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정진용 기자 = 기상청 예보 정확도를 나타내는 수치 중 하나인 ‘강수 맞힘률’이 논란이다. ‘맞힘률’이 북한말이라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장마는 13일 기준 51일째 계속되고 있다. 역대 최장 장마기간이다. 날씨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지며 언론 보도와 기상청 예보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이를 통해 맞힘률 용어를 접한 시민들이 생소하다고 느낀 게 발단이 된 것으로 보인다.
일부 네티즌들은 지난 2004년 출간된 도서 <북한 방송 총람>를 인용해 맞힘률은 북한말이라고 주장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권 이후 남북 기상협력 일환으로 기상청에서 북한말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 2018년 이전에는 해당 용어를 기상청이 사용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왜 기상청이 북한말을 쓰냐’는 비판이 잇따랐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강수 맞힘률은 북한과 전혀 상관이 없다. 기상청은 기상 용어 ‘POD’(Probability of Detection)를 번역하는 과정에서 국민의 이해를 높이기 위해 맞힘률을 썼다는 입장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이날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Detection’의 사전적 의미는 탐지, 발견, 간파다. POD를 직역하면 탐지율이 된다. 그런데 탐지율은 대중이 잘 쓰는 말도 아니고 군사 용어 같기도 해서 고민이 깊었다. 결국 일반 시민이 가장 쉽게 이해할 만한 용어로 맞힘률을 쓰기로 한 것”이라고 밝혔다.또 “북한에서 맞힘률이라는 용어를 쓰는 것 자체를 몰랐다”고 강조했다.
기상청이 강수 맞힘률 정보를 공개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8년 4월이다. 지난 2017년 감사원은 기상청을 상대로 감사를 실시했다. 지난 2016년 폭염이 꺾이는 시점을 4차례 늦춰 발표하는 등 기상예보 정확성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같은해 9월 경주 지진 당시 조기경보가 긴급재난 문자 메시지로 전달되는 데 10분이 걸리는 등 지진 통보체계가 미흡하다는 지적에 따라 실시된 감사였다.
감사원은 감사 결과, 기상청이 발표하는 ‘강수예보 정확도’(Accuracy·ACC)가 연평균 92%에 달해 국민 체감과 거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강수예보 정확도는 강수가 있을 것이라고 맞힌 건수와 강수가 없을 것이라고 맞힌 건수를 전체 예보 건수로 나눈 비율이다. 그러나 강수예보 정확도로는 5년간 기상청이 강수예보를 전혀 하지 않는다고 가정해도 강수유무 정확도가 89.5%로 산출된다는 문제가 지적됐다.
이에 보완할 수 있는 개념으로 강수 맞힘률이 도입됐다. 강수 맞힘률은 강수가 있을 것이라고 예보한 건수 중 실제로 강수가 온 날의 비율이다. 강수 맞힘률을 따져보면 강수 정확도보다 낮은 수치가 나온다. 강수 정확도는 지난 3월 95.7%, 4월 96.4%, 5월 92.8%, 6월 90.2%를 기록했다. 반면 강수 맞힘률은 3월 0.78, 4월 0.66, 5월 0.73, 6월 0.66 이었다.
기상청 관계자는 맞힘률과 남북 기상협력은 무관하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현재 북한과 기상 용어와 관련해서 협력하거나 교류하는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남북 기상협력이 문재인 정부부터 시작된 것도 아니다. 지난 1992년 2월 발효된 남북기본합의서는 “남과 북은 과학·기술·교육·문화·예술·보건·체육·환경과 출판·보도 등 여러 분야에서 교류와 협력을 실시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김영삼 정부는 지난 1994년 서울-평양 기후자료 및 연구보고서 정례 교환을 공식 제안하기도 했으나 북한이 거부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인 지난 2007년 한 차례 ‘제1차 남북기상협력 실무접촉’을 가졌지만 이후 답보 상태다.
기상청이 발표한 남북 기상협력 과제에는 △백두산 지진활동 공동 연구 △남북 공동하천 수해방지를 위한 프로젝트 공동추진 △황사 및 고층관측망 구축 등 현대화 사업 추진 △수치예보모델링 기술지원 등이 담겨있다.
지난 2009년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남북 기상협력이 현실화 될 경우 최대 5000여억원의 사회·경제적 효과가 기대된다. 남북이 기상 기후 정보를 공유하면 한반도 권역을 대상으로 하는 예보가 가능하다. 또 북한을 거쳐오는 위험 기상 현상에 대한 신속한 파악과 사전 대응을 할 수 있다.
김해동 계명대학교 지구환경학과 교수는 “미세먼지, 황사뿐 아니라 지진과 백두산 화산 폭발 같은 재해를 대비하려면 남북이 서로 데이터를 공유하고 협력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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