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전공의들의 단체인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지난 7일 정부의 의대 정원확대 등의 정책에 반대하며 24시간의 집단휴진에 들어갔다. 일주일 뒤인 14일 대한의사협회도 같은 이유로 집단휴진에 들어갔다. 이날 보건복지부가 집계한 의원급 의료기관 신고 휴진율은 32.6%로, 전국 3만3836개소 중 1만1025개소가 휴진했다.
최대집 의협 회장은 14일 서울 여의대로에서 열린 ‘4대악 의료정책 저지를 위한 전국의사 총파업 궐기대회’에서 “14일의 파업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며 “오는 26일, 27일, 28일 3일간 2차 파업을 진행하고 정부가 우리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는다면 무기한 파업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1일 정부에 ▲의대 정원확대 철회 ▲공공의대 설립 계획 철회 ▲한방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철회 ▲비대면 진료 정책 중단 ▲의협과 민관협력체계 구축 등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14일 총파업을 진행하고, 이후 2차, 3차 파업을 진행하겠다고 한 것이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대전협은 이보다 앞선 21일부터 무기한 업무를 중단할 계획이다. 오는 21일 수련의(인턴)과 4년차 전공의(레지던트), 22일 3년차 전공의, 23일 1~2년차 전공의가 순차적으로 업무를 중단한다. 26일에는 인턴과 4년차 레지던트가 각각 전공의 시험과 전문의 국가고시 시험 거부를 선언하고 의협이 주도하는 총파업에 동참한다는 계획이다. 정부의 정책 변화가 없다면 오는 31일 전공의들은 일제히 사직서를 작성하겠다고 밝혔다.
김형철 대전협 대변인은 “지난 7일 전공의 대다수가 동참했고, 14일에는 70~80%의 전공의들이 함께 했다”며 “이전까지는 연차휴가를 사용했지만, 이번에는 연차사용 여부에 관계없이 전면 업무를 중단할 계획이다. 무단결근을 감수하고 무기한으로 본격적인 행동에 나선 것”이라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정부가 협상할 의지가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의사단체들이 대화의 손길을 내밀어도 ‘의사는 공공재’라는 등 나쁜 말들만 쏟아내고 있다”며 “정부는 의료계와 대화할 마음도, 코로나19를 함께 이겨낼 마음도 없다고 판단한다. 좀 더 강경하게 나가겠다”고 밝혔다.
예비 의사들인 의대생들도 행동에 나서기로 했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는 18일부터 의사 국가고시 실기시험 취소를 접수하기로 했다. 조승현 의대협 회장은 “의사 국가고시 응시 거부 및 전 학년 동맹휴학에 나설 것”이라면서 “전체 진행으로 의결한 결과, 81.5%가 의사 국가고시 응시 거부하겠다고 밝혔고, 동맹휴학은 75.1%가 동참하기로 했다. 수업 및 실습 거부에 있어서도 단 한 명도 피해 보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18일 전국 40개 의과대학 국시 응시자 대표는 의사 국시 실기시험 취소 서류를 제출했다.
대한의사협회는 26일부터 28일까지 72시간의 집단휴진을 예고한 상태다. 김대하 의협 대변인은 “집단행동에 나서는 것 자체가 요구사항을 수용해달라는 의사표명”이라며 “의료계가 주장하는 바가 수용된다면 집단행동의 수위를 조정할 수 있을 것이다. 대화하더라도 정부가 기존 입장과 변함이 없다면 단체행동은 계속될 것. 대화가 이뤄진다 하더라도 원만하게 진행될 것의라 볼 수 없어 집단휴진은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의협은 이번 총파업은 코로나19의 감염을 우려해 비대면 방식, 온라인 활용 등의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가운데 정부는 의료계와의 대화를 지속적으로 이어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박능후 장관은 19일 열린 의-정 간담회 모두발언을 통해 “정부는 성실한 자세로 대화에 임하고 의료 문제를 논의해 나갈 계획”이라며 “보건현안에 대해서도 여러 가능성을 열어놓고 대화하자. 의료계와 정부가 가진 고민이 크게 다르지 않다. 대화와 소통을 통해 당면한 과제를 해결하고 보건의료의 미래를 함께 설계할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반면 의료계는 이렇게까지 오게 된 이유로 정부의 불통을 꼽았다. 최대집 의협 회장은 이 자리에서 “정부가 의료계와 소통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보건의료정책을 추진했기 때문”이라며 “그렇지 않다면 의대생, 젊은 의사들이 자신의 신분을 걸고 불이익을 감수하면서 거리로 나가는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코로나19 대응이 무엇보다 긴급한 과제다. 의료계와 정부가 긴밀히 협력해 코로나19 대응에 최선을 함께 다하는 모습이 내일이라고 이뤄지길 간절히 바란다”고 밝혔다.
nswrea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