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노상우 기자 = 사막에 나무를 아무리 심는다 한들, 우거진 숲을 이룰 수 있을까?
정부는 지난달 의대 정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의사단체들의 반발이 거셌다. 처음에 단순하게 생각했을 때 의사 수가 늘어나는 게 무엇이 문제인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 그저 ‘반대를 위한 반대’라는 생각도 들었다.
간호사를 생각해보니 그렇지 않았다. 지방 중소병원에서 일할 간호사가 충분히 충원되고 있는가? 그렇지 않다. 면허를 가지고도 일하지 않는 간호사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훨씬 많은 상황이다. 단순하게 수를 늘리는 것은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다. 또 서울권이라 하더라도 신규 간호사의 1년 내 퇴사율이 50%가 넘는다는 통계도 있다. 지방의 중소병원은 더 심각하다. 채용 자체가 되지 않는다고 하소연한다.
의사단체들은 정부의 정책에 대해 즉각 대응했다. 의협이 먼저 정부의 정책에 대해 반발하고 전공의가 행동으로 움직였다. 지난 7일 대한전공의협의회는 대다수 전공의를 거리로 불러들였다. 이들이 진료실을 떠난 이유가 뭘까 궁금했다. 집회현장에 가보니 비장한 모습의 전공의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한 전공의는 ‘독립운동하는 느낌’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 2017년 서남대 의대가 폐지됐을 때 정부는 무엇을 했는가?’, ‘전문가들, 현장과 상의도 없는 보건의료정책은 철회하고 전면 재논의해야 한다’, ‘전공의들의 수련환경 개선도 없이 단순하게 의사 수를 늘려선 안 된다’ 등의 의견들이 여의도를 메웠다.
그리고 지난 14일 대한의사협회를 중심으로 전공의들이 또다시 거리에 나섰다. 이때는 전공의뿐 아니라 개원의, 일부 봉직의도 함께 했다. 전국 13만 의사 중 2만8000명이 거리로 나선 것.
지방에 의료기관이 없는 것은 큰일이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그렇다고 다른 나라보다 진료를 받기 어려운 환경인가? 마음먹고 전문의를 만나고자 한다면 충분히 만날 수 있는 나라다. 인구 밀도당 의사 수도 OECD 3위다. 의사 수도 고령화 사회에 따라 2028년이면 OECD 평균까지 올라간다.
사막에 나무를 아무리 심는다 한들, 땅이 비옥해지지 않는다. 그 사막의 토양의 질을 개선하고 뿌리내릴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춰주는 게 우선이다. 정부는 뒤늦게 단순히 의사 수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지방에서의 시스템도 갖추겠다고 말했지만, 순서가 잘못됐다.
의사들이 파업에 마음을 빼앗기고 뒤숭숭한 상황에서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제대로 이길 수 있을까? 공공의료에 대한 과제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코로나19에 집중할 때다. 의사들이 코로나19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감염병이 진정되면 재논의를 하는 게 지금 상황에선 가장 최선의 길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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