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노상우 기자 = 국내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되더라도 확진자 수가 부족해 임상 3상을 통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안동호 클립스 전무이사는 25일 서울 영등포구 국민일보 빌딩 12층 컨벤션홀에서 열린 ‘2020 국민일보·쿠키뉴스 미래의학포럼에서 “국내사들이 백신 개발을 위해 1상과 2상을 같이 진행하고 임상 3상에 바로 진입하고자 한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 (WHO) 가이드라인을 만족하게 하기 위해선 확진자 수가 많이 필요한데 그렇지 못해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WHO에 따르면 임상 3상에서 3만명 중 1만5000명은 접종하고 나머지는 미접종시키고, 미접종군 중에 150명의 확진자가 발생했을 때 접종자 가운데 얼마간의 확진자가 나오느냐를 보고 백신의 효과를 평가한다. 안 이사는 “우리나라에서 백신이 개발되고 임상 3상에 들어갔을 때는 감염자가 줄어들어 WHO 가이드라인을 지키기 어려울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 임상 3상의 유효성을 어떻게 평가할지 보건당국에서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안 이사는 국내 백신 및 치료제 개발의 가능성은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 이사는 “문재인 대통령이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위해 지원을 많이 늘리겠다고 약속했기에 기대한다”며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도 백신 개발 등과 관련해 패스트트랙 TF를 운영해 신속 검사 등을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국내 백신 회사들은 다양한 형태의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백신사들과 비교했을 때 임상시험 진입 시기가 4개월 정도 늦어지고 있다. 이러한 이유에 대해 안 이사는 ▲국내사의 임상 진입 경험 부족 ▲생산사이트 부족 ▲허가 기관과의 유기적 체계 부재 등을 꼽았다.
정부는 생산 사이트를 늘리기 위해 전남 화순과 경북 안동 등에 백신실증지원센터를 내년 초 구축할 계획이다. 안 이사는 “오는 2021년부터는 벤처기업에서의 백신 개발에 큰 도움이 될 것 있을 것”이라면서 “코로나19와 같은 바이러스성 질환의 백신은 혼용하기 어렵다. 이런 걸 대비해 백신실증지원센터를 더 늘릴 것도 고민해야 한다. 국내 업계가 여러 바이러스 백신을 개발할 플랫폼이 있어 다른 펜데믹이 온다면 지금보다 빠르게 백신 양성에 들어가고 개발에 들어갈 틀을 갖췄다”고 강조했다.
백신 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안 이사는 안전성을 꼽았다. 그는 “빨리 개발한다고 좋은 게 아니다. 부작용이 없어야 한다”며 “일반적인 통증, 부어오름 등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기능이 없는 항체나 방어능력이 부족한 항체를 형성하면 오히려 병환이 증폭될 수 있다. 동물실험을 통해 충분히 입증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로 인한 연령별 사망률의 차이가 크다”며 “백신에서 항체의 생성도 중요하지만 세포 매개 면역반응도 확인해야 한다. 항체형성률 뿐만 아니라 면역반응이 잘 일어나는지 확인해야 한다. 연령별 평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BCG백신에 대해서도 재조명할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안 이사는 “우리나라는 BCG백신을 의무로 접종해서인지 사망률도 낮고 감염자 수도 낮게 보고된다. BCG백신을 의무로 접종하는 동남아도 마찬가지”라며 “BCG백신이 면역체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봐 야 한다. 해당 백신이 결핵뿐만 아니라 감염성·세균성 질환에도 도움이 된다는 연구도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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