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노상우 기자 = 14일 제1차 전국의사총파업을 앞두고 지자체들이 행정명령을 발동해 진료 공백을 최소화하고자 한 것이 오히려 개원가들의 투쟁 의지를 높이고 있다.
여러 전국 지자체들은 의료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행정명령 발동에 들어갔다. 경기도는 지난 7일 김희겸 경기도 행정1부지사는 “대한의사협회가 14일 집단휴진을 예고해 진료 차질이 우려된다”며 “각 시·군에서는 철저히 대비해 의료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달라”고 밝혔다. 경기도는 도내 7178개 의원급 의료기관에 행정조치를 하도록 각 시·군에 요청했다.
14일 집단휴진 예정일에 맞춰 경기도는 ‘진료명령’을 내리고 이날 부득이하게 휴진할 경우 관할 보건소에 휴진 4일전까지 신고하도록 ‘휴진신고명령’을 내렸다. 시·군별 휴진신고 기관이 전체 의원급 의료기관 수의 10% 이상일 경우 내리는 ‘업무개시명령’은 휴진신고 접수 건수를 파악해 집단휴진일 이틀 전인 12일 발동할 계획이라 밝혔다. 현행 의료법은 행정명령 위반 시 의료기관에 대해 업무 정지 15일, 의료인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대전시도 ‘집단휴진 예정일 진료명령’과 ‘휴진신고명령’. 전체 의원급의료기관의 10% 이상이 휴진할 경우 ‘업무개시명령’ 등 3개 행정조치를 취해달라는 협조 공문을 각 자치구에 발송한 상황이다.
의원급 의료기관들은 해당 행정명령을 우편물 등의 형태로 전달받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이러한 것에 대한 대응법을 안내하고 있다. 등기우편물(공문)은 즉시 반송 처리하고, 등기가 아닌 우편물 중 보건복지부나 관할 보건소가 발신한 우편물은 반송함에 넣으라고 조언했다. 우편물을 이미 개봉하더라도 휴업신고는 하지 말라고 안내했다. 자영업자의 휴가는 추후 사유 증명이 가능하며 하계휴가로 인한 휴무는 휴업신고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공무원 등이 직접 방문했을 때는 ‘일단 대기해달라’고 말한 뒤, 휴대폰 등 녹음이 가능한 물건을 준비한 후, 방문한 이들에게 신분증을 요구하고 면담사유 등을 설명해달라고 요구해달라고 전했다. 이어 녹취하겠다고 밝힌 후, 그 이유를 물으면 ‘의협 변호사의 자문을 통한 적법한 대응절차 일환’이라고 답하라 조언했다.
김영일 대전시의사회장은 “경기도와 대전을 제외하고도 전국에서 행정명령을 발동하는 것으로 아는데, 아직 파업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 먼저 조치를 취하는 것에 회원들의 분노가 더 커졌다. 의료법에 있는 내용이긴 하지만, 미리 겁을 주고 협박하는 것이다. 죄를 안 지었는데 죄를 지은 것마냥 느끼게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번 집단휴진은 자율적·자발적으로 행동하기로 했다”며 “광복절을 껴서 14일부터 16일까지 휴가 계획을 많이 세운 것을 알고 있다. 휴가 가는 사람을 못 가게 할 수 있겠느냐. 진료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약을 미리 주고, 휴가라고 사전에 환자들에게 안내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의사도 국민이면서 자영업자다. 개인의 자유를 보장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의대 정원 확대와 관련해서는 “현재 간호사는 40만명, 간호조무사는 70만명에 육박하지만, 필드에서 구하기 힘들다. 대우나 돈의 문제가 우선시돼야 한다. 뽑는 게 능사가 아니다”라며 “산부인과 등 필수의료과목에 지원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좀 더 고민하고 사회 전반적인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사람만 늘리면 된다고 생각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고 비판했다.
한 개원가 원장 A씨는 “본질에 대해 해결하지 않고, 처벌하겠다는 내용뿐이니 개원가들이 더 반발할 것”이라며 “기분 나쁘고 황당하다. 지자체의 휴진신고 명령을 받고 나니 오히려 파업에 동참해야겠다는 사람들도 많다”고 밝혔다.
다른 개원가 원장 B씨는 “광복절 주간에 매년 휴가를 간다. 올해 집단휴진날이 때마침 14일이라 쉬게 됐다”며 “의사를 효율성 있게 움직이는 게 중요하다. 1년에 3000명 이상 의사가 나오지만 지역 안배가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 이번에 의사들은 끝까지 투쟁할 것. 정부가 부동산 정책 세우듯 임시로 때려 막는 것은 의사를 만드는 과정을 우습게 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협은 12일 정오까지 ▲의대 정원 확대 계획 즉각 철회 및 의협-보건복지부 공동 ‘대한민국 보건의료 발전계획 협의체’ 구성 ▲공공의대 설립 계획 철회 ▲한방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철회 ▲비대면진료 육성책 즉각 중단 ▲코로나19 극복 위한 민관협력체제 구축 등의 5가지 요구사항에 대해 답변하지 않는다면 14일 오후 3시 서울 여의대로에서 제1차 전국의사총파업에 돌입하기로 했다. 대전과 광주·전남, 대구·경북 등은 같은 시간에 별도의 공간에서 집회를 추진할 계획이다.
성종호 의협 정책이사는 “정부의 행동은 매번 하는 수순을 되풀이하는 것에 불과하다”며 “법적으로도 문제가 없도록 내부에서 정리하고 있다. 의협 조직을 총동원해서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호소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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