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정진용 기자 = “제일 먼저 현장에 도착해 맨몸으로 구조하러 뛰어든 소방관들이 무엇을 그리 잘못했습니까”
지난달 23일 쏟아져 들어오는 빗물 때문에 부산 동구 초량 제1지하차도에서는 3명이 숨졌습니다. 이들은 지하차도가 순식간에 불어난 물로 갑작스럽게 침수되면서 자동차에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해 참변을 당했습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초량 제1지하차도 참사 책임을 소방관에게 미루지 말라는 내용의 청원이 올라왔습니다. 해당 청원글은 올라온 지 이틀 만인 7일 오후 5시 기준 1만 8000여명이 동의했습니다.
자신을 침수 사고에 출동한 소방관의 누나라고 밝힌 청원인은 “그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고 그 현장에는 제 동생이 있었다”면서 “그 위험한 현장에서 동생은 자신의 안전은 뒤로 한 채 동료 직원분들과 한 명이라도 더 구조하기 위해 헤엄쳐 들어갔다. 그런데 요즘 들어 이상할 만큼 말이 없다”고 말문을 열었습니다.
그는 “그 이유를 뉴스를 통해 알 수 있었다”면서 소방서 압수수색을 그 원인으로 들었습니다. 청원인은 “압수수색뿐 아니라 몇몇 소방관들도 조사를 하고 있다고 한다. 그것 때문에 트라우마와 스트레스로 정신과 치료를 받는 동료 소방관들도 있다고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청원인은 “제대로 된 장비도 없이 동생과 동료는 밀려오는 물살을 헤치며 한 명이라도 더 구하려고 안간힘을 썼다고 한다”며 “그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6명을 구조한 소방관들이 과연 무엇을 그렇게 잘못했는지 한번 생각해 주셨으면 한다. 항상 우리 주위에서 목숨 걸고 일하는 소방관들에게 책임을 미루거나 하는 일들은 하지 말아 달라”고 촉구했습니다.
초량 제1지하차도 사고는 행정당국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빚어진 ‘인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먼저 시설관리 소홀 문제를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고가 난 초량 제1지하차도에는 20t 가량의 빗물을 처리할 수 있는 배수펌프가 3개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사고는 시간당 최고 81.6mm의 물 폭탄이 3시간 동안 쏟아진 데다 주변 도로 빗물이 모두 지하차도로 몰린 탓에 ‘무용지물’이었습니다.
정부와 경찰은 초동대처 미흡 의혹으로 관할 소방서를 비롯해 부산시장 권한대행, 부산 동구청장에 대한 수사에 들어갔습니다.
부산소방본부는 119 종합상황실에 초량 지하차도 침수 신고가 접수된 시각이 같은날 오후 10시13분이었다고 밝혔습니다. 오후 9시32분에 첫 신고를 비롯해 이후 2차례 더 신고가 들어왔으나 신고 전화 폭주로 접수되지 않았다는 설명입니다.
소방은 신고 폭주 등으로 피해 접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도 같은 날 오후 9시47분쯤 긴급상황을 인지하고 이미 구조활동을 진행 중이었다는 입장입니다.
사고 당일 오후 8시 부산에는 호우경보가 발령됐으나 침수위험등급인 초량 제1지하차도에는 곧바로 통제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행정안전부가 지난 2014년 부산 동래구 우장춘로 지하차도 침수사고 이후 마련한 ‘지하차도 침수대비 매뉴얼’을 살펴볼까요. 매뉴얼에 따르면 침수위험 2등급의 지하차도는 호우주의보가, 3등급은 호우경보가 발령되면 즉각 통제에 들어가야 합니다.
그러나 부산시는 지하차도 침수대비 매뉴얼이 있는지, 그리고 초량 제1지하차도가 침수위험 3등급이라는 것조차 몰랐다는 사실이 드러나 분노 여론이 일었습니다.
또 변성완 부산시장 권한대행은 침수 사고가 발생하기 전 행안부에서 두 차례나 ‘정위치 비상 근무’ 명령을 내렸지만 관사로 퇴근했습니다. 3명이 사망했다는 보고를 받고도 아침까지 관사에 머무른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습니다. 부산시는 정위치 근무가 반드시 시청 사무실에서 근무하라는 의미는 아니었고 수시로 통화하며 지시를 내렸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나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당한 상태입니다.
“이번 참사로 하위 공무원 몇 명 처벌하는 걸 원치 않습니다.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명확히 밝혀내야 합니다”
희생자 유족의 호소입니다. 다시는 이 같은 ‘후진국형 재난’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고치는 게 유족들이 가장 원하는 바가 아닐까요.
여러분은 청원에 동의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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