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노상우 기자 = 의사들의 집단행동, 법적인 문제는 없을까?
전공의들은 지난 7일 오전7시부터 다음날인 8일 오전7시까지 24시간 파업을 선언하고 병원을 떠나 거리로 나섰다. 오후 2시부터는 서울 여의대로 등 전국 8곳에서 모여 정부의 의대 정원확대·공공의대 설립 등에 대해 비판하는 집회를 열었다.
해당 파업에 대해 정부는 ‘파업’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 관계자는 “이번 집단휴진은 노조법상의 쟁의행위로 볼 수 없다. 노조법상의 쟁의행위는 사용자를 대상으로 하고, 교섭 후 결렬 시 노동위원회 조정절차를 거쳐야 쟁의행위가 가능한 것이다. 이번 집단휴진은 정부의 정책에 대한 의견표시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집단행동에서 전공의들은 대다수가 연가를 신청하는 절차를 지키고, 집회에서 불법행위가 발생하지 않았다. 복지부에 따르면, 이날 전공의 전체 인원 1만3571명 중 9383명(5개 병원 미확인)이 연가를 사용해 파업에 동참했다. 정부는 사전에 수련병원들에 연가사용을 권장하는 공문을 전달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연가사용 시 규정(수련규칙)을 지키지 않으면 수련병원장이 규정을 어긴 것에 대해 관리를 하도록 해야 해서 미리 적법하게 연가를 사용하도록 알렸다”고 밝혔다.
연차를 사용하지 않고 집단휴진에 동참했다면, 법적인 문제가 발생할까? 성경화 법무법인 도윤 변호사는 “법적인 다툼의 여지가 있지만, 해당 파업이 위법하다고 말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 변호사는 “일반적으로 정부의 정책에 대해 의견을 표현하는 방식의 파업은 위법의 소지가 있다”면서도 “이번 집단휴진은 정부 정책이 전공의들의 근로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친다면 근로조건에 대한 쟁의로 볼 수 있다. 정부 정책에 대해 파업을 한다고 했을 때 모두 불법으로 보기 어렵다. 근로자는 내 근로 환경에 대해 의견을 표현할 수단이 있어야 한다. 충분히 다툼의 여지가 있다. 다만 구체적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오는 14일 대한의사협회는 제1차전국의사총파업을 예고한 상황이다. 의협은 앞서 2000년 의약분업, 2014년 원격의료 추진 등을 반대하며 집단휴진에 나선 바 있다. 2000년 파업 때는 김재정 당시 의협 회장이 집단 휴업을 지시하고, 170개 병원의 전공의 휴업 동참시켰다는 이유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2014년 파업에도 노환규 당시 의협회장이 집단휴진을 동참할 것을 요구했다는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법정공방에 들어갔다. 이들은 올해 3월 열린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번 집단휴진에 대해서도 법적 다툼을 다룰 소지가 있다.
경기도와 인천시 등 일부 지자체는 의협의 집단휴진 예고일인 14일에 맞춰 ‘진료명령’을 내렸다. 보건복지부장관 또는 시·도지사는 보건의료정책을 위해 필요하거나 국민보건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으면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필요한 지도와 명령을 할 수 있다는 의료법 제59조에 따른 것이다. 의료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중단하거나 의료기관 개설자가 집단으로 휴업하거나 폐업할 시 의료업을 1년의 범위에서 정지시키거나 개설 허가의 취소 의료기관 폐쇄 등을 명할 수 있다.
의협은 12일 정오까지 의대 정원확대 등의 정책을 정부가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지 않는다면 14일 파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의협이 지난달 14일부터 21일까지 정부의 의대 정원확대 등에 대해 대회원 설문조사를 진행했을 때, 2만6809명 중 2만2868명(85.3%)이 직접 투쟁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또 9일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원 233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82.1%가 14일 의협 주도 총파업에 참여하겠다고 밝혀 정부와 의료계의 마찰이 발생할 가능성도 큰 상황이다.
정부는 의료계의 집단행동에 대해 불법적인 요소가 발생한다면 원칙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차관)은 지난 5일 정례브리핑에서 “코로나19라는 엄중한 상황에서 일부 의료단체 등이 집단휴진 등을 논의하는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향후 의료계의 집단행동 과정에서 혹시 불법적인 요소가 발생한다면 법과 규정에 따라 원칙적으로 대응할 것이다. 만에 하나 국민에게 위해가 발생할 경우에는 엄중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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