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노상우 기자 =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코로나19) 대응에 나서고 있는 의료진에 대해 보건복지부 공무원이 갑질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달 25일 공중보건의사 A씨는 임시생활시설에 파견돼 진료를 시작했다. 임시생활시설이란 발열이나 기침 등 코로나19 의심 증상이 없는 입국자 중 우리나라에 일정한 거주지가 없는 사람이 2주간 격리 생활을 하는 장소다. 이곳에서 공보의들은 검체채취·문진·약 처방 및 병원 이송 판단 등의 업무를 담당한다.
배치 첫날 복지부의 담당 사무관 B씨는 “의료진들이 수당을 과도하게 받아간다”고 지적하며 공보의들을 압박했다고 A씨는 밝혔다. 파견된 공보의들은 사무관과의 관계가 틀어질 것을 염려해 최대한 수당을 줄이는 방향으로 시간표를 수정했다.
B씨는 근무 시간 동안 일이 없어도 의료진들이 보이는 곳에 앉아있기를 강요했고, 그렇게 하지 않을 경우 의료진들의 단독 공간을 없애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일부 공보의들은 외부 입소자 감시를 위한 CCTV도 공보의의 위치를 체크하는 데 사용하기도 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후에도 B씨는 공보의들을 압박했다. 양식에도 없는 근무상황표를 작성하라고 요구하는 등 일방적이고 강압적인 태도로 A씨를 비롯한 의료진들이 스트레스로 업무를 제대로 하기 어려워질 지경이었다고 밝혔다. 파견을 온 공보의를 무시하는 태도도 보였다고 A씨는 말했다.
B씨는 공보의들의 신분이 공무원이므로 관리자의 위치인 자기 명령을 들어야 한다고 말한 것이다. 해당 일에 대해 A씨는 B씨에게 독대를 요청했고, 파견 4일차인 7월28일 임시생활시설에서 나오게 됐다.
관련해 중앙사고수습본부는 “민원이 올라왔다는 건 알고 있다”며 “해당 공보의에게 회신한 것으로 알고 있다. 공무원이 2주에 한 번씩 교체되는데 주의사항을 전달하겠다. 앞으로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공보의들은 임시생활시설이나 생활치료센터 등에서 고압적인 태도의 공무원들을 자주 경험했다고 밝혔다. 공보의 C씨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이렇게 대우받는 것은 너무하다”면서 “공보의를 그만두고 현역으로 입대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 주변 공보의들도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는 해당 사건에 대해 인지하고 공식 민원 창구 기능을 맡기로 했다. 임시생활시설 등 파견지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취합하고 보건복지부에 전달할 계획이다.
nswrea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