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정진용 기자 = 약자나 특정 집단 비하 표현이 일상에서 문제의식 없이 쓰이고 있다.
경기 의정부고 졸업사진은 매년 유머와 풍자로 화제가 됐다. 올해는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학생 5명이 얼굴에 검은 칠을 하고 가나 상조회사 직원을 모방한 사진이 문제가 됐다. 이를 두고 ”인종차별적“ ”단순 패러디“라는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국회에서도 차별적 표현이 나왔다.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6일 국회 상임위원회 질의 과정에서 ‘절름발이’ 표현을 사용한 것에 대해 사과했다. 이 의원은 “소수자를 살펴야 하는 정치인으로서 지적을 받기 전에 오류를 발견하지 못한 점을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고개 숙였다. 이 의원은 지난달 28일 홍남기 경제부총리를 향해 “금융 부분을 확실하게 알지 못하면 정책 수단이 절름발이가 될 수밖에 없다”고 발언했다.
흑인 분장은 미국 사회에서 금기시된다. 역사적 배경이 있다. 19세기 중반 미국에서는 얼굴에 검은 칠을 하고 입술을 과장되게 표현한 백인 진행자들이 흑인 노예 흉내를 내는 코미디 공연이 인기를 끌었다. 특정 인종을 조롱하고 고정관념을 강화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1960년대 인권운동 영향으로 사회 인식이 변했다.
절름발이는 국가인권위원회가 규정한 ‘혐오표현’이다. 절름발이의 사전적 의미는 ‘한쪽 다리가 짧거나 다치거나 하여 걷거나 뛸 때 몸이 한쪽으로 기우뚱거리는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다. 인권위는 혐오표현을 특정 집단을 모욕, 비하, 멸시, 위협하거나 해당 집단에 대한 차별이 필요하다고 부추기는 말과 행동으로 정의한다. ‘결정장애’(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성향을 이르는 말), ‘급식충’(급식을 먹는 초·중·고등학생을 비하하는 말), ‘흑형’(흑인 형의 줄임말)도 여기에 속한다.
두 사안의 공통점은 ‘의도가 없으니 차별이 아니다’는 반발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문제 소지를 지적한 이에게는 ‘웃자고 한 말에 죽자고 덤벼드냐’는 반응이 쏟아졌다. 가나 출신 방송인 샘 오취리는 졸업사진에 불쾌감을 표했다. 그러나 “배은망덕하다” 등 역풍에 지난 7일 사과문을 올렸다. 절름발이 표현을 지적한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말꼬리 잡는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의도가 없어도 취약 집단에 대한 비하 표현은 편견을 증폭시키고 차별로 이어질 수 있다. 김지혜 원주대 다문화학과 교수는 저서 <선량한 차별주의자>(창비)를 통해 ”‘농담은 농담일 뿐’이라는 생각 자체가 사회적으로 약한 집단을 배척하고 무시하는 태도와 연관돼 있다“면서 ”표현 발신자와 수신자 사이에는 엄청난 간극이 있다“고 짚었다.
윤성옥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에서 제한되어야 하는 혐오표현과 그렇지 않은 혐오표현은 무엇인지 아직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면서 “이번 사안이 특정 집단을 희화화하는 문제를 어떻게 봐야 할지 고민할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jjy4791@kukinews.com
경기 의정부고 졸업사진은 매년 유머와 풍자로 화제가 됐다. 올해는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학생 5명이 얼굴에 검은 칠을 하고 가나 상조회사 직원을 모방한 사진이 문제가 됐다. 이를 두고 ”인종차별적“ ”단순 패러디“라는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국회에서도 차별적 표현이 나왔다.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6일 국회 상임위원회 질의 과정에서 ‘절름발이’ 표현을 사용한 것에 대해 사과했다. 이 의원은 “소수자를 살펴야 하는 정치인으로서 지적을 받기 전에 오류를 발견하지 못한 점을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고개 숙였다. 이 의원은 지난달 28일 홍남기 경제부총리를 향해 “금융 부분을 확실하게 알지 못하면 정책 수단이 절름발이가 될 수밖에 없다”고 발언했다.
흑인 분장은 미국 사회에서 금기시된다. 역사적 배경이 있다. 19세기 중반 미국에서는 얼굴에 검은 칠을 하고 입술을 과장되게 표현한 백인 진행자들이 흑인 노예 흉내를 내는 코미디 공연이 인기를 끌었다. 특정 인종을 조롱하고 고정관념을 강화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1960년대 인권운동 영향으로 사회 인식이 변했다.
절름발이는 국가인권위원회가 규정한 ‘혐오표현’이다. 절름발이의 사전적 의미는 ‘한쪽 다리가 짧거나 다치거나 하여 걷거나 뛸 때 몸이 한쪽으로 기우뚱거리는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다. 인권위는 혐오표현을 특정 집단을 모욕, 비하, 멸시, 위협하거나 해당 집단에 대한 차별이 필요하다고 부추기는 말과 행동으로 정의한다. ‘결정장애’(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성향을 이르는 말), ‘급식충’(급식을 먹는 초·중·고등학생을 비하하는 말), ‘흑형’(흑인 형의 줄임말)도 여기에 속한다.
두 사안의 공통점은 ‘의도가 없으니 차별이 아니다’는 반발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문제 소지를 지적한 이에게는 ‘웃자고 한 말에 죽자고 덤벼드냐’는 반응이 쏟아졌다. 가나 출신 방송인 샘 오취리는 졸업사진에 불쾌감을 표했다. 그러나 “배은망덕하다” 등 역풍에 지난 7일 사과문을 올렸다. 절름발이 표현을 지적한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말꼬리 잡는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의도가 없어도 취약 집단에 대한 비하 표현은 편견을 증폭시키고 차별로 이어질 수 있다. 김지혜 원주대 다문화학과 교수는 저서 <선량한 차별주의자>(창비)를 통해 ”‘농담은 농담일 뿐’이라는 생각 자체가 사회적으로 약한 집단을 배척하고 무시하는 태도와 연관돼 있다“면서 ”표현 발신자와 수신자 사이에는 엄청난 간극이 있다“고 짚었다.
윤성옥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에서 제한되어야 하는 혐오표현과 그렇지 않은 혐오표현은 무엇인지 아직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면서 “이번 사안이 특정 집단을 희화화하는 문제를 어떻게 봐야 할지 고민할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jjy4791@kukinews.com
Copyright © KUKINEWS.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