” 그는 잠시 뒤 “괜찮다”고 말하며 대인배의 면모를 드러냈고 김구라는 농담이었다며 사과했다. 비슷한 예로 “내가 이렇게 혼날 일이야?”도 있다. 개그맨 윤정수는 막 대할 수 있어 편하다는 김숙의 말에 김구라가 “결혼을 막 대하려고 하냐”며 언성을 높이자 김숙이 보인 반응이었다. 자신의 과잉 반응을 지적당한 김구라는 이번에도 기세가 꺾여 비난을 멈췄다.
제4강. 되로 받으면 말로 준다
옛말에 되로 주고 말로 받는다고 했다. 이것을 ‘되로 받으면 말로 되갚는다’로 해석해보자. 개그우먼 안영미가 시사 중심의 라디오 프로그램 ‘에헤라디오’를 맡게 된 과정을 설명하다가 말실수를 했을 때의 일이다. 김구라가 자신의 말실수를 교정하자 안영미는 과장된 표정과 말투로 “알았다고요. 아나운서 납셨네!”라고 응수했다. 안영미처럼 콩트에 능하지 못하다면 솔비의 화법을 배우자. 그는 MBC ‘마이리틀텔레비전’에서 김구라와 은유법을 배우던 중 “솔비는 취두부다”라는 말을 듣더니, “김구라는 잡초다. 밟고 싶어서”라고 되갚음했다. 지난해 11월 ‘라디오스타’에 출연했을 때는 김구라가 자신의 말을 탐탁치 않게 여기는 듯 하자 “왜요? 오빠는 하고 싶은 얘기 다 하면서”라고 응징하기도 했다. 완벽한 KO 승이다.
wild37@kukinews.com / 사진=MBC ‘라디오스타’ 방송화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