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숨거나 쏟아져 나오거나

[친절한 쿡기자] 숨거나 쏟아져 나오거나

기사승인 2020-08-22 04:35:29

▲사진=연합뉴스
[쿠키뉴스] 민수미 기자 =좀비, 바이러스, 외계인, 소행성 충돌, 기후변화, 로봇, 전쟁, 테러.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자주 꼽히는 영화 소재들입니다. 이 중 바이러스는 현실 세계에 닥친 재앙이 됐죠. 지구의 파멸, 인류의 멸망을 보여주는 영화에는 특징이 있습니다. ‘문제가 닥치면 특수한 능력을 갖춘 개인이 좌절 끝에 각성을 거쳐 전 세계를 구한다’ 보통 이런 흐름 말입니다. 2시간 안에 세상을 구하는 영화와 달리 우리의 현재는 그리 녹록지 않습니다. 세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전쟁을 벌이고 있고, 그 결과 셀 수 없이 많은 사망자를 냈습니다. 인류를 구할 누군가나, 뾰족한 방법 또한 없습니다. 그저 코로나19에 걸리지 않도록 최선의 예방을 하는 것이 전부입니다.

물론 영화와 비슷한 부분도 있습니다. 변고에 저항할 수 없어 패닉에 빠진 사람들이 속출하고, 이성이 마비된 대중이 더 큰 혼란을 야기하는 행동에 돌입하는 것들 말이죠. 이것은 현재 대한민국에서 일어나는 일이기도 합니다. 지난 15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집회로 인해 결국 코로나19 확진자가 대거 발생했습니다. 문제는 사고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는 건데요. 확진 판정을 받고 병원에서 격리치료 중 버스를 타고 도주한 사람, “나 혼자 확진이 억울하다”며 보건소 직원 안고 침을 뱉은 사람, 공무집행 중인 방역팀을 향해 폭력과 욕설을 하는 사람 등이 줄을 이어 나타났습니다. 이 밖에도 허위로 개인정보를 제출해 방역 당국의 조치를 방해하거나, 조직적인 검사 거부로 시민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방역 활동을 일부러 방해하는 사람들에게 무관용 원칙을 내세워 엄중 대응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특히 악의적으로 방역 활동을 방해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하고 법정 최고형을 구형한다고 밝혔는데요. 분노한 여론 역시 이들에게 법적 책임은 물론 추가 감염에 대한 치료비 환수, 구상권 청구 등의 책임을 물게 하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 상황이 가상의 일이라면 얼마나 좋을까요. 주인공이 나서서 백신을 구하고, 이 모든 것들이 혼란 틈에 야기된 소동으로 치부되며 끝나는 영화처럼 말입니다. 불행히도 우리의 오늘은 영화가 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영화와 마찬가지로, 과거의 행위에 따라 미래의 결과가 달라질 수는 있죠. 방역을 방해하고, 검사와 치료를 기피하는 자들의 결말을 상상해 봅니다. 통제 불능의 치명적 바이러스가 개인은 물론 사회의 붕괴를 불러올 겁니다.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는 도미노가 연상되기도 합니다. 그들이 추구하는 이상한 자유가 자신의 존재마저 위협한다는 걸 알아채는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길 바랍니다. 바이러스는 인내심이 없습니다.

min@kukinews.com
민수미 기자
min@kukinews.com
민수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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