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이주영 기자 =“코로나19에 완치란 없다”
코로나19 ‘완치’ 판정을 받았지만 6개월째 여전히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부산 47번 환자가 보건 당국에 관련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그는 미국과 독일 등이 ‘생존자’나 ‘회복자’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반면, 한국은 ‘완치자’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점을 지적하면서 퇴원 환자 관리에 대한 안일한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박현 부산대 기계공학과 겸임교수는 코로나19 확진 판정 후 퇴원한 최근까지도 ‘부산 47번 환자’로 언급되고 있다. 그는 최근 <부산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3월 코로나19 완치 판정을 받은 이후 167일째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전했다.
부산일보에 따르면 그는 “지금은 단기 기억력이 많이 저하된 상황”이라며 “올해 3월부터 감기와 몸살 같은 증상이 나타났다가 없어지더니 5개월 넘게 다양한 후유증을 겪고 있다”고 털어놨다.
자신이 운영하는 페이스북 페이지 ‘부산47’을 통해 그가 밝힌 후유증은 크게 5가지다. ▲브레인 포그(Brain Fog) ▲가슴 통증 ▲복부 통증 ▲피부 변색 ▲만성 피로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 그는 “안개가 낀 듯 머리가 멍하면서 기억과 집중이 힘들어지는 브레인 포그 현상은 꽤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는 편”이라며 “뒷목 부분부터 두통이 시작되다가 머리가 쑤시는 듯한 증상을 겪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가슴과 복부 통증도 반복적으로 나타나 누워서 쉬어야 하거나 속쓰림 증상을 겪을 때도 있다”며 “피부가 검붉은 색으로 변했던 것은 많이 나아졌지만, 요즘도 보라색으로 변하거나 점이 생기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다양한 증상이 지속되는 데도 보건 당국과 병원에서 후유증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씨는 “후유증에 대해 문의하려고 질병관리본부에 전화를 걸었지만, 증상을 듣지도 않은 채 집에서 휴식을 취하라는 말만 했다”며 “병원에서도 기력이 떨어진 데다 독한 약을 많이 사용해서 그러한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말만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또 “후유증을 겪고 있다는 환자 2명이 질본과의 통화에서 똑같은 경험을 했다고 연락이 왔다”며 “해외에서는 후유증 전문 병원을 설치하거나 뇌, 심장, 폐, 위장, 신장, 혈액과 관련한 후유증에 대해 체계적인 관리에 나서는 추세인데 한국은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무엇보다 그는 한국이 ‘생존자’ 또는 ‘회복자’가 아닌 ‘완치자’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해외 언론을 보면 보통 생존자나 회복자 등의 단어를 많이 사용하는 반면 한국은 완전히 치료됐다는 뜻이 담긴 ‘완치자’라는 표현을 쓴다”며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치료 이후 후유증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많아 완치자라는 말을 쉽게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편 박 씨는 올해 3월 퇴원 이후 부산 대동병원, 동래구보건소, 고신대복음병원 등에 감사 인사를 전하며 환자들을 응원하는 편지를 보내 화제가 됐다. 5월부터는 자신의 치료 과정과 후유증을 소개하는 글을 페이스북 페이지 ‘부산47’에 올리고 있다. 해당 SNS 페이지는 그가 관련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직접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코로나19 환자들은 완치 판정 이후 일상에 복귀할 정도로 건강을 되찾는 경우가 많지만, 박 씨처럼 장기간 후유증을 호소하는 환자들도 국내외에서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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