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집단휴진 6년만… 투쟁으로 얻을 것은

의료계 집단휴진 6년만… 투쟁으로 얻을 것은

2000년 의약분업 막는 데 실패, 2014년 원격의료는 막아냈지만 법정공방

기사승인 2020-08-05 03:30:02
사진=대한의사협회

[쿠키뉴스] 노상우 기자 = 의사들이 정부의 의대 정원확대·공공 의대 설립 등에 반발하며 ‘파업’을 예고했다. 지난 2014년 3월 원격의료를 반대하며 집단휴진에 나선 이후 6년 만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1일 정부에 ▲의대 정원확대 철회 ▲공공의대 설립 계획 철회 ▲한방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철회 ▲비대면 진료 정책 중단 ▲의협과 민관협력체계 구축 등을 요구하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오는 14일 전국의사총파업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의료계는 앞서 지난 2000년 의약분업, 2014년 원격의료 추진 등에 반대하며 집단휴진에 나선 바 있다. 2000년 7월1일 정부의 의약분업 시행을 앞둔 상황에 전국 병·의원은 휴진에 동참했다. 개원가뿐만 아니라 전공의·봉직의(병원 의사)들까지 동참해 6월20일부터 26일까지 의료계 집단 폐업했다. 그런데도 정부의 의약분업을 막아내는 데에는 실패하고 김재정 당시 대한의사협회장이 집단 휴업 지시를 내리고 전공의들의 폐업을 지시해 170개 병원의 업무를 방해했다는 혐의로 구속됐다. 김 전 회장은 징역 1년을 선고받았고, 이외에 전국 3000명의 의사가 경찰로부터 출석요구서를 받기도 했다.

2014년 박근혜 정부의 원격의료 도입과 영리병원 추진을 막기 위해 실시했던 집단휴진은 나름의 성공을 거뒀다. 2014년 3월10일 당시 노환규 대한의사협회장은 원격의료 등에 반대하며 전국의사총파업을 시행했다. 전국 전공의 1만7000명 중 필수의료인력을 제외한 7200명이 파업에 참여했고, 개원가들도 힘을 모았다. 원격의료를 막아내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노환규 전 의협 회장과 의협 집행부는 회원들에게 집단휴진을 동참할 것을 요구한 혐의로 법정공방에 들어갔다. 이들은 6년이 지난 올해 3월 열린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지난 2018년 3월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인 ‘문재인 케어’를 막아내겠다며 대한의사협회장 자리에 오른 최대집 회장은 대정부 투쟁을 수차례 예고했다. ▲상복부 초음파 건강보험 적용 반대 ▲원격의료 추진 ▲문재인 케어 저지 ▲'오진' 의료진 구속 ▲진찰료 인상 거부 등 이유도 다양했다.

이후에도 최 회장은 ‘총파업’카드를 줄곧 꺼냈지만, 실행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때문에 투쟁에 대한 ‘면피용’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지난 2018년 10월 임시대의원총회에서 현 집행부를 대신할 ‘문재인 케어 저지 및 수가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코자 했지만, 무산되면서 최대집 집행부가 회생했다. 지난해 4월 의료개혁쟁취투쟁위원회를 발족시키며 9일간의 단식으로 투쟁에 대한 내부동력을 키웠지만, 얻은 것은 없었다. 지난해 12월 열린 임시대의원총회에서는 문재인 케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고 투쟁도 하지 않아 기만했다며 최 회장에 대한 ‘불신임’ 안건이 상정되기도 했지만, 회장직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힘을 실어줬다.

올해 코로나19 사태 이후 대면진료의 대안으로 비대면진료(원격의료)에 대해 정부가 긍정적으로 평가하자, 최 회장은 ‘극단적 투쟁’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정부에 경고의 메시지를 던졌다. 이후 정부가 ▲의대 정원확대 ▲공공의대 설립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등을 추진하자 ‘강경투쟁’ 노선으로 결정했다. “의료를 멈춰서라도 의료를 살리겠다”고 공언하던 최 회장의 발언이 현실화되고 있다.

의협은 의대 정원확대와 공공의대 신설과 관련해서 의사 수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배치의 문제라고 강조한다. 새로 의사를 뽑고 지역에서 10년간 의무복무를 하는 ‘지역의사제’를 통해 강제로 지역에 배정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에서 근무할 수 있는 인프라를 만드는 게 우선이라는 것이다. 공공에서 일할 의사 수를 늘린다 하더라도 국립병원, 의료원에 대한 투자 없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에 대해선 안전성·유효성 검증 없이 시범사업에 들어간 사례가 없다며 반대하고 있다. 건강보험 요양급여 대상이 되려면 ▲의학적 타당성 ▲의료적 중대성 ▲치료 효과성 ▲비용 효과성 등에 대한 근거가 필요한데 첩약 급여화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정부는 거듭 대화를 통해 극단적인 파업을 피하고자 노력한다고 밝히고 있지만, 이미 정해진 정책을 변경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의협의 요구조건이 받아들여지지지 않는다면 14일 전국의사총파업 이후에 2차, 3차 파업까지 이어질 수 있어 정부 당국도 긴장하고 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반장은 “(의료계와) 대화창구를 상시화하는 방법으로 파업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면서 “혹시 모를 진료 공백에 대비해 국민 피해가 없도록 진료체계를 고안하고, 대비 갖추는 것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nswreal@kukinews.com
노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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